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통일교 게이트] ① 李, '통일교' 압박하더니…하루만에 '여야 수사' 지시 이유는

김주훈 기자 (jhkim@dailian.co.kr)
입력 2025.12.11 00:00
수정 2025.12.11 05:44

李, '與 확산 차단' 논란 속 '수사' 지시

수사 개입 논란에 '정면돌파' 시도한 듯

野, 겁박 의심…"추가 폭로 차단 의도"

"진실 규명해보자"…與 역시 정면돌파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AI 시대의 K-반도체 비전과 육성전략 보고회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정치권을 흔들고 있는 '통일교 게이트'에 대해 "여야 관계없이 엄정하게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통일교 해산 필요성 언급으로 여당에 로비 의혹이 확산되는 것을 의도적으로 차단했다는 논란이 불거진 지 하루 만이다. 여야 불문하고 연루 의혹이 확산되는 탓에 대통령실로 논란이 확산되는 것을 막으려는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현직 국무위원도 의혹이 불거진 만큼, 이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야당의 압박은 거세지고 있다.


이 대통령은 10일 특정 종교 단체와 정치인의 불법적인 연루 의혹에 대해 "여야, 지위고하와 관계없이 엄정하게 수사하라"고 지시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대통령실이 언급한 특정 종교 단체는 '통일교'를 의미한다. 당초 이 단체의 정치권 유착 의혹 초점은 윤석열 전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와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등 인사였다. 현재 김 여사와 권 의원은 재판을 받고 있으며, 여당은 "비선 농단과 국기문란 행위의 진상을 끝까지 규명하고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일 정도로 국민의힘 입장에선 '약점'이다.


하지만 통일교가 국민의힘뿐만 아니라 민주당을 지원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분위기는 달라졌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지난 8월 민중기 특별검사팀에 2018∼2020년 민주당 의원들에게 수천만원씩 지원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여당도 '통일교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특히 이 의혹엔 현직 국무위원인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과 이종석 국정원장도 연루되면서 파장은 커지고 있다.


두 인사는 현재 의혹을 부인하고 있지만, 야당은 특히 전 장관에 대한 사퇴 압박에 나서고 있다. 윤 전 본부장은 2018년~2019년 사이 전 장관이 의원이었을 당시 천정궁에 방문해 한학자 총재를 만나 인사했고 현금 4000만원 가량을 받았다고 특검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 장관은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의정활동은 물론 개인적 영역 어디에서도 통일교를 포함한 어떤 금품도 받은 사실이 없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진술과 함께 이 대통령이 여야 관계없이 수사하라고 지시하자, 야당은 이 대통령이 전 장관을 사퇴시켜야 수사가 가능하다고 압박하고 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은 통일교 금품 의혹에 대해 여야 관계없이 엄정 수사하라고 했다"며 "수사는 계급장을 떼고 받아야 하는데, 이 대통령의 말이 허언이 아니라면 전 장관을 사퇴시켜야 엄정한 수사가 가능하다"고 촉구했다.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이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특파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통령 입장에선 현직 국무위원과 국정원장이 의혹에 연루된 탓에 '엄정 수사' 지시로 논란이 확산되는 것을 차단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대통령 역시 이번 통일교 게이트에서 자유롭진 못한 모양새다. 두 차례 국무회의에서 정교분리 원칙을 어긴 종교 재단에 대해 해산 필요성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대통령의 발언 취지다. 여당에선 종교 단체의 불법적인 행위가 드러난 것에 대해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원론적으로 언급한 정도라는 입장이다. 반면 야당은 통일교 측에 여권에 대한 추가 진술을 하지 말라는 겁박 차원에서 나온 발언이라고 주장한다.


더욱이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윤 전 본부장의 '통일교의 민주당 지원' 의혹 진술을 확보했음에도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결국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로 이첩했지만, 민주당 지원 정황을 포착하고도 국민의힘에 대한 불법 후원 혐의만 수사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에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종교단체 해산' 발언 배경에 특검으로부터 민주당 지원 정황을 미리 보고받은 이후 추가 폭로를 막으려는 의도가 담겼다고 의심한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이 대통령이 뒤늦게 '여야 엄정수사'를 지시했지만 통일교 게이트를 덮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기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내놓은 처방"이라며 "특검이 민주당 금품 수수 의혹을 무마한 정황만 보더라도 이 대통령이 사전에 미리 보고받았을 가능성은 크며, 느닷없이 '종교단체 해산'을 외친 이유도 통일교를 압박해 본인과 민주당 관련 폭로를 틀어막으려는 행태였다는 의심마저 든다"고 지적했다.


반면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SBS라디오 '정치쇼'에 출연해 "불법적이고 조직적으로 정치에 종교가 관여한 사실이 드러나고 있고, 대한민국 민주주의에 미친 영향이 얼마나 지대한지도 드러나고 있는 것"이라면서 "이 대통령은 원칙적으로 정교분리 원칙을 위반한 것에 대해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원론적 입장을 말한 것이지 개별 사건과 연관이 될 수 있겠느냐"라고 반박했다.


'통일교 게이트'는 여당은 물론 이 대통령 입장에서 악재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정치권은 보고 있다. 수사가 필요한 사안이지만, 향후 여권 인사가 지원받은 사실이 드러날 경우 책임론이 제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 인사의 비리가 사실로 밝혀졌을 때, 이 대통령이 결단을 내릴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전 장관의 경우 차기 부산시장으로 거론되며 나아가 '해수부 부산 이전'을 총괄하는 주무 부처 장관인 탓에 정부로선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 ⓒ연합뉴스

다만 당분간 정치적 파급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윤 본부장은 이날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된 결심공판에서 금품을 받은 민주당 인사를 공개하겠다고 예고했지만 결국 입을 열지 않았다. 이제 '특별전담수사팀'을 구성한 경찰이 어떤 결과를 내놓는지가 '통일교 게이트'의 관건으로 보인다. 경찰은 이날 "공소시효 문제 등을 고려할 때 신속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수사 의지를 드러냈다.


여당은 생각보다 담담한 분위기다. 수사를 통해 진상규명이 이뤄져야 하며 불법적인 행위가 드러나면 처벌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실상 이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논란에 정면돌파를 시도한 것인데, 이는 야권에 공세 명분을 주지 않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CBS라디오 '뉴스쇼'에서 "만약 불법적인 자금이 전달됐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인 만큼, 철저하게 진상을 밝혀야 한다"며 "전 장관은 음모라고 얘기하고 있느니 진실을 규명해야 하며, 불법적인 행위에 대해선 단죄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여권 관계자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만약 몇천만원이 여당 인사에게 왔다 갔다 한 것이 사실이라면 문제는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면서도 "민주당은 우선 수사 과정을 지켜봐야 하는 만큼 '수사 필요성'이 있다는 분위기라서, 문제는 심각해질 수 있어도 현재 기조에서 대응하는 정도가 바람직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에 대해 침묵하면 문제가 커질 수 있지만, 야당의 공세에 맞받아치지 않고 수사를 기다리자는 입장을 유지하면 정쟁화로 이어지지 않는다"며 "논란이 커지는 이유는 결국 대응의 문제인 만큼 현재 기조가 긍정적이라고 본다"고 했다.

김주훈 기자 (jhkim@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