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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크레딧㉖] 작사팀 당케 "덕업일치 행복, 50대에도 공감주는 가사 쓰고파"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1.01.30 09:35
수정 2021.01.30 12:10

당케 "작사는 대중가요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과 공부 필요한 직업"

ⓒ왼쪽부터 이희주, 박우현, 김수빈

플레이리스트에서 음악은 누군가에게 위로를, 누군가에게는 공감과 기쁨을 선사한다. 이같은 노래 한 곡이 발표되기까지 보이지 않는 손들의 노력이 동반된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가수 외 프로듀서, A&R, 엔지니어, 앨범 아트 디자이너 등 작업실, 녹음실, 현장의 한 켠에서 노래가 나올 수 있도록 묵묵히 일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봤다.<편집자 주>


당케(danke)는 김수빈, 박우현, 이희주로 구성된 작사팀이다. 이들은 아티스트에 따라 "너 때문에 하루가 빨개"라고 고백하는 10대 소녀가 됐다가 "숨을 쉴 수 없게 아프면서 황홀하잖아"라고 아슬아슬한 사랑의 경계에서 비틀거리는 남자가 되기도 한다.


2018년 2월 구구단의 '러브 시크'에 처음으로 팀 이름을 올린 이들은, 사실 각자 활동하던 작사가였다. 2016년 같은 작사학원에서 만난 선배 작사가에게 셋이 사기를 당하면서 가까워졌다. 어느새 이들은 같은 직업이란 공통 분모 아래서 서로에게 기대고 의지를 다져나갔고 당케란 팀을 만들어 활동하기로 결심했다.


현재 당케는 동방신기, 태민, 방탄소년단, 갓세븐, 슈퍼엠, 러블리즈, 빅톤, 몬스타엑스 등 국내에서 인기있는 아이돌 가수들의 가사를 쓰고 있다. 혼자라면 하지 못했을 성과라며 돌이켜보면 사기 사건이 전화위복이 된 셈이라고 웃었다.


세 사람의 공통점은 어려서부터 대중가요 덕후였다는 점이다. 김수빈, 박우현, 이희주의 각자 작사가 입문 과정을 들어봤다.


"어려서부터 가요를 좋아해서 작곡 입시를 준비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인문계로 진학하며 음악 쪽 직업은 저와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며 살았어요. 그래서 일반 회사에 다녔죠. 회사를 다니는 일상이 지루하고 공허한 와중에 우연히 작사학원이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학원이 있다면 나도 시도를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등록했어요. 수강도 어렵고 학원생끼리 경쟁도 치열해서 학원도 옮겨보며 꾸준히 하다 2016년 11월 비에이피(B.A.P)의 '스카이 다이브(Sky dive)'란 곡으로 입봉했어요."(김수빈)


"저도 어려서부터 라디오에 흘러나오는 노래나 랩을 줄줄 외울 정도로 좋아했어요. 고등학교 때도 대중가요부란 동아리가 있어서 매주 노래방에 가는 클럽 활동도 했고요. 지금은 없어졌답니다.(웃음) 노래와 글 쓰는 걸 좋아하다보니 작사란 분야를 알게 됐을 때 이것보다 더 제게 완벽한 직업은 없겠다 싶었어요. 그 때쯤 작사학원이 조금씩 생겨나고 있을 때라 자연스럽게 알게 돼 등록했어요. 생각보다 녹록치 않고 데뷔하는데 시간이 정말 오래 걸렸지만 빅스의 '데스퍼레이트'(Desperate)로 2016년에 데뷔를 하게 됐어요. 그리고 지금은 전우애로 다져진 친구들과 함께 하고 있고요."(박우현)


"고등학생 때 동방신기를 너무 좋아했어요. 노래도 좋아하고 글쓰는 걸 좋아하는 내가, 오빠들과 같이 할 수 있는 일이 어떤게 있을까 고민을 하니 작사가 결론으로 나오더라고요. 작사하면 동방신기 오빠들과 나란히 이름을 올릴 수 있잖아요. 저도 당시에는 등용문 자체가 학원 밖에 없었어요. 학원을 통해 작사를 배우고 소녀시대 '원 라스트 타임'(One last time)이란 곡으로 데뷔했어요."(이희주)


당케는 동방신기의 '온니 포 유'(Only for you)를 작사했으니 그야말로 덕업일치다. 이희주는 "13년 전 나에게 큰 선물을 해준 느낌"이라면서 미소를 지었다.


