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 CEO, 르노삼성 노조 신차배정 요청에 "르노삼성 경쟁력 의문"
입력 2021.01.20 09:59
수정 2021.01.20 10:00
"3~4개 교체 모델 검토 중이나 한국서 생산할지는 몰라"
고임금·근무강도 완화 요구하며 사측과 대립 중인 노조에 일침
르노삼성자동차 노동조합이 르노그룹 CEO에게 신차배정을 요청했다가 사실상 거절을 당했다. 르노삼성의 경쟁력에 의문을 표하며 즉답을 피한 것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루카 데 메오 르노그룹 최고경영자(CEO(는 14일(프랑스 현지 시간) 경쟁력 강화를 위해 수익성을 중심으로 경영 전략을 전환하는 그룹의 새로운 경영전략안 ‘르놀루션(Renaulution)’을 발표했다.
전세계 사업장과 노동조합 등이 참여한 가운데 화상회의 방식으로 진행된 이번 발표 직후 박종규 르노삼성 노조위원장은 데 메오 CEO에게 “한국 시장에서는 중·대형 SUV의 인기가 높고 모델 체인지 주기도 5년 이내지만 SM6와 QM6 후속물량이 늦어지면서 시장 대응이 힘들다”면서 이에 대한 대응 계획에 대해 물었다.
이에 데 메오 CEO는 “3~4개 정도의 모델이 교체 모델로서 흥미로울 것으로 본다”면서도 “그렇다고 한국에서 생산할지는 모르겠다”며 사실상 거절 의사를 밝혔다. 이어 “경쟁력이 중요하지만, 르노삼성의 경쟁력에 약간의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이같은 데 메오 CEO의 반응은 그간 르노삼성이 잦은 파업으로 생산차질을 빚으며 르노그룹 수뇌부가 우려를 표해왔던 상황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1월 르노삼성 노사가 2019년 임금교섭을 마무리 짓지 못하고 노조가 게릴라식 파업을 벌이는 등 갈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르노그룹 2인자인 호세 비센테 데 로스 모소스 제조·공급 담당 부회장이 르노삼성 부산공장을 찾아 부산공장 경쟁력 약화를 지적했었다.
당시 데 로스 모소스 부회장은 “3년 전에는 부산공장이 르노 공장에서 가장 경쟁력이 있었다”면서 “지금은 품질·비용·시간·생산성(QCTP) 측면에서 경쟁력을 많이 상실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는 “르노 본사에선 한국 공장은 또 파업이냐는 말이 나온다. 르노삼성이 유럽 수출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선 노사 갈등부터 해소해야 할 것”이라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르노삼성 노조가 큰 폭의 기본급 인상과 거액의 일시금 지급, 근무강도 완화 등을 요구하며 지난해 임단협 교섭이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다.
노조의 요구대로 임금을 올려주고 근무강도를 완화하면 비용이나 생산성 측면에서 경쟁력이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노조는 지난해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쟁의조정 중지 결정을 받아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는 권한을 확보한 상태로, 조합원 찬반투표만 앞두고 있다.
지난해 7월부터 르노그룹의 수장을 맡게 된 데 메오 CEO 역시 ‘파업 공장’으로 낙인이 찍힌 르노삼성의 상황을 전달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르노삼성의 경쟁력에 문제를 제기한 것도 결국 노사 갈등을 해결하는 게 선결 과제라는 점을 지적한 셈이다.
한편, 데 메오 CEO는 이번 르놀루션 발표에서 2023년까지 그룹 영업 이익률 3% 이상을 달성하고 이때까지 3년간 약 30억유로의 현금 유동성을 확보한다는 내용의 고강도 긴축 경영계획을 내놓았다.
이를 위해 각종 불필요한 비용은 물론, R&D와 설비 투자 비용까지 기존 수익의 10% 수준에서 8% 이내로 절감하는 내용이다.
특히 한국의 르노삼성을 비롯, 라틴아메리카와 인도 사업장은 수익성을 더욱 강화할 것을 강조했다. 르노삼성 임원들은 이미 40%가 회사를 떠나고 남은 이들도 임금이 20% 삭감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