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키트루다 시밀러, '피하주사 벽' 만났다
입력 2026.08.17 06:00
수정 2026.08.17 23:52
삼성에피스·셀트리온, 키트루다 IV 시밀러 출격 준비
MSD는 알테오젠 SC 기술로 방어막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세계 매출 1위 항암제 '키트루다'의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이 뜻밖의 장벽을 만났다.
키트루다가 정맥주사(IV)를 넘어 피하주사(SC) 제형을 후속 라인업으로 출시하면서다. 국산 바이오시밀러가 겨냥한 IV 시장의 경쟁 환경도 달라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키트루다 바이오시밀러 'SB27'의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품목허가는 의약품을 국내에서 팔 수 있게 하는 최종 관문이다. 국내에서 키트루다 시밀러 허가 신청이 접수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키트루다는 글로벌 빅파마 MSD가 개발한 면역항암제다. 지난 2014년 출시 이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의약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세계에서 300만명이 넘는 환자가 투여받았다. 지난해 연 매출은 약 46조원(317억 달러)에 달했다. MSD 전체 매출의 40%를 웃도는 효자 품목이다.
바이오시밀러 개발은 만만치 않다. 키트루다는 살아있는 세포를 배양해 만드는 항체 의약품이다. 화학합성 복제약인 제네릭과 달리 똑같이 찍어낼 수 없다. 대규모 임상으로 오리지널과 효능이 같음을 입증해야 하는 만큼 5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국내외 제약사들이 키트루다 물질특허 만료에 앞서 일찌감치 개발에 뛰어든 이유다.
키트루다 물질특허는 오는 2028년 우리나라를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풀린다. 키트루다 바이오시밀러 시장에 진입하는 대표적인 국내 제약사에는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이 있다. 현재 셀트리온은 키트루다 바이오시밀러 'CT-P51'로 글로벌 임상 3상을 밟고 있다.
변수로 등장한 건 제형이다. MSD는 지난해 9월부터 SC 제형의 '키트루다 큐렉스'를 미국에서 팔기 시작했다. 항체 단백질인 펨브롤리주맙에 알테오젠의 효소를 더해 특허를 하나 더 확보했다. 투여 편의성도 높였다. 오리지널 키트루다는 IV 제형 특성상 병원에서 30분 넘게 맞아야 했다. 큐렉스는 1~2분이면 어디서나 맞을 수 있다.
편의성을 앞세운 키트루다 큐렉스는 빠르게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올해 2분기 키트루다 큐렉스 매출은 약 6600억원(4억6300만 달러)으로 전기 대비 262% 증가했다. 미국 현지 키트루다 처방에서 큐렉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달 기준 10%로 집계됐다. MSD는 키트루다 큐렉스 매출을 2년 안에 전체 키트루다 매출의 30~40%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은 IV 제형으로 키트루다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해왔다. 이제 와서 SC 제형 시장에 후발 주자로 뛰어들기도 쉽지 않다. 키트루다 큐렉스에 활용되는 알테오젠의 효소 때문이다. 알테오젠의 ALT-B4 미국 물질특허는 오는 2043년까지 유효하다. 특허가 풀릴 때까지 다른 기업은 같은 효소를 쓸 수 없다.
같은 효소를 쓰지 못하면 우회로는 자체 효소로 SC 제형을 새로 개발하는 것뿐이다. 하지만 효소가 달라지면 오리지널과 동등하다는 입증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 항체가 같아도 효소가 다르면 사실상 신약에 준하는 임상을 새로 거쳐야 한다. 대규모 임상 없이 개발 기간과 비용을 줄인다는 바이오시밀러 본래의 이점이 사라지는 셈이다.
SC 전환이 빨라져도 IV 시장이 당장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두 회사는 우선 IV 바이오시밀러로 승부를 본 뒤, 독자 SC 제형 기술을 확보해 후속 대응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셀트리온은 자체 SC 효소를 가지고 유방암 바이오 시밀러 '허쥬마 SC'의 유럽 허가를 신청할 정도로 고도화된 기술을 갖추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 7월 세계지식재산기구(WIPO)에 SC 제형 관련 정제 및 제조 방법 특허를 등록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상당 기간 키트루다 IV 제형 수요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그런 만큼 오리지널 키트루다 제품의 바이오시밀러가 접근할 시장도 유의미하다"고 설명했다. 셀트리온 측도 "필요할 경우 셀트리온의 키트루다 바이오시밀러와 신약에도 SC 제형 적용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