비트메이커, 탑라이너로 역할이 나눠져 작곡가들이 팀으로 활동하는 경우는 많지만 작사팀은 비교적 많지는 않다. 셋이서 가사를 쓰는 과정과 의견 조율이 궁금했다.


"소재에 대한 건 자유롭게 던지는 편이에요. 제목부터 던진 다음에 작업을 따로 할 때도 있고, 한 사람이 초안을 뽑으면 나머지 사람이 수정해서 완성을 하기도 하고요. 일단 공동작업이란 전제 하에 방식은 다양하게 시도하는 편입니다."(이희주)


"다수결을 원칙으로 무조건 따르기로 했어요. 그래도 정말 한 번 해보고 싶다고 주장하면 받아들여주긴 해요. 사실 우리끼리 서로 절대 안된다고 자르는 일은 없는 편입니다."(김수빈)


"저희가 성격도 다 비슷해요. 셋이 만나면 바이브가 하늘로 날라가요. 셋다 유하고요. 그래서 싸우는 일이 잘 없어요. 사람들이 미리 싸워놔야 한다고 하는데, 저희는 셋 다 성격이 영원히 안보겠다고 생각한 경우만 싸워가지고요. 그래도 아쉬운건 감정 상하지 않게 이야기는 해요."(박우현)


가사를 쓸 때 발음, 스토리, 라임, 임팩트 등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뤄야할 것들이 많다. 당케에게 가사 쓸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인트를 물으니 '전부'라고 한다. 중요한 요소들을 모두 체크해 수정을 거듭해도 채택되지 못하는 일이 부지기수라 무엇하나도 놓칠 수 없다.


"전반적으로 다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멜로디에 붙는 단어, 표현의 임팩트, 라임, 중요하지 않은게 없어요. 굳이 또 따지자면 마감은 무조건 지켜야 해요. 저희끼리는 소속사의 마감보다 조금 더 이르게 데드라인을 정해놓습니다. 제출할 때 전혀 무리가 없도록 하기 위해서죠."(이희주)


"작사가는 싱어송라이터가 아니고, 에세이집을 내는게 아니기 때문에,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쓴다기보단 회사의 리드, 아티스트의 콘셉트를 우선시 해야 해요. 나의 무엇을 구현시킨다는 생각을 내려놓는게 중요해요."(박우현)


당케의 곡을 들으며 작사를 연습하는 지망생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건, 데뷔까지 걸린 물리적인 시간이었다. 아무래도 데뷔의 문이 좁다보니 데뷔할 수 있다는 확신이 희미해지고 지쳐가기 때문일 것이라며 자신들의 경험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단기적으로 보지말고 멀리보라"고 조언했다.


"평균적으로 말하긴 어려워요. 무조건 버티면 성공하냐면 물어보신다면, 데뷔는 성공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학원에서 구르다보면 기회가 많기 때문에 버텨서 데뷔까지 하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 그런데 그 이후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 여러 곡을 쌓아서 내가 업으로 작사가를 할 경우에는 날을 많이 깎아서 독하게 할 필요가 있어요. 학원 수강생을 보면 모두 생업과 병행을 하고 있어요. 작사가 하고 싶어도 회사 일이 있으면 거기에 먼저 치중해야 하는게 현실인데, 그럴 때는 잠이라도 포기해야 해요. 나랑 타협없이 나한테 가혹하게 굴면서 해나갈 필요가 있어요."(이희주)


"저는 100곡을 넘게 쓰고 데뷔했어요. 그만큼 쉽지 않아요. 데뷔까지 평균을 말할 순 없지만, 작사 공부해서 데뷔로 끝낼 거 아니잖아요. 잘하고 열심히 하는 사람은 기회가 와요. 갯수가 중요치 않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길게 보셨으면 좋겠어요."(박우현)


