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크레딧㉙] 작곡가 정일호 "방송·연기 모두 좋은 경험, 최종 목표는 빌보드"
입력 2021.02.20 11:02
수정 2021.02.20 11:03
'너의 목소리가 보여7' 음치 작곡가로 출연
잠골버스 최근 '이별이 처음이 그대에게' 발표
플레이리스트에서 음악은 누군가에게 위로를, 누군가에게는 공감과 기쁨을 선사한다. 이같은 노래 한 곡이 발표되기까지 보이지 않는 손들의 노력이 동반된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가수 외 프로듀서, A&R, 엔지니어, 앨범 아트 디자이너 등 작업실, 녹음실, 현장의 한 켠에서 노래가 나올 수 있도록 묵묵히 일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봤다.<편집자 주>
정일호는 오늘의 분위기 뮤지션 그룹 유튜버 잠골버스에서 작곡가로 활동하고 있다. 공대학생이었던 그는 '윤도현의 러브레터' 속 윤하의 무대를 본 뒤 잊고 있던 음악의 꿈을 꺼냈다. 스물 한 살, 그는 도레미파솔라시도부터 화성학까지 다시 음악을 공부해 음대로 진학했다. 남들보다 늦게 시작했다는 불안감에 일주일에 5일만 자던 시절도 있었다.
자신의 열정을 고스란히 받아내고 음악적인 능력을 향상시켜준 사람은 그의 스승 김태호 씨다. 김태호 씨는 가수 주현미의 키보디스트로 유명하다.
"처음에는 학원을 다녔어요. 제가 열심히 하는 걸 보고 선생님이 자신의 스승을 소개시켜주셨어요. 그 선생님께 음악을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저를 데리고 서울로 가셨는데 그 때 미팅 부터 녹음실, 미팅 현장까지 다 절 데리고 다니셨어요. 이 때 배운 것들이 많아요. 아직 피아노를 친지 1년 밖에 안된 저에게 '영화 음악 만들어'라고 상황을 던져주세요. 느와르 영화를 주셔서 저는 영화 '아저씨'를 20번은 넘게보고 분석했어요. 끝내니 이제는 연극 음악을 만들어보라고 하더라고요. 그러면 또 저는 연출님께 가서 질문도 하고 연극도 보면서 이것저것 만들어요. 그 때 실력은 모자랐어도 어떻게든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습득 한 것 같아요.
자신의 힘으로 온전히 곡을 만들어 발표한 건 2016년 활동하던 밴드 터치유어스의 '드래곤'이다. 이후 해군 군악대로 입대했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2년 동안 수련을 한 시기"였다.
"음악인들이 많다보니 자연스럽게 많은 음악을 접할 수 있었어요. 오케스트라 편곡도 배웠고요. 이 때도 음악적으로 많이 도움이 된 시기였어요."
그가 음악적으로 가장 영향을 받은 가수는 윤하다. 그는 '윤도현의 러브레터'에서 윤하의 무대를 처음 봤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 때가 중학교 3학년이라 음악에 대해 잘 몰랐지만 윤하 씨가 무대를 넓게 쓰는 게 너무 좋았어요. 노래도 너무 잘하고요. 사람마다 어떤 음악을 들었을 때 추억이 떠오르잖아요. 윤하 씨의 노래는 제게 그런 존재입니다. 음악을 직업으로 삼으면 노래를 들을 때 분석하게 되서 기분 좋게 감상을 못하는데, 윤하 씨의 곡은 온전히 감상하게 되더라고요."
오늘의 분위기와 잠골버스란 팀으로 활동하는 정일호는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만족감을 느낀다. 많은 것을 포기하고 선택한 음악이었다. 곡을 만들고 무대에서 피아노를 치는 것 자체가 그의 삶의 큰 재미다.
"성인이 된 후 시작해 어려서부터 음악을 했던 친구들보다 피아노를 잘 칠 수 없어요. 그래서 남들보다 잘하는게 뭘까 고민했죠.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컸거든요. 퍼포먼스에 자신있으니 무대 위에서 건반을 칠 때 서서치기 시작했어요. 보시는 분들이 즐거워하더라고요."
2019년 오늘의 분위기로 싱글 '인형'과 미니앨범 '투데이스 무드'(Today's Mood)를 발표했고 뮤지션 그룹이자 유튜버 잠골버스로 '그 때는 이 거리가 아름다웠다, '이별이 처음인 그대에게'를 발표했다. 그는 신스팝과 발라드를 오가며 완성도의 결정을 짓는 건 가사라고 강조했다.
"멜로디도 중요하지만 가사가 곡을 좌우한다고 생각해요. 작곡은 똑같은 악기, 코드가지고 몇 백년 전부터 만들어져왔어요. 획기적인 곡이 나올 가능성은 크지 않죠. 화성학적으로 어쩔 수 없어요. 그런 노래를 다르게 느끼게 만드는 건 보컬과 언어라고 생각해요. 가사를 최대한 머릿 속에 그림이 그려지게 하려고 노력해요."
정일호는 지난해 엠넷 '너의 목소리가 보여7'에 음치 작곡가로 출연하기도 했다. 당시 라이머와 안현모가 게스트로 끝까지 속이진 못했지만 재미있는 경험이 됐다.
"'너목보7'에 출연하기가 쉽지가 않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한 달만에 메이드 됐어요. 제안을 받고 영상을 보냈더니 작가님께서 바로 미팅을 하자고 하시더라고요. 멀쩡하게 생긴애가 노래를 못부르니 웃겼었나봐요. 방송을 하는 날 실시간으로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몇 백명이 생기더라고요. 미디어의 힘을 체감했죠. 또 출연 후 명절에 집에 내려갔는데 가족들이 너무 좋아해줬어요."
준수한 외모로 잠골버스가 발표한 '그 때는 이 거리가 아름다웠다, '이별이 처음인 그대에게' 두 곡의 뮤직비디오 주인공으로 연기에 도전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연기가 부담됐어요. 첫 곡은 여배우가 리드를 잘해주셔서 잘 마칠 수 있었어요. 다음 곡에는 연기를 했던 기억을 더듬으며 임했죠. 일단 시키면 시선 신경쓰지 않고 하는 스타일이거든요. 또 뮤직비디오를 찍어준 이유영 감독님이 편한 분위기에서 할 수 있게 만들어주셨어요."
현재 그는 자신의 작업실에서 3년 째 숙식을 해결하고 있다. 언제라도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불안하지 않다고.
"눈을 딱 떴을 때 피아노가 없으면 마음이 힘들어요. 뭐든지 해야된다는 생각 때문인 것 같아요. 가끔씩 '내가 이렇게 살려고 음악을 열심히 했나'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후회는 하지 않아요. 이제 집을 알아보려고요.(웃음)"
작곡가로 그의 최종 목표는 빌보드 입성이다. 그리고 아티스트로 오래도록 음악을 하는 것이다.
"열심히 음악하다보면 언젠가 한 번은 가겠지란 생각으로 작업해요. 그래서 장르도 가리지 않고 장르르 치환해 적용하는 공부와 시도를 하고 있고요. 올해도 작업한 곡이 꾸준히 나올 예정이라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