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의 100시간] "보수재건" "李대통령으론 안돼"…'존재감 각인' 한동훈
입력 2026.06.08 06:00
수정 2026.06.08 06:00
당선 후, 회견·등원·참배·법안준비 등 일정 '꽉꽉'
당권파·李대통령 비판, 선관위 개혁으로 주목도↑
국힘 복당엔 '속도조절'…친한계와는 함께 발맞춰
'투쟁·통합·당권' 등 과제도…향후 행보에도 눈길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지난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첫 등원 전 취재진과 지지자들 앞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국회의원 당선 직후 보수 재건부터 중앙선거관리위원 부실을 지적하는 등 뚜렷한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특히 당내 문제와 부실 선거 관리 지적을 통해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공세를 한꺼번에 펼치면서 순식간에 가장 주목 받는 정치인으로 떠올랐다는 평가다. 다만, 여전히 보여준 모습이 제한적인 만큼 추후 대여 투쟁, 당내 통합, 총선 승리 등으로 한 의원이 스스로를 증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동훈 의원은 지난 4일 새벽 부산 북갑 국회의원 당선이 확정된 후, 같은 날 오후 부산에서 기자회견을 열면서 첫 일정에 시동을 걸었다. 먼저 3자 구도로 펼쳐졌던 부산 북갑 선거서 승리한 것에 대해 "국민들이 현명하고 위대한 판단을 했다"며 감사의 뜻을 전한 한 의원은 곧바로 자신의 생각을 풀어나갔다.
한 의원이 회견에서 꺼낸 핵심 메시지는 '보수 재건'이었다. 이를 위해 한 의원은 장동혁 체제로 대표되는 당권파를 향해 날을 세웠다. 그는 당시 회견에서 "지금 국민의힘을 마치 대표하는 것처럼 보이는 당권파의 언행들은 보수 정당이 가져온 품격이나 실력에 맞지 않는다"며 "그런 부분을 이제는 반성하고 방향을 제대로 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어 "지금까지 보수 정치가 정치 세력의 이익과 정치 공학을 앞장 세운 면이 없지 않다"며 "먼저 왜 정치를 하는지에 대한 공감대를 통해 보수를 재건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것이 지금 이 선거를 통해 드러난 시대정신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경고도 잊지 않았다. 한 의원은 "(국민들이) 이재명 민주당 정권에 대해서도 의미 있는 경고를 해주셨다고 생각한다"며 "공소 취소와 같은 협잡을 시민들이 어떻게 판단하는지 평가받아보겠다는 얘기를 선거운동 기간 내내 했다. 그 점을 제대로 받아들이라고 저는 경고한다"고 일침했다.
다음날인 5일에도 한 의원의 행보는 계속됐다. 이번엔 부산이 아니라 국회의원으로 처음 등원한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였다. 법무부 장관 취임식과 당대표직 사퇴 당시 착용했던 갈색 훈민정음 넥타이를 매고 지난 5일 국회 본회의장 앞 계단에 선 한 의원은 "저는 2024년 12월 3일 밤 바로 이곳에 있었다"며 "그날 제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국민의힘 대표로 했던 결단과 행동으로 정치적인 형극의 길을 걸었다"고 운을 뗐다.
또 그는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고 해도 저는 같은 길을 걸었을 것"이라며 "지역을 발전시키고, 보수를 재건하고, 권력의 폭주를 막으라는 시민의 강력한 바람을 성실한 의정활동으로 실천하겠다. 동료 시민을 섬기고 동료 의원의 말을 경청하겠다"고 다짐했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지난 4일 오후 부산 북구 선거사무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소감을 전하고 있다.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첫 본회의에 참석한 후 한 의원은 다시 보수 재건에 대한 목소리를 꺼냈다. 그는 본회의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보수는 재건돼야 한다. 보수 정치는 지금 같은 상태로는 미래가 없다"며 "저는 국민의힘이 잘 되길 바라는 사람이다. 당을 잘 되게 해야 한다는 분들이 국민의힘에 많은데 지금도 많고 앞으로 훨씬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날이자 현충일이었던 6일에도 한 의원은 바쁘게 움직였다. 부산 유엔 기념공원을 찾아 6·25 참전용사들에 대해 참배를 마친 한 의원은 "한 나라의 품격은 그 나라가 어떤 사람을 기억하느냐에 달려있다"며 "참전했다 돌아가신 분들, 이런 영웅들을 제대로 기억하는 나라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보수의 주요 가치 중 하나인 안보와 보훈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 이후 한 의원은 최근 논란으로 떠오른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꼬집으며 선관위 개혁에 나서겠단 뜻을 피력했다. 그 시작은 지난 6일 페이스북이었다. 그는 "여야가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해 뜻이 다르지 않으니 국정조사를 당장 실시하고 나아가 특검까지 가용한 모든 방법을 총동원해야 한다"며 "선관위 주도의 부실선거를 끝장내자"고 주장했다.
