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 임단협 장기화 조짐…XM3 수출 발목 잡나
입력 2021.01.26 11:27
수정 2021.01.26 11:33
구조조정, 임단협 놓고 노사 갈등…노조 내주 파업 찬반투표
XM3 수출 차질로 경영난 심화 우려…생존 위기 내몰려
르노삼성자동차의 2020년 임금·단체협약(임단협) 교섭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르노삼성 노조는 회사측의 구조조정과 임단협 제시안 부재를 문제 삼으며 다음달 쟁의행위를 앞두고 있다.
지난 해부터 긴축경영에 돌입한 르노삼성은 노사 갈등으로 XM3 수출 차질을 빚게될까 우려하고 있다. 수출물량 배정을 좌우할 르노그룹 본사마저 수익성 제고를 압박하는 상황에서 지속 가능성을 더 이상 담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잇따른다.
26일 르노삼성에 따르면 이날 오후 노사는 5차 본교섭을 갖는다. 앞서 양측은 지난해 7월 킥오프 미팅을 시작으로 9월까지 6차례에 걸쳐 실무교섭을 진행했다. 이후 노조위원장 및 지도부 선거 일정 등으로 교섭이 잠정 중단됐다.
노조 집행부가 4대에서 5대로 바뀐 뒤 사측의 요청으로 지난 7일 처음으로 임단협 본교섭이 진행됐다. 노조위원장과 경영진이 직접 대면하는 본교섭이 성사되면서 설 연휴 이전 타결 기대감을 높였으나 현재까지 별다른 진전은 없는 상태다.
이에 대해 르노삼성 노조는 "지난 21일 진행된 4차 본교섭까지 사측이 아무런 제시안을 내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희망퇴직이 마무리되는 2월 말이나 돼야 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사측이 밝혔다"고 전했다.
같은 날 르노삼성은 실적 부진 및 고정비 증가에 따른 재정 악화로 회사 전체 정규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조직의 구조개선과 함께 현재의 판매 및 생산량에 대응하는 고정비, 변동비의 축소 및 탄력적 운영 등을 위해서는 희망퇴직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실제 르노삼성은 지난해 전년 대비 34.5% 감소한 11만6166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고, 특히 미국 수출용 닛산 로그 수탁생산 계약이 종료되면서 전체 판매의 절반가량을 책임져야 할 수출이 77.7%나 감소한 2만227대에 머물렀다.
이에 르노삼성은 지난해 9월 말부터 휴업과 야간 생산 폐지 등 단축 조업을 하는 등 긴축경영에 착수했다. 유동성 확보를 위해 최근 일산 테크노스테이션(TS) 부지까지 매각했다.
그러나 노조는 사측의 희망퇴직 및 자산매각과 임단협 제시안 부재를 문제 삼으며 본교섭으로 미뤄뒀던 쟁의행위를 재개하겠다는 입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다음주 진행한다. 정확한 날짜는 미정"이라고 말했다.
당초 노조는 지난 8~9일, 11~12일 파업 찬반투표를 시행할 예정이었다. 작년 10월 중앙노동위원회의 쟁의조정 중지 결정을 받아 쟁의권을 확보했기 때문에 조합원 찬반투표만 거치면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다.
그러던 중 사측이 올해 1월 임단협 본교섭을 하자고 먼저 손을 내밀면서 노조는 찬반투표를 연기했다. 본교섭에 집중한 뒤 파업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임단협 교섭이 진척될 조짐을 보이지 않자 노조는 강경 대응으로 입장을 바꿨다.
노조가 찬반투표를 가결하고 파업에 돌입할 경우 이제 막 수출을 시작한 XM3 생산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5일 유럽 수출을 시작한 XM3는 르노 본사의 계획 물량만큼 차질 없이 만들어 보내더라도 과거 닛산 로그 물량을 대체하는 데 한계가 있다. 로그의 경우 계약 물량이 연간 10만대에 달했으나 XM3는 현실적으로 잘해야 5만대 수준에 머물 것으로 회사측은 예상하고 있다.
르노삼성으로서는 수익을 최대한 높이기 위해 최대한 수출 물량을 맞춰야 하지만 노조가 강경 대응에 나선다면 가까스로 버티고 있는 현 상황을 유지하기 힘들어진다. 더욱이 르노그룹은 르노삼성에 수익성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상태여서, 본사의 실적 압박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앞서 루카 데 메오 르노그룹 CEO는 14일(프랑스 현지 시간) 경쟁력 강화를 위해 수익성을 중심으로 경영 전략을 전환하는 그룹의 새로운 경영전략안 ‘르놀루션(Renaulution)’을 발표했다.
긴축재정이 불가피한 르노삼성으로서는 노조에 기본급 동결 등 긴축재정에 협조할 것을 호소할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그러나 노조는 기본급이 인상돼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지난해 노조가 내놓은 요구안은 기본급 7만1687원(4.69%) 인상과 일시금 700만원 지급, 노조 발전기금 12억원 출연, 휴가비·성과급(PS) 인상 등이었다.
임단협을 둘러싸고 노조와의 힘겨루기가 지속되고 생산 차질이 발생할 경우 르노삼성의 지속 가능성은 더욱 불투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전직원 희망퇴직에 앞서 르노삼성 임원들은 이미 총원의 40%를 구조조정하고 남은 임원들도 임금의 20%를 삭감하며 고통분담에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닛산 로그를 생산할 당시처럼 글로벌 경기가 좋지 않은 데다 르노그룹 본사의 상황도 나빠지고 있다"면서 "르노삼성은 자체 체질 개선 없이는 앞으로의 미래를 장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