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NH證, '빚투' 관리 선제 돌입…'IPO·테마주' 리스크 잡아라
입력 2021.03.24 11:37
수정 2021.03.24 11:38
SK바사, 오세훈 테마주 영향 빚투 21조7937억까지 증가
키움 25일 '증권담보대출', NH 26일 '신용거래융자' 중단
"증시 혼조에 반대매매 급증…시장안정화 방안 강구해야"
빚을 내서 주식에 투자하는 '빚투' 규모가 급증하고 있다. 이에 키움증권과 NH투자증권을 비롯한 증권사가 신용거래융자와 증권담보대출을 선제적으로 중단하고 나섰다. 특히 최근 SK바이오사이언스를 비롯한 대형 공모주의 등장과 보궐선거를 앞두고 정치 테마주가 급등하면서 빚투 수요가 급증하자 이와 관련된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관리하겠다는 방침이다.
25일 키움증권은 이날부터 별도 공지 시까지 증권담보대출을 일시 중단한다. 키움증권은 한국증권금융과 업무 제휴를 통해 고객이 보유하고 있는 증권을 담보로 대출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대출 중단 조치는 최근 급증하고 있는 빚투를 조절하기 위해 한국증권금융이 신규 제휴 담보대출 중단을 요청하면서 이뤄졌다.
NH투자증권은 26일부터 별도 공지 시점까지 신용거래융자와 증권담보대출의 신규 취급을 일시 중단한다. 신용공여 한도가 소진됐기 때문이다. NH투자증권은 지난 달 17일 신용거래융자를 중단했다가 이번 달 8일 대출을 재개했는데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 다시 빚투를 멈춘 것이다.
증권사들이 이처럼 대출을 중단하는 건 빚투가 급증하고 있어서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시장으로 대거 유입되면서 빚투 규모는 급증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2019년 12월 말 9조2133억원에 불과하던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반년 만인 지난해 6월 말 12조6604억원까지 늘었다.
이후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3000포인트를 넘기면서 빚투 증가세는 더욱 가팔라졌다. 심지어 지난 1월 7일에는 20조1223억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20조원을 넘기기도 했다. 2019년 말과 비교하면 1년여 만에 118.4%(10조9090억원) 폭증한 규모다. 아울러 최근 역대 최고 증거금을 끌어 모으면서 공모주 역사를 새로 쓴 SK바이오사이언스와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연관된 정치 테마주가 인기를 끌면서 22일 기준 빚투 규모는 21조7937억원까지 증가했다.
실제로 24일 기준 코스피시장에서 안철수 테마주로 분류된 써니전자의 신용비율은 11.7%를 기록했다. 코스피 전체 시장에서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신용비율은 투자자들이 해당 종목을 빚투를 활용해 매수한 비율이다. 써니전자 지분 11.7%는 빚투로 매매됐다는 의미다. 또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관련주인 진양산업의 신용비율도 10.0%로 높은 수준이었다.
문제는 증시가 혼조세를 나타내는 가운데 빚투가 급증하면서 개인투자자 손실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번 달 반대매매 금액은 296억4800만원까지 치솟았다. 이에 전체 신용융자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비중은 9.7%로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반대매매는 개인 투자자가 주식매입을 위해 빌린 돈을 제때 상환하지 못할 경우 증권사가 주식을 강제로 팔아버리는 거래를 의미한다. 즉, 증시 약세로 인해 빚투 투자자들이 대거 손해를 봤다는 의미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시작된 주식열풍에 빚투가 급증하는 와중에 시장이 흔들릴 때마다 반대매매 규모가 커지는 모습이 나타나면서 손해 리스크가 고조되고 있다"며 "당국에서 증권사와 금리산정체계를 재편하고, 대용비율을 전체적으로 높이는 등 논의를 통해 시장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