특히 한 의원은 "선거법에서 선거운동의 자유에 관한 부분은 대폭 풀어서 국회가 선거를 의식해서 선관위 견제에 소극적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투표용지를 보란 듯이 흔들어놓고 투표용지 부족에 대해서는 뜨뜻미지근한 이재명 대통령에게는 기대할 것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 같은 한 의원의 '선관위 개혁 선언'은 7일에 구체화 됐다. 그는 7일 페이스북에 "중앙선관위에 대해 외부감사를 할 수 있도록 감사원법 개정안을 (1호 법안으로) 발의하겠다"고 적었다. 그는 "선관위가 전혀 감시받지 않는 성역이 되면서 선거관리의 기본조차 위협받는 정도에 이르렀음이 확인된 이상, 이 문제는 새로운 입법을 통해 분명하게 바로잡아야 한다"며 법안 발의 이유까지 밝혔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한 의원은 "전국 선거 기간 선관위 직원들의 무분별한 휴가 휴직 사용을 제한하는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페이스북에 적으면서 2호 법안까지 예고했다. 1·2호 법안이 모두 선관위 개혁법안인 것이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지난 5일 친한계 의원들과 함께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첫 등원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한 의원의 법안 발의에 친한계들은 즉각 반응했다. 배현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감사원법 개정안'을 언급하며 "한 의원의 1호 법안 공동 발의하겠다"고 적었다. 청년최고위원인 우재준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한 의원의 1호 법안을 공유하며 "공동발의하겠다. 국가기관에 성역은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해당 법안들과 친한계의 공동발의는 한 의원이 반복해온 보수재건과 궤를 같이 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 의원은 지난 5일 본회의에 앞서 함께 자리한 친한계 의원들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 "보수 재건은 말할 자격이 있는 보수, 이길 수 있는 보수, 정권을 되찾을 수 있는 보수를 만들자는 것"이라며 "저는 그 미래에 공감하는 모든 보수세력과 함께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서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보수재건이라는 게 그동안 명확히 와닿지 않았는데, 선관위 관련 법안을 제출하겠단걸 보면서 국민적 분노가 있거나 비상식적인 부분을 고쳐나가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 같다"며 "거기다 친한계가 세력을 형성해 뒷받침해주는 모습까지 나오니 정부여당은 물론 당권파와 어떻게 싸워나가겠다는 것까지 한 번에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원내에 입성한데다 세력까지 갖췄지만 한 의원이 아직 넘어야 할 산은 있다. 국민의힘으로의 '복당'이 대표적이다. 현실적으로 한 의원이 국민의힘에 복당하기 위해선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는 장동혁 대표가 한 의원의 제명을 취소하고 복당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실현 가능성이 제로에 가깝다.
두번째는 장동혁 대표 체제가 붕괴된 후 새로 들어설 비상대책위원회가 한 의원의 복당을 허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장 대표의 사퇴 가능성이나 최고위원회의 궐위 가능성이 희박한 만큼 현실화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세번째는 한 의원이 자신에게 내려진 제명 처분에 대해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방안이다. 하지만 이 카드는 한 의원은 물론이고 친한계 의원들도 최후의 상황까지 꺼내들지 않을 생각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지난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자리에 앉아 본회의장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한 의원은 지난 4일 TV조선 인터뷰에서 "부당하게 제명당했을 때 반드시 돌아온다고 말씀드렸다"면서도 "복당이라는 행위 자체에 너무 포커스를 맞추면 괜히 싸움이 일어날 수 있다. 크게 서두르려고 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속도조절에 나설 것이라는 뜻이지만, 그에게 있어 복당이 가진 의미는 남다르다. 차기 당권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가 이른 사퇴를 결심한다면 곧바로 새 당대표를 뽑는 전당대회가 열리게 된다. 만약 장 대표가 내년 8월까지 임기를 채운다고 하면, 그 이후에 전당대회가 예정돼 있다. 정치권에선 어느 쪽이든 한 의원 입장에서는 당권을 쥐는 쪽이 유리하다고 평가 하고 있다. 한 의원이 국민의힘 대표가 되면 차기(2028년) 총선 공천권을 쥐게 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한 의원이 선택한 전략은 우선 당밖에서의 투쟁으로 존재감을 부각시키겠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당선 후 100시간 동안 쉬지 않고 보수 재건을 이야기하고, 선관위에 대한 감사를 실시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의 감사원법 개정안 발의, 이 대통령과 대립각 세우기 등은 자신의 존재감을 키우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한 의원은 이미 부산에서 혼자 힘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전국민에게 인식 시켰다"며 "이제 국회에 들어왔으니 그걸 어떻게 현실로 만드는지를 보여주면 자연스럽게 여론이 따라붙게 된다"고 분석했다.
차기 당권과 선명한 대여투쟁 및 통합을 위시한 보수재건은 한 의원이 차기 대권으로 나아가기 위한 조건으로 거론되고 있기도 하다. 또 다른 국민의힘 의원은 "한 의원이 대단한걸 보여준건 맞지만 아직 초선에 무소속 의원인건 변함없는 사실"이라며 "싸우는 모습과 당내 통합 그리고 총선 승리를 이뤄내는 모습이 있으면 분명히 대권가도를 달리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