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투·영끌에 가계대출 급증...금리인하요구권 아직도 모르나요?
입력 2021.03.24 06:00
수정 2021.03.24 08:05
‘마이너스 통장’ 등 신용대출상품에 최적
시중은행마다 신청조건, 수용폭 '제각각'
금융당국-은행권, 상반기 제도개선 논의
송파구에 거주하는 A씨(30. 남)는 최근 회사를 이직하며, 연봉이 1000만원 이상 올랐다. A씨는 주거래 은행에 찾아가서 6개월전에 개설한 마이너스 통장의 금리를 깎아달라고 요구했다. A씨가 해당 증빙서류를 제출한 뒤 10일 후 은행으로부터 금리 인하를 허용하겠다는 문자가 왔다. A씨는 마이너스 통장의 금리를 0.1% 내릴 수 있었다.
가계대출이 역대 최대 증가폭으로 상승하며, 대출이자를 깎아주는 ‘금리인하요구권’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금리인하요구권은 개인이나 기업이 대출을 받은 다음 신용상태나 상환능력이 당시보다 향상되면, 금융회사에 대출금리 인하를 요구할 수 있는 제도이다. 금융소비자의 법적인 권리이다. 고정 지출만 줄여도 상환 부담이 낮아지기 때문에 ‘빚투(대출로 투자)•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족이라면 반드시 알아야 하는 제도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리인하요구권이 지난 2019년 6월부터 법적 효력을 갖게 됐지만, 여전히 해당제도를 잘 모르는 금융소비자가 상당수다. 금리인하요구사유는 개인은 ▲직장변동 ▲연소득변경 ▲직위변동 ▲거래실적 변동 ▲신용등급 상승 ▲기타(자산증가, 부채감소 등)이 있다. 기업의 경우 ▲재무상태 개선, 신용평가등급 상승 ▲회사채 등급 상승, 특허권 취득, 담보제공 ▲외부신용평가기관(NICE, KCB등) 신용등급 상승 등이 있다.
금리인하요구가 적용되는 대출상품은 고객 신용상태에 따라 대출금리를 산출한 방식의 상품들이다. 은행마다 대동소이하지만 정책자금대출, 집단대출 등 금리가 일괄확정된 상품은 제외된다.
한 번 대출한 대출상품은 금리를 낮출수 없다고 알고 있지만, 특히 신용대출의 경우 자산이나 연봉상승 등을 증명하면 금리를 깎아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것이다. 은행 외에도 저축은행이나 상호금융, 보험사와 카드사 등 대출을 해주는 모든 금융기관이라면 금리인하를 요구할 수 있다.
관건은 최근 급증하고 있는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나 ‘전세대출’의 금리인하요구권 적용 여부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원칙적으로는 가능하다. 단 금리인하요구권은 신용등급 변동에 따라 금리를 산출하는 상품에 대부분 적용되기 때문에 실제 금리인하 효과는 거의 미미하다는 설명이다.
은행 관계자는 “주담대나 전세자금대출은 금리에 개인 신용 등급 평가가 차지하는 비중이 적어 요구권을 행사하더라도 고객이 체감하는 금리 인하 효과는 사실 차이 없을 것”이라며 “이같은 이유로 금리인하요구권은 신용대출 상품에 주로 적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금리인하요구행사는 은행 영업점을 직접 방문하거나, 비대면(인터넷,모바일)으로도 가능하다. 다만 은행마다 금리인하요구권 신청요건과 수용기준이 제각각이어서, 각 은행 홈페이지 대출 안내페이지에서 확인하거나 전화로 문의해야 한다. 신한은행의 경우 1일 1회만 금리인하요구권 신청이 가능하고, 농협의 경우 대출받은 달의 두 달 후 1일부터 신청이 가능하다. 카카오뱅크 같은 인터넷은행은 횟수 제한이 없다.
금리인하를 신청하면 대략 10영업일 안으로 금융사에서 결과를 알려준다. 시중은행의 경우 주로 전화나 문자메시지로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비대면 이용시 행정기간 정보조회를 거쳐서도 결과를 알 수 있다. 인터넷 전문은행은 앱으로 실시간 신청수용 여부를 알 수 있다.
다만 시중은행 금리 수용률이 모두 높은것은 아니다.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윤두현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0월에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에서 금리인하요구권을 신청해 금리 인하 혜택을 받은 고객 수는 총 2만9118으로 아낀 이자액은 256억원이었다.
5대 은행 금리인하권 수용률(수용건수/신청건수)은 NH농협은행이 96.4%로 가장 높았고, 우리은행 72.7%, 하나은행 53.2%, 국민은행 46.7%, 신한은행 43.2% 등의 순이었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해당 요구권을 신청해 이자액 인하 혜택을 받은 고객은 한해 9만명으로 5대시중은행보다 3배 이상을 웃돌았다. 수용률 계산시 신청건수에 대한 통계집계기준이 은행마다 다르다는 것을 감안해도, 시중은행 3곳은 금리인하를 요구했을시 거절당할 확률이 50%는 넘는 셈이다.
금융당국과 은행권은 상반기 중 금리인하요구권 운영을 개선할 방침이다. 특히 은행들마다 제각각인 신청 요건을 통일하고, 심사 수용기준 등을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만들기 위한 조치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은행연합회, 주요 은행들과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관련 논의를 진행 중이다. 금융소비자들이 은행에서 금리인하요구권을 신청하는 절차가 더욱 간편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5대은행의 지난 1월중 신용대출 금리는 평균 2.86~3.59%로 지난해 7월 대비 최대 0.6%p 가량 급등했다. 같은기간 주택담보대출(만기 10년 이상, 분할상환)의 평균금리는 연 2.8~2.97%로 같은기간 최대 약 0.3%p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