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반도체 코리아, 미·중 갈등 영향 아직은 미풍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입력 2020.05.31 06:00 수정 2020.05.31 05:25

양국 갈등, 무역에서 정치적 이슈로까지 확대 조짐

화웨이 제제는 시스템반도체...메모리반도체 영향 미미

홍콩 중계무역 제재하면 본토로 직수출 전환 가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뉴시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무역을 넘어 정치 이슈로 확대되고 심화되는 양상을 보이면서 국내 반도체 수출에 미칠 영향이 주목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요 수출 대상 목록에 양국 기업들이 모두 포진해 있어 촉각을 곤두세울 수 밖에 없는 문제지만 아직까지 영향이 크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31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중국 IT 공룡기업 화웨이로 촉발된 미국과 중국간 무역분쟁이 중국의 홍콩보안법 의결과 미국 정부의 홍콩 특별지위 박탈 절차 착수 등 정치적 갈등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면서 예의주시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미풍이어서 크게 우려하는 분위기는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분쟁 심화 속 양국 정부의 제재 기업 대상 확대 등으로 인해 언제든 강풍으로 변할 수 있다는 불안감은 감지되고 있다.


◆ 화웨이로 촉발된 미·중 갈등, 타격은 제한적


미국 상무부는 지난 15일(현지시간) 안보상의 이유로 미국의 기술과 소프트웨어 등을 사용한 반도체를 화웨이에 공급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승인을 거쳐야한다는 내용의 화웨이 제재안을 발표했다. 미국의 기술을 사용한 제품을 화웨이에 공급하기 위해서는 오는 9월부터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한다는 게 요지다.


하지만 현재 미국 정부의 화웨이에 대한 제재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 시스템반도체 이슈에 국한돼 있는 만큼 국내 업체들의 주력인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와는 큰 관계가 없다는 것이 업계의 분위기다.


또 화웨이라는 특정 기업을 타깃으로 이뤄진 조치여서 영향은 더욱 미미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화웨이 제품 판매 감소로 인한 부품 공급 축소와 같은 나비효과가 발생할 수 있지만 타격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화웨이코리아 사무실 모습.ⓒ뉴시스 화웨이코리아 사무실 모습.ⓒ뉴시스

화웨이가 중국 거대 기업이기는 하지만 중국 내 다른 기업들의 수요로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업계의 시각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화웨이 외에도 이미 샤오미·오포·비보 등에도 메모리반도체를 공급하는 등 고객 포트폴리오가 다변화돼 있다.


미국이 이미 지난해 화웨이에 대한 제재조치에 나섰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반도체 공급 차질은 없었고 이는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다만 반도체업계는 미·중 갈등이 심화되면서 미국 정부가 제재하는 대상 중국 기업들이 확대되는 시나리오에 대해서는 우려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화웨이 외에도 ZTE 등도 위험한 기업으로 강조하고 있는 등 제재대상 기업을 확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정 기업의 물량 수요 축소는 어느 정도 견딜 수 있어도 제재 대상 기업이 확대되면 부품 공급 차질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중국 전체 기업으로 제제 대상이 확대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면 부정적 영향이 커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스마트폰에 공급되는 모바일 D램과 낸드만 해도 제재가 화웨이라는 단일기업일 경우에는 샤오미·비보·오포 등 다른 업체로 물량을 전환할 수 있는 여지가 남지만 중국 스마트폰 전체로 제재 대상이 확대되면 이마저도 시도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한국무역협회가 지난 28일 ‘홍콩보안법 관련 미중 갈등과 우리 수출 영향’ 자료를 통해 “현재 미국의 대중 제재가 시스템반도체에 국한돼 있지만 향후 우리 주력 상품인 메모리반도체로 확대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지적한 것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 홍콩 특별지위 박탈해도 영향 미미...좀 더 지켜봐야


미·중 갈등의 핵심 이슈로 떠오른 홍콩 문제도 국내 반도체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전망이다. 양국 갈등이 증폭되면서 시위 확산과 소요 사태 등 홍콩 지역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특별지위 박탈만으로는 부정적 영향은 거의 없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홍콩에 부여한 특별지위를 박탈하는 절차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지난 1992년 제정한 홍콩정책법에 따라 홍콩에 관세·무역·비자 등의 분야에서 혜택을 부여해 아시아 금융허브이자 자유무역항으로서의 지위를 인정해 왔다.


하지만 중국이 지난 28일 우리의 국회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홍콩 내 반(反)정부 활동을 감시·처벌하는 내용의 홍콩보안법 초안을 의결하자 맞대응에 나선 것이다. 중국이 홍콩의 자치권을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어기며 통제를 강화하고 있는데 따른 보복 조치 성격이다.


삼성전자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 전경.ⓒ삼성전자 삼성전자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 전경.ⓒ삼성전자

국내 반도체업계도 이번 사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홍콩은 지난해 기준 약 223억달러(약 27조6000억원) 규모의 한국산 반도체를 수입하는 국가로 국내 대 홍콩 수출 물량 중 반도체가 70%를 차지한다.


과거 중국 상하이나 선전 등의 도시가 개발되기 전에 중국과 가장 가까운 무역항이었던 점이 작용한 것이지만 제조업 기반이 없어 대부분 중국으로 재수출되기는 한다.


이 때문에 이번 조치를 놓고 국내 반도체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주목받고 있지만 실질적 영향은 거의 없다는 것이 반도체업계의 판단이다.


홍콩의 특별지위가 박탈된다고 해도 현재의 물량이 갑자기 줄어들 가능성이 낮은데다 중국 본토로 직수출도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중국이 과거 홍콩에 비해 항공·선적·믈류시스템 수준이 떨어졌던 것과 달리 이제는 상하이와 선전 등에도 상당한 수준의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 본토로 직수출해도 불편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홍콩 중계무역을 제재하면 선전으로 직수출하거나 타이완에서 중국 본토로 우회 수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 경우에도 물류비용이 조금 증가하는 정도여서 큰 문제는 없고 이러도 비용 차이도 장기적으로 보면 없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반도체는 세계무역기구(WTO) 정보기술협정(ITA)에 따라 컴퓨터와 휴대전화 등과 함께 어느 나라 제품이건 무관세로 거래되는 품목이어서 홍콩의 특별지위 박탈이나 중국으로의 수출지 변경이 발생해도 이에 따른 관세 변동이 없다.


중국이 제품을 수입하는 업체에 부과하는 증치세도 문제가 없다는 게 중론이다. 기본적으로 수입하는 업체에 부과하기 때문에 수출하는 국내 업체들과는 관련이 없다. 또 수입업체가 재수출할 때 이뤄지는 환급 문제도 기존 홍콩에서 한국산 반도체를 수입해 온 업체들도 중국기업들이었기 때문에 지역을 중국으로 옮긴다고 해도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국무역협회도 상대적으로 가능성이 높은 단기적인 홍콩의 허브 기능 약화를 넘어 가능성 낮은 중장기적인 홍콩의 허브 기능 상실까지 이뤄져야 반도체 수출에 악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중 갈등의 소용돌이 속에서 홍콩의 정치적·사회적 혼란이 커지면서 공항 등 물류시스템이 마비되는 등의 수준에 이르러야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이는 결국 불확실성이 커진다는 의미로 대응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8일 중국 산시성 시안 반도체 사업장에서 현지 임직원들과 제품 생산 라인을 살펴보고 있다.ⓒ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8일 중국 산시성 시안 반도체 사업장에서 현지 임직원들과 제품 생산 라인을 살펴보고 있다.ⓒ삼성전자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