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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폭행 혐의 어린이집 교사 3년 만에 무죄, 검찰도 결국 상고 포기…왜? [디케의 눈물 159]

황기현 기자 (kihyun@dailian.co.kr)
입력 2024.01.10 05:06
수정 2024.01.10 05:06

서울중앙지법, 최근 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교사 항소심서 무죄 선고한 원심판결 확정

법조계 "목격자 없는 사건서 피해자의 일관된 진술은 기소와 유죄 판단의 유력 증거"

"아동, 장애인 대상 범죄서는 진술 다소 불분명해도 다른 증거와의 부합성 고려해 신빙성 인정"

"아동이나 정신적 장애 있는 피해자 진술, 부모 진술 등에 오염되지 않았는지 신중히 살펴봐야"

법원 ⓒ데일리안DB

자신이 근무하던 어린이집 아동들을 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교사가 3년여 만에 무죄를 확정받았다. 법조계에서는 "범죄 특성상 가해자와 피해자의 경험 외 다른 증거를 찾기 어려운 경우 피해자의 일관된 진술이 기소와 유죄 판단의 유력한 증거가 되기도 한다"며 "아동 대상 범죄에서는 진술이 다소 불분명해도 진술의 일관성, 다른 증거와의 부합성 등을 고려해 신빙성을 인정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이 사건에서 재판부는 CCTV라는 다른 증거가 피해자 아동들의 진술에 부합하지 않고, 진술의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며 "검찰이 이례적으로 상고를 포기했는데, 자신들도 기소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2부(강희석 부장판사)는 지난해 12월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어린이집 교사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


A씨는 지난 2019년 5월부터 10월 사이 자신이 근무하던 어린이집에 통원 중인 3~4세 아동 3명을 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피해 아동들의 진술을 기반으로 2021년 3월 A씨를 기소했으나 1심은 지난해 2월 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피해 아동들은 피고인이 자신을 때렸다고 진술하긴 했으나 잇따라 이를 번복한 뒤 '모르겠다'고 진술했다"며 "특히 일부 피해 아동은 폭행을 가한 인물로 다른 인물을 지목하면서 A씨의 이름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해 아동들이 피해 사실을 진술할 당시에는 보호자 등으로부터 적지 않은 질문을 받은 상태이며 반복적이고 암시적인 질문이 이뤄지기도 했다"며 "피해 아동들의 진술에 신빙성을 인정할 수 있는지 의문을 갖게한다"고 지적했다.


또 "오히려 A씨가 담임을 맡고 있던 교실 내부 CCTV 영상에는 학대 행위로 의심받을 만한 어떠한 정황도 나타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이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기각하고 원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 아동들이 이 사건에서 학대 행위를 당했다는 날은 그 범위가 1~4개월 사이의 넓은 범위로 특정됐다"며 "(진술) 당시 만 3~4세에 불과하던 피해 아동들은 피해 주장 시점으로부터 약 6~10개월이 경과한 시점에 진술해 기억의 변형을 가져올 여지가 충분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검찰이 항소심 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하지 않으며 A씨는 기소 2년 9개월 만에 무죄를 확정받았다.


법원 ⓒ연합뉴스

안성훈 변호사(법무법인 법승)는 "범죄 특성상 가해자와 피해자의 경험 외에는 다른 증거를 찾기 어려운 경우, 피해자의 일관된 진술이 기소와 유죄 판단의 유력한 증거가 되기도 한다"며 "아동이나 장애인을 대상으로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범죄에서는 진술이 다소 불분명하더라도 진술의 구체성, 선명성, 일관성과 같은 특성 및 혐의가 입증되는 진술을 할 당시의 사정, 다른 증거들의 부합성 등을 고려해 신빙성을 인정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이어 "이같은 기준으로 생각해 보면 이 사건 원심에서는 CCTV라는 다른 증거가 피해자 아동들의 진술에 부합하지 않고 진술할 당시 사정에 고려할 점이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항소심에서는 이에 더해 그 구체성, 선명성 그리고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신빙성을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된다"며 "특히 아동이나 정신적 장애가 있는 피해자의 진술은 성인인 부모나 관계자들의 진술에 오염되지 않았는지를 신중하게 살펴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최건 변호사(법무법인 건양)는 "아동들뿐 아니라 피해자들의 진술에만 의존해서 기소하는 경우는 많다"며 "특히 목격자들이 존재하지 않는 사건과 아동 범죄, 성범죄에서 이러한 경우가 꽤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아동들의 기억은 어느 정도 왜곡이 되는 경우도 있고 부모들의 입장에 따라서 진술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무죄가 선고된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김재식 변호사(법무법인 에이펙스)는 "부모 등이 일단 기소해달라는 식으로 계속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며 "아동들 진술만으로도 기소는 가능하지만 보통 증거 법칙상 아동들 진술에는 신빙성을 많이 두지 않는 게 일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아동이 어릴수록 진술 신빙성을 높게 보지 않는다. 유도 신문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뭔가 증거가 있어야 한다"며 "검찰이 상고를 포기한 건 이례적이다. 자신들도 기소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도윤 변호사(법률사무소 율샘)는 "증거기록과 공소장 등을 확인하지 못해 조심스럽지만, 아동들 진술 외 다른 증거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진술을 번복하며 신빙성 인정이 어려웠고, 본인 기억에 기반한 게 아닌 부모 등의 영향이 있어서 객관성 인정도 어려워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증명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동들이 거짓말을 했다기보다는 주위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는 게 맞지 않겠느냐"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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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기현 기자 (kihyu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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