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금고 17조 ‘쩐의 전쟁’…승부처는?
입력 2026.09.05 08:00
수정 2026.09.05 12:12
신한 20년 운영 경험에 하나은행 도전장…지방세 수납·E-TAX 연계 안정성이 핵심
신한은행과 하나은행 로고 ⓒ 데일리안 DB
인천시의 차기 시금고 선정을 앞두고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의 제1금고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연간 17조원 안팎에 달하는 인천시 재정을 관리하게 되는 만큼 금융권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이번 경쟁에서는 금리와 협력사업비, 지역사회 기여도뿐 아니라 시민들의 세금 납부와 직접 연결되는 전산시스템의 안정성이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인천시 시금고 업무는 단순히 시의 자금을 보관하고 관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시민들이 지방세와 세외수입 등을 납부하면 관련 정보가 금융기관의 수납망을 거쳐 시 세입회계에 정확하게 전달돼야 한다.
전자고지와 가상계좌, 온라인 납부 등 다양한 방식으로 세금을 납부하는 시민들이 늘면서 금융기관의 전산시스템은 사실상 지방세 행정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이 때문에 제1금고 선정 과정에서도 금융기관이 제시하는 협력사업 규모나 금융 조건 못지않게 대규모 공공 세입망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지가 주요 평가 요소가 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한은행은 20년 가까이 인천시금고를 운영해 온 경험을 경쟁력으로 내세울 수 있다.
지방세 수납과 가상계좌 운영, 납부자료 처리 등 지방자치단체 세입 업무를 장기간 수행하면서 인천시의 행정 및 세입 시스템과 연계된 업무 경험을 축적했다는 점에서다.
지방세 제도와 납부 방식이 변경될 때마다 시스템을 조정하고 행정체계 변화에 대응해 온 경험 역시 강점으로 꼽힌다.
하나은행은 이에 맞서 자체적인 금융 전산망과 IT 역량을 앞세우며 제1금고 탈환에 나서고 있다.
특히 9월 인천 청라국제도시로 본사를 이전하는 만큼 인천과의 연계성을 강화하면서 시금고 경쟁에서도 존재감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제1금고가 변경될 경우 기존 금융기관이 운영하던 가상계좌와 수납자료 전송체계, 지방세 납부 시스템 등을 새로운 금고기관의 시스템과 연결하거나 전환해야 하는 작업도 뒤따른다.
이 과정에서 시스템 장애가 발생하면 단순한 금융기관의 전산 오류에 그치지 않고 시민들의 세금 납부 불편과 행정서비스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인천시는 새로운 금고기관의 전산시스템을 평가할 때 단순한 구축 계획이나 기술 설명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기존 지방세 납부체계와 어떤 방식으로 연계할 것인지, 시스템 전환 기간 동안 기존 시스템과 신규 시스템을 병행 운영할 수 있는지, 장애 발생 시 복구 절차와 책임 주체는 명확한지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 해당 시스템을 운영한 경험이 있는지와 그 과정에서 발생한 장애 및 보안 문제에 어떻게 대응했는지도 검증 대상이다.
신한은행 역시 장기간의 운영 경력만으로 안정성을 인정받아서는 안 된다. 그동안 전산시스템을 어떻게 고도화했는지, 장애 발생과 대응은 적절했는지, 보안체계를 어느 수준으로 유지해왔는지 객관적인 자료를 통
해 입증할 필요가 있다.
결국 이번 시금고 경쟁의 핵심은 어느 은행이 더 많은 혜택을 제시하느냐에만 있지 않다.
시민들이 매일 이용하는 지방세 납부 시스템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지, 대규모 지방재정을 관리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전산 위험에 얼마나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수 있다.
오는 2027년부터 2030년까지 4년간 인천시 재정을 책임질 금융기관을 결정하는 만큼 인천시도 제안서에 담긴 숫자와 공약보다 실제 운영 경험과 전산망 안정성, 시스템 전환 능력을 꼼꼼하게 따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7조원 규모의 시금고를 둘러싼 이번 경쟁에서 결국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누가 더 많은 것을 제시했느냐’가 아니라 ‘누가 시민의 세금을 더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느냐’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