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이재명과 정치인의 역사적 평가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1.12.18 07:32
수정 2021.12.17 12:33

정치인은 엄한 역사적 평가 대상

모든 정치인, 공과가 함께 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1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에서 열린 코로나19 위기대응 특별위원회 1차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동서양의 많은 정치인들은 역사(歷史)를 의식한다. 정치인은 역사의 평가를 염두에 두고 언행을 진중(鎭重)하게 하고, 생각의 내용이나 깊이 또한 보통 사람과 달라야 한다는 말일 것이다.


지난 2019년 101세로 세상을 뜬 일본의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총리(재임 1982~1987)도 “정치인은 역사의 법정에 서 있는 피고”라고 정의했다. 정치인에게는 하루하루가 심판이고, 두고 두고 열리는 역사의 법정에서는 ‘그 인물의 역사적 사건들’에 대해서 심판이 계속될 것이라는 무서운 경고다.


보통 사람도 역사의 평가를 염두에 두고 살아도 되지만, 역사는 보통 사람을 좀처럼 기억해 주지 않는다. 국내외에서 하루에 발생하는 수백만, 수천만의 행위들 가운데, 불과 백가지 미만이 언론을 통해 우리에게 전달된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이해도 된다.


민주당의 이재명 후보같이 “내가 ‘존경하는 박근혜 대통령’이라고 말했더니 내가 진짜로 박근혜 대통령을 존경하는 줄 알더라”고 말장난이나 하는 수준에서는 의미 파악이 어려울 수도 있다.


이 후보는 지난 주(10~13) 대구·경북 지역을 방문하면서 “모든 정치인은 공(功)과 과(過)가 공존한다”고 했다.


그는 이승만(11.28), 박정희, 전두환 전 대통령(12.11) 등 ”모든 정치인은 공적과 과오를 함께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또 포항에 가서는 10주기를 맞은 박태준 전 포철(浦鐵, POSCO)회장을 “산업화의 토대를 만드신 분”이라면서 추모했다.


이런 소식이 전해진 뒤 대구 경북 지역에서는 이 후보가 “처음으로 사람 같아 보이더라”는 이야기가 돌았다.


그러나 그 ’사람’은 며칠을 넘기지 못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한 재평가에 대해 당 내외에서 비판이 나오자, 그는 “전두환은 범죄자”라는 말을 거듭하며 ‘모처럼의 진실’에서 멀리 달아나 버렸다(12.13).


그는 광주에서 전두환의 비석을 밟으며 “학살 반란범”이라고 쇼를 하는 모습이 더 어울렸다.


‘풍운의 정치인‘ 김종필 전 총리는 자신의 50여년 정치 인생을 돌아보며 “정치는 허업(虛業)”이라고 했다. 그는 “정치를 잘 하면 열매는 국민이 따 먹고, 정치인에게는 이름만 남는 허업”이라고 했다.


JP의 이 정의가 맞는다면 정치는 예술이다. 좋은 예술작품은 관객을 감격하게 행복하게 해주고 예술가에게는 높은 명예를 안겨주니, 정치와 예술은 동격이 아닌가 한다.


‘허업꾼’의 세계라도 우열은 있을 텐데, 대통령 당선 여부에 관계없이 이재명 후보는 어떤 정치인이길 원하는가?


정치인의 공과(功過)에 대한 명언은 마오쩌둥에 대한 덩샤오핑의 평가다. 그는 11살 연상의 중국공산당 창업자 마오(毛)를 평가하면서 “공칠과삼(功七 過三)”이라고 했다.


세계가 인정하듯이 덩(鄧)의 개혁개방정책 덕분에 중국은 오늘날 G-2의 기반을 이룩했다. 덩의 큰 공적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개혁개방에 대한 공적보다도 역사에 대한 그의 긍정적인 인식이 중국 역사에 더 큰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한다.


그는 과거를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과거와 전혀 다른 미래를 열어나간 지도자로 평가 받는다. 이렇게 하기가, 말은 쉽지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덩은 국무원 부총리 시절 마오가 일으킨 문화혁명(1966~1976)으로 가택연금과 유배를 당하고 큰 아들이 불구가 되는 아픔을 겪었으면서도 마오 사후 재평가에서 사적(私的)인 원한을 담지 않았다. 두렵도록 사려 깊은 덩의 선택이다.


덩샤오핑은 ‘과거의 축적 없이 현재와 미래가 있을 수 없다’는 긍정적이고 연속적인 역사관을 확립했다. 그 덕으로 순조롭게 권력 승계가 이루어지고 국력의 낭비를 막아 13억 중국인들이 오늘의 경제적 성과를 누리는 기반을 구축했다는 평가다.


덩의 지혜가 응축된 “마오 주석의 공적(功績)은 70이요 과오(過誤)는 30” 이라는 절묘한 한 마디가 후진국 중국을 살려냈다. 마오는 통치 기간 중 대약진운동과 문화혁명으로만 천만 명이 넘는 인민의 희생을 초래했다. 하지만 덩은 중국공산당을 창당해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고 중화인민공화국이라는 나라를 만들어낸 마오의 공적을 더 높게 평가했다.


지금의 지도자 시진핑도 지난 2013년 마오(1893~1976) 탄생 120주년을 맞아 “오늘의 시대조건과 발전수준, 인식수준을 가지고 과거의 인물을 평가하거나 요구할 수 없다”고 말했다. 2013년이면 그가 갓 통치권을 이어 받았을 때다.


다른 것은 몰라도 두려움을 갖고 역사를 대하는 중국 지도자의 이러한 모습은 보기 좋다.


역사와 역사의 법정을 한없이 가벼이 여기고, 걸핏하면 ‘적폐청산 깨춤’을 추며 더 많은 적폐를 만들어 내고 있는 ‘허업꾼’들을 보고 있노라면, 이 생각이 더 무겁게 다가온다.


글/강성주 전 포항MBC 사장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