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지 국조부터 법사위원장까지…정점식, 앉자마자 협상력 시험대
입력 2026.06.15 06:00
수정 2026.06.15 06:07
여야, 투표지 국조 조사 범위·특위구성에 이견
국힘, '이재명·청와대' 포함과 '여야 동수' 주장
법사위뿐 아닌 경제 상임위 가져오느냐도 변수
협상 결과에 따라 '정점식 리더십' 판가름 전망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취임과 동시에 시험대에 올랐다. 더불어민주당을 상대로 '투표용지 부족 사태 국정조사' 세부 조율과 '22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 협상' 등 난제들을 풀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두 사안 모두 여야 간 이견이 팽팽한 만큼, 정 원내대표가 이번 협상에서 거둘 성과가 향후 그의 리더십을 결정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 원내지도부는 오는 18일 본회의를 열어 국정조사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계획서를 의결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번 국정조사는 지난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서 촉발된 참정권 침해 여부를 들여다보기 위해 마련됐다.
여야는 참청권 침해 사태의 진상규명과 부실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개혁을 위해 국정조사가 필요하다는데에는 뜻을 함께 하고 있지만, 세부사항과 관련해서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먼저 조사범위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통령과 청와대 등을 국정조사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왜 청와대를 포함해야 하는지 이해를 못하겠다"며 반발하고 있다.
또 총 18명인 특위 위원을 어떻게 나눌지 여부도 쟁점이다. 민주당은 국조특위를 국회 의석 비율에 따라 구성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국민의힘은 여야 9명씩 동수 구성과 야당 몫 위원장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정 원내대표는 이 특위 구성 만큼은 꼭 가져오겠다는 입장이다. 정 원내대표는 지난 12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국조특위) 위원장은 국민의힘이, 위원은 민주당과 야당 각 절반으로 구성할 것을 제안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협상 자체는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전국민적 분노가 들끓고 있는 사안이라 민주당이 지금까지처럼 마구잡이로 밀어붙이진 못할 것 같아 보이지만, 우리가 내밀 카드가 없는 것도 사실"이라며 "선관위 개혁을 정부여당을 향한 공세로 확전시키려는 전략을 쓰는 것 같은데 이게 얼마나 효과를 낼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여야 원 구성 협상 역시 정 원내대표가 당장 풀어내야할 과제다. 이번 원 구성 협상은 '법제사법위원장'을 어느 당이 가져가느냐가 핵심이다. 정 원내대표는 지난 12일 간담회에서 "국회 후반기 원 구성 협상에 임하는 원칙은 국회 정상화, 견제와 균형의 복원이다"라며 "무엇보다 법사위 정상화가 시급하다. 법사위(위원장)는 야당 몫으로 돌려놔야 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국민의힘은 지속해서 '법사위원장'을 돌려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최수진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어 "이재명 정권의 사법 파괴 책동을 막아내야 한다"며 "민주당의 일방적인 특검법 폭주와 법무부의 꼼수 권한 남용을 견제하고 무력화할 수 있는 마지막 보루는 오직 법사위뿐"이라고 말했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예방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민주당은 반발하고 있다. 이주희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같은날 서면 브리핑을 내어 "민생 법안을 볼모 삼아 협박을 일삼은 정당이 과연 '법사위 견제'를 운운할 자격이 있는지 먼저 성찰하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전날(13일) 논평에서도 이 원내대변인은 "하반기 국회는 더더욱 신속하게 민생현안을 처리해야 한다. 법사위원장 자리는 입법 지연을 일삼아온 국민의힘에 결코 넘겨줄 수 없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법사위는 국회 법안 통과의 관문 역할을 하는 핵심 상임위다. 16대 국회부터는 제1당이 국회의장, 제2당이 법사위원장을 맡는 관행이 이어졌지만, 2016년 20대 국회 전반기에서 여당인 새누리당이 법사위원장을 가져가며 처음으로 흔들린 바 있다.
문재인 정부였던 21대 국회 전반기 때는 민주당이 18개 상임위원장을 모두 맡으면서 관행이 재차 깨진 바 있다. 이후 원 구성 협상 때마다 여야가 법사위원장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다투고 있다. 22대 국회 전반기에서도 민주당 소속인 추미애 경기지사 당선인이 법사위원장을 맡으며 관행이 재차 깨지기도 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서영교 민주당 의원이 선거 기간 동안 자신이 법사위원장이라고 얘기하면서 온갖 법안 통과를 약속했는데 이것만 봐도 민주당이 얼마나 독단적으로 상임위를 운영할지 알 수 있다"며 "관행 때문이기도 하지만 야당이 법사위를 가져와야 그나마 견제와 균형이 맞춰지는 만큼, 법사위원장은 무조건 가져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사위원장뿐 아니라 어떤 상임위원장 자리를 가져오느냐도 정 원내대표의 리더십을 판가름할 잣대로 거론되고 있다. 앞서 정 원내대표는 "이재명 정부의 경제 정책과 부동산 정책 기조 전환을 주도하기 위해 재경위, 정무위, 산중위, 국토위 등 경제 관련 상임위는 야당이 맡아야 한다"고 거론한 바 있다.
이는 민주당과 정면으로 대치되는 주장이다. 현재 민주당 내에서는 전반기 국회에서 정무위와 재경위 등 경제 관련 상임위 위원장 자리를 국민의힘이 맡아 이재명 정부의 경제 정책 추진에 속도를 못 냈다는 인식이 강하다. 즉, 경제 관련 상임위원장 자리를 내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원 구성 협상 문제는 원내 문제와도 직결된다. 현재 국민의힘 내에서 차기 상임위원장으로 거론되고 있는 의원은 4선의 안철수·유의동 의원과 3선의 김성원·김정재·김희정·송석준·이만희·이양수 의원 등이다. 해당 의원들이 앉을 수 있는 상임위원장 수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그 비난의 화살이 정 원내대표를 향할 수도 있단 분석이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지선 결과가 자기들 생각만큼 안 나온 부분이 있기 때문에 민주당에서도 문재인 (정부)때처럼 너무 강하게 '우리가 (상임위를) 다 가져가겠다'고는 못할 것"이라며 "정 원내대표 말대로 법사위와 경제 상임위가 중요한데 이걸 얼마나 가져오느냐에 따라 당내 의원들의 분위기와 의견도 많이 달라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