"적어도 10~15년은 내다보신다면 조급함이 덜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데뷔하고도 자리를 빨리 잡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데뷔까진 힘들었지만 이후에 잘 풀리는 사람도 있어요. 정기적으로 봤을 때 어떤 일이든지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 쌓아야 하는 물리적인 시간이 있잖아요. 작사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단기간에 좌절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이희주)


당케가 쓴 수많은 곡 중 가장 좋아하는 곡을 뽑아달라 부탁했다. 한참 대답을 고민하던 이들은 팀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곡을 꼽고 이유를 들려줬다.


"러블리즈의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우리'가 당케에게 큰 힘이 됐어요. 요즘은 작업하지 않는 스타일의 노래라 그리움도 묻어있고요. 또 아이유님이 가창하신 '인투 디 아일랜드'(Into the I-LAND)'도 너무 좋아해요. 아이유 씨가 가창한 노래 세 음절 듣자마자 기절할 뻔 했어요.(웃음) 만나지 못할 아티스트라고 생각했거든요. 이번에 외국 작곡가분들과 작업도 하셨더라고요. 언젠가 또 작업할 수 있길 기대하고 있어요."(박우현)


"저도 러블리즈의 곡인데요. '꽃점'이란 노래가 당케에 터닝포인트가 된 곡이라 애틋해요. 울림엔터테인먼트가 기존에 일했던 작가들과 소통하는 특징이 있어요. 그래서 저희는 기대조차 안했던 회사였고요. 그런데 생각지도 못하게 급하게 의뢰가 왔는데 성사가 됐어요. 이 곡을 기점으로 새로운 기회들이 들어오기 시작하더라고요. 요즘은 해외시장을 겨냥하다보니 강렬한 곡들이 훨씬 많아졌어요. 그래서 예쁜 가사를 쓸 일이 많지 않은데, 드물게 그런 작업을 할 수 있었던 곡이네요."(이희주)


당케의 강점은 끈끈한 우정으로 같은 직업과 취향을 공유한다는 점이다. 이들은 셋이 아니었다면 지금의 성과는 없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직장 동료이자 제일 친한 친구들이죠. 이 업계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할 수 있는 이야기는 한정돼 있고 무조건적인 공감을 요구할 수도 없어요. 요즘은 성사되는 곡들이 많아졌잖아요. 그래도 저는 여전히 기쁘거든요. 그걸 온전하게 나와 함께 기뻐하고 슬퍼해줄 사람들이 있다는게 참 좋아요."(김수빈)


"우리는 정서적인 유대가 강한 팀입니다. '너네 그러면 안싸워?', '수입 N분의 1 싫지 않아?'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듣는데, 각자 하는 것보다 셋이 하는게 좋아요. 그 이유는 셋이 아니었으면 이렇게 잘되지 못했을 테니까요. 힘들면 서로에게 기대면서 흔들리지 않고 작업할 수 있음에 감사해요."(박우현)


당케의 목표는 최대한 현역에서 오래도록 활동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음악 방송을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챙겨보고 오후 6시에 나오는 신보를 꼼꼼히 확인하고 서로의 의견을 공유한다. 업계 트렌드가 빨리 바뀌는 이 시장에서 성장의 고삐를 놓을 수 없다.


이 업계에서 최대한 오래 살아남고 싶어요. 쉰 살이 넘어도 누가 들어도 공감할 수 있는 가사를 쓰고 싶어요. 우리 이름으로 된 회사를 세운다는 그런 거창한 계획보단, 지금 정도의 밀도로 오래 일하고 싶어요."(이희주)


"우리의 최장점은 친근함 같아요. 위클리 '태그미'(Tag me)는 10대 친구들도 많이 공감해줬어요. 김수찬의 '엉덩이' 리메이크 곡을 개사했었는데, 그 때는 중장년 분들의 반응이 엄청났고요. 노래 하나로 위로를 받고 기분이 좋아지기도 하잖아요. 그런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으면서 공감도 줄 수 있는 친구같은 작사팀이 되고 싶어요."(박우현)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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