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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도증액에 금리인하까지…'빚투' 권하는 증권사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입력 2020.06.15 05:00
수정 2020.06.14 20:53

주식시장 유입된 개미들, 6~8%대 고금리 빚투 11조6471억원까지 늘려

일부 증권사 자기자금으로 신용공여 시작…타증권사는 금리인하 이벤트

서울 여의도 증권사 전경 ⓒ김민석 기자

개인 투자자가 연일 증권시장에 몰려들어 빚 투자금액이 늘어나자 증권사들은 부족한 한도를 증액하거나 신용거래융자 금리를 낮춰 대출 고객 모시기에 나서고 있다. 일각에서는 증권사의 빚투 고객 모시기가 지속될 경우 향후 조정장세에 진입할 때 투자자의 손실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지난주 자사 신용거래융자 설명서를 일부 수정해 신용공여 재원을 기존 유통융자에서 자기융자로 바꿔 적용하기 시작했다. 신용거래융자는 증권사가 투자자에게 주식을 구매할 돈을 빌려주는 서비스를 뜻한다. 신한금융투자도 자기융자를 사용해 최대 30억원의 대출한도를 제공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설명서에 유통융사 매수 이후 주권교체권리가 발생하면 자기융자로 자동 전환하고 있다.


통상 증권사들은 고객에게 돈을 빌려주기 위해 한국증권금융에서 대출을 받아온다. 이를 유통융자라고 한다. 가령 증권사가 유통융자 방식으로 고객에게 신용융자를 제공한다면 증권사는 일정 수준의 금리를 한국증권금융에 내야 한다. 하지만 자기융자 방식을 선택하면 자기자금을 직접 빌려주기 때문에 약간의 조달금리를 뺀 이자수익을 취할 수 있다. 차이가 크진 않지만 통상 자기융자가 유통융자보다 이자수익이 더 높다.


증권사들이 자기융자를 선택한 이유는 유통융자를 통해 제공할 수 있는 신용공여 한도가 부족해서다. 증권사들은 한국증권금융과 매년 고객에게 신용거래융자 제공하기 위해 필요한 대출금액을 미리 협의한다.


하지만 올해 개인 투자자가 대거 주식시장에 몰려 신용공여 금액이 급증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한국증권금융 대출한도가 꽉차 '비즈니스 확대'가 여의치 않게 되면서 선제적으로 한도를 늘리는 조치를 취하고 나선 것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금액은 11조6471억원을 기록했다. 51거래일 연속 증가세다. 올해 최저치였던 지난 3월25일의 6조4075억원과 비교하면 약 3개월 만에 81.7%(5조2396억원) 급증했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은 한국증권금융과 한도를 정해놓고 대출을 시작하는데, 그 한도가 초과 돼 증액 협의를 해야 할 상황이 온 것"이라며 "향후 유통융자로 되돌릴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데일리안

증권사에게 있어 신용거래융자를 통한 이자수익은 포기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대출 기간 별로 적용되는 금리는 최저 3.9%(1주일)에서 최대 11%(6개월)까지 다양하다. 11일 기준 투자자가 1달에서 2달의 기간 동안 증권사에서 돈을 빌리려고 하면 평균 7.8%라는 금리를 내야 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28개 증권사의 신용거래융자 이자수익은 1834억7759만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의 1801억8659만원보다 1.8%(32억9100만원) 늘어난 규모다. 증권사 실적을 뒤집을 정도로 큰 규모는 아니지만 포기하기엔 아쉬운 수준이다. 더군다나 최근 빚투 금액이 급증하고 있는 만큼 2분기 이자수익은 더 클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증권사들 입장에서는 신용거래융자에 고객을 유입시켜 이 상황을 유지해야 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SK증권은 이달 1일부터 첫 신용거래 고객을 대상으로 30일간 신용융자 이자를 받지 않는 이벤트를 실시했다. 한화투자증권, DB금융투자는 신규 계좌개설 고객에게 금리 혜택을 제공한다. 한국투자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일정 기간 신용거래를 이용하지 않은 고객에게 6~8%대 대출금리를 2~3%대로 낮춰 제공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신용공여에 대한 수요가 있으니 공급에 차질이 생겨선 안 되는 만큼 재원을 어떻게 조달하든, 금리를 어떻게 선택하든 증권사의 자유로운 선택"이라면서도 "유동성으로 증시가 지탱되고 있는 만큼 조정장에 대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벤트에 편승해 신용공여 투자를 하게 된다면 그만큼 손실 리스크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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