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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동장에도 '빚투' 늘린 개미…못 갚은 돈 13년 만에 최대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입력 2020.10.26 05:00 수정 2020.10.25 21:06

올 10월까지 반대매매 금액 3조594억원…전년 동기比 1조4517억원 급증

9월 하락장서 신용융자 16조3505억원까지 상승…"변동장 빚투 유의해야"

개미들의 '빚투'가 역대급으로 늘어나면서 이를 갚지 못한 돈을 의미하는 '반대매매' 규모도 금융위기 이후 최대치로 증가했다. ⓒ픽사베이 개미들의 '빚투'가 역대급으로 늘어나면서 이를 갚지 못한 돈을 의미하는 '반대매매' 규모도 금융위기 이후 최대치로 증가했다. ⓒ픽사베이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을 사기 위해 빌렸다가 갚지 못한 돈이 13년 만에 최대로 불어나면서 3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롤러코스터와 같은 시장 흐름에서도 빚을 내 투자하는 이른바 '빚투'를 역대급으로 늘리다 손실이 발생하자 상환을 미룬 결과다. 이처럼 과도한 빚투로 인한 우려가 현실화화면서 무리한 투자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경고가 나온다.


2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이번 달 21일까지 전체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실제 반대매매금액은 3조594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1조6077억원보단 90.2%(1조4517억원) 급증한 규모다. 전체 기간으로 봐도 지난 2007년 3조3616억원 이후 처음으로 10개월 만에 3조원을 돌파했다. 금융위기 이후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반대매매는 개인 투자자가 주식매입을 위해 빌린 돈을 제때 상환하지 못할 경우 증권사가 주식을 강제로 팔아버리는 거래를 의미한다. 개인들이 주로 사용하는 신용거래융자나 예탁증권담보융자는 주식을 담보로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리는 것이다. 증권사는 대출금 상환에 필요한 수량만큼을 하한가로 계산해 팔아 손해를 방지한다. 이에 빚을 진 투자자 입장에서는 반대매매로 인해 큰 손실을 볼 수도 있다.


반대매매 규모는 최근에 급증하는 모양새다. 지난 달 하루 평균 반대매매금액은 200억2400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007년 7월 일평균 반대매매금액이 217억3900만원까지 오른 이후 13년 만에 200억원을 돌파한 규모다. 이번 달에도 21일까지 12거래일 동안에만 하루 평균 174억원에 달하는 반대매매가 이뤄졌다. 올해 7월 일평균 반대매매 거래규모가 141억1900만원이던 걸 고려하면 불과 2~3개월 만에 30~40억원이 넘는 대출 미수금이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반대매매가 급증하는 추세를 나타내는 이유는 급증하고 있는 빚투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유입되기 시작한 개미(개인 투자자)들은 증권사에서 빌린 돈을 활용해 주식을 거래하고 있다. 지난해 월 평균 9조7133억원이던 신용거래융자 규모는 올해 9월까지 11조8394억원으로 21.8%(2조1261억원)나 급증했다. 특히 지난달 신용융자 월평균 잔액은 16조3505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데일리안 ⓒ데일리안

문제는 최근 코스피 장세가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극심한 변동장세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만해도 코스피는 2272.7(9월 24일)에서 2443.58(9월 15일) 사이에서 움직이며 변동폭을 키웠다. 특히 지난달 22일과 24일 코스피는 각각 2.38%, 2.59%씩 급락하면서 하락장세를 나타냈다. 이렇게 하락장이 나타나면 손해를 보는 투자자가 늘어나게 된다. 주식투자에서 손실이 발생하면 빚투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개미들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변동장세와 연동한 빚투 증가세는 이번 달에도 지속되고 있다. 코스피 시장에서 이번 달 13일부터 16일까지 4거래일 간 연속 하락하는 등 약세가 뚜렷하게 나타나는 동안 신용융자잔액은 17조3777억원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이와 함께 ▲16일 218억1100만원 ▲19일 209억300만원 ▲20일, 242억7100만원 ▲21일, 202억1000만원 등 4일 연속 반대매매 금액은 200억원을 넘기면서 손실리스크가 커지는 모양새를 나타냈다.


최재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올해 지속해서 유입된 시중 유동성이 낙관적인 증시 전망을 유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는 신용잔고 등 빚투는 추후 하락장으로 인해 증시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대량의 반대매매를 발생시켜 손실 리스크를 키우는 요인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변동·조정장세에서의 빚투를 주의해야 한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어 최근 광풍이 몰아친 공모주가 급락하면서 대량의 반대매매가 쏟아져 나와 투자 손실이 확대되는 양상인 만큼 소문을 따라가는 무리한 투자에 대한 주의도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황세운 상명대 DnA랩 객원연구위원은 "지금처럼 주가가 조정을 받고 있는데도 조만간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라 예측한 투자자들이 신용융자를 늘리면서 반대매매도 함께 늘어나는 추세"라며 "빚투는 어디까지나 개인이 활용할 수 있는 투자수단이긴 하지만 시장 건전성 측면 등을 고려하지 않으면 언제든 반대매매를 통해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융자를 내기 전에 더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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