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통령, 민주당 '검수완박' 강행에 침묵…거부권 행사할까
입력 2022.04.14 03:30
수정 2022.04.14 08:59
진영 간 전면전 양상에 상황 예의주시
거부권 행사 법률안 재의결 통과 사례 無
국민의힘·검찰서 文 입장 요구 거세져
분열 우려에 찬반 어느 쪽도 선택 쉽지 않아

문재인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추진에 대해 언급을 삼가는 모습이다. 진영 간 전면전 양상이 빚어지고 있고, 아직은 국회에서 논의 중인 사안인 만큼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해당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을 경우 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지를 두고 정치권의 전망이 분분하다.
문 대통령은 13일 현재까지 이번 사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 법률안의 4월 내 국회 처리를 당론으로 채택하고 절차 강행에 나섰지만, 검찰은 물론 야당의 반발도 상당한 만큼 아직까지는 문 대통령이 언급할 만한 단계가 아니라는 게 청와대의 입장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압박은 점차 커지고 있다. 검수완박 입법 추진을 비판하며 사의를 밝힌 이복현 서울북부지검 부장검사는 이날 "일국의 사법제도를 통째로 바꾸어놓을 만한 정책 시도에 대해 국가수반인 대통령께서 입장이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문 대통령의 입장을 촉구했다.
허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이날 논평에서 "민생을 외면한 그들만의 검수완박, 이제는 문 대통령이 막아서야 한다"며 "검수완박에 대한 반대 입장을 (문 대통령이) 국민 앞에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문 대통령을 향한 입장 표명 요구가 거세지더라도, 문 대통령으로서는 이렇다 할 입장을 밝히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움직임에 반대하는 건 진영 내 분열로 이어질 수 있고, 찬성하는 건 진영 간 대립 구도를 격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민주당의 의석이 과반을 훨씬 넘어 법안 처리를 저지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이 추후 해당 법률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지도 관심이 모인다.
대통령 거부권은 헌법 제53조에 명시된 대통령의 고유권한으로, 국회에서 의결된 법률안은 15일 이내에 대통령이 공포해야 한다. 하지만 법률안에 이의가 있을 경우 대통령은 15일 이내에 국회가 재의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 대통령이 재의를 요구하면 해당 법안은 효력을 상실한다.
대통령이 재의를 요구하면 국회는 반드시 이를 본회의에 상정해 재의결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다만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이 된다면 해당 법률안은 그대로 법률로서 확정된다.
현재까지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률안에 대해 재의 의결로 법률안이 통과된 사례는 한 번도 없다. 이러한 전례 때문에 검수완박 입법을 반대하는 진영은 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문 대통령이 결자해지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임기를 마무리하는 대통령으로서 국민에 대한 문 대통령의 마지막 소임일 것"이라며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김오수 검찰총장도 이를 위해 문 대통령에게 면담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다만 문 대통령은 2017년 5월 취임 때부터 임기 종료를 한 달여 앞둔 현재까지 거부권을 한 차례도 행사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 법제사법위원회 간사인 박주민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국회가 통과시킨 법이 굉장한 문제가 있어서 거부될 만한 사안이 없다면 행정부 수반으로서는 거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