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투·가상화폐’ 열풍에 보험사는 죽을 맛...설계사 ‘영업은 뒷전’
입력 2021.03.02 06:00
수정 2021.02.26 16:26
증시·가상화폐 호황에 일손 안 잡히는 설계사
새 규제로 인력 이탈 고심하던 보험사 한숨만
빚을 내서라도 투자에 뛰어드는 이른바 빚투 열풍에 보험 영업 현장이 흔들리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로 대면 활동에 제동이 걸리자, 본업인 보험 영업보다 주식과 가상화폐 투자에 열을 올리는 설계사들이 많아지고 있어서다. 가뜩이나 새로운 규제로 설계사 관리에 골머리를 앓게 된 보험사들의 주름살은 점점 더 깊어만 가고 있다.
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소속 설계사들이 상품 판매 활동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는 현장 관리자들의 하소연이 이어지고 있다. 이를 넘어 보험설계사들이 돌연 영업점을 떠나버리는 사례도 부쩍 늘었다는 후문이다.
이런 토로의 상당수는 증시와 관련된 내용들이다. 보험 상품을 파는 것보다 주식을 통해 버는 수익이 많아지다 보니, 본업인 영업 활동에 소홀해지고 있다는 불만이다. 지난해 말 2000대 후반이었던 코스피 지수는 올해로 들어서자마자 단숨에 3000선을 돌파했고, 지난 달 말에는 3200을 넘기기도 했다.
여기에 더해 다시 급부상하고 있는 비트코인은 투자 심리를 더욱 자극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비트코인은 이번 달 들어 한 때 개당 6500만원을 넘어서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앞서 2018년 전 세계적으로 비트코인 투자 열풍이 불던 당시의 고점을 깨며 다시 한 번 상승 랠리를 벌이는 모습이다.
이 같은 자산 가치 급등을 바라보며 마음이 뒤숭숭한 건 비단 보험 설계사들만의 얘기가 아니다. 그럼에도 유독 보험업계에서 뒷말이 많은 이유는 코로나19로 누구보다 활동에 제약을 받고 있는 이들이 보험설계사이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보험 영업은 사람과 종이만 있으면 가능하다며 인지(人紙) 산업이라 불려 왔다. 그 만큼 얼굴을 맞대고 하는 영업이 주류를 이뤄 왔고, 그 중심이 바로 설계사들이었다. 금융권에도 온라인 영업이 확산되고 있다지만, 보험 시장에서 만큼은 여전히 설계사들이 절대적인 존재다.
그런데 전국적인 코로나19 확산 이후 고강도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어지면서, 보험설계사들의 대면 영업은 직격탄을 맞았다. 아직까지는 기존 보유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지인 영업을 통해 어떻게든 판매 실적을 메꾸고 있지만, 새로운 가입자 유치에는 한계를 절감하고 있는 실정이다. 요즘 들어 보험설계사들이 영업 외에 다른 곳으로 자꾸 눈을 돌리게 되는 배경이다.
이렇게 침체된 영업 현장의 분위기에 보험사들의 속앓이도 깊어지고 있다. 안 그래도 보험사들은 설계사 인력 이탈을 막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던 상황이었다. 올해부터 가동된 새 규제로 설계사에게 제시할 수 있는 당근이 줄어들게 되면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까지 유예기간을 거친 보험 상품 사업비와 모집 수수료 개선 방안을 올해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보험 설계사에게 지급되는 첫 해 수수료는 특별수당을 포함해 월 보험료의 1200%로 제한됐다. 작년까지는 월 보험료가 10만원인 상품을 판매했다면 170만원의 수수료가 지급됐지만, 올해부터는 똑같은 상품을 팔아도 설계사가 쥘 수 있는 영업 수수료는 120만원뿐이란 얘기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어느 날 설계사가 주식이나 가상화폐로 목돈을 쥐더니 갑자기 출근을 하지 않는다는 지점장들의 볼멘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며 "모집 수수료 규제 이후 설계사 잡기에 사활을 걸던 현장 관리자들로서는 이래저래 맥이 빠지는 대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