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포스코 경영진 임금 최대 20% 반납"…이희근 사장, 노조에 파업 철회 호소
입력 2026.09.04 22:03
수정 2026.09.04 22:17
파업 D-5 이틀 연속 담화문…美 출장도 취소
사장 20%·본부장 15%·임원 10% 반납 첫 공개
"상반기 영업익 4873억, 전년의 57% 수준"
같은 날 현장선 노사 충돌…노조 간부 손 다쳐
이희근 포스코 사장.ⓒ연합뉴스
이희근 포스코 대표이사 사장을 포함한 경영진이 연간 흑자 달성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고통 분담에 나서고 있다. 사장 20%, 본부장 15%, 임원 10%씩 임금을 반납했다.
4일 데일리안 취재를 종합하면 이희근 사장은 창사 58년 만의 첫 파업을 닷새 앞둔 이날 임직원들에게 담화문을 보내 막판 설득에 나섰다. 회사가 감당할 여력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는 동시에 경영진부터 책임을 지고 있다는 명분을 앞세워 노조의 요구 수위를 낮추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사장은 담화문에서 “포항제철소는 상반기 적자의 영향으로 올해 연간 흑자 달성조차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경영진도 이러한 위기의 무게를 함께 감당하고 있다. 올해 사장 20%, 본부장 15%, 임원 10%의 임금을 반납하며 고통을 분담해 오고 있다”고 밝혔다.
포스코는 과거에도 경영위기 때마다 임원 임금 반납을 시행해 왔으며, 이번 담화문을 통해 올해 경영진의 직급별 반납 비율이 구체적으로 공개됐다.
이날 담화문은 3일 7차 본교섭이 결렬된 바로 다음 날 나온 것으로, 이틀 연속 이어졌다. 미국 루이지애나 제철소 기공식 참석 일정까지 취소하고 국내에 남은 이 사장이 직접 설득에 나선 것이다.
이 사장은 회사의 경영 상황이 매우 엄중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올해 상반기 회사의 영업이익은 4873억원으로, 전년 동기 8593억원의 57%에 불과할 정도로 큰 폭으로 감소했고, 이러한 어려움은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특히 포항제철소에 대해서는 "코로나 시기나 냉천범람이라는 큰 피해를 입었던 당시보다도 경영실적 측면에서는 더욱 악화된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부임 이후 원료 하역과 소결, 코크스, 연주, 열연, 전력 노후설비 개선 등 설비 강건화에 2조9300억원을 투자해 주요 설비의 돌발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며 투자는 이어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사장은 경쟁력을 회복하지 못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며 위기감을 드러냈다. 그는 "중국, 인도에 주도권을 빼앗긴 채 삼류회사가 되느냐, 다시 도약하느냐 하는 기로에 서 있는 지금이야말로 회사의 지속가능성과 직원 여러분의 미래를 함께 지켜내기 위한 중요한 골든타임"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화 의지를 거듭 밝혔다. 이 사장은 "직원 여러분께 어려움만을 감내해 달라고 말씀드릴 생각은 없다"며 "회사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직원 여러분의 기대에 조금이라도 더 다가갈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계속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경영진의 책임은 직원들에게 회사의 어려움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회사의 지속가능성과 직원 여러분의 처우를 함께 지킬 수 있는 접점을 끝까지 찾아내는 것"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파업 자제를 호소했다. 그는 "파업 이후의 영향은 회사와 직원 모두에게 너무나도 큰 부담이 될 것"이라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극단적인 선택이 아니라 서로가 감당할 수 있는 접점을 찾기 위한 대화와 협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저부터 마음을 열고 직원 여러분과 소통하겠다. 부족하거나 잘못된 부분은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담화문은 노사 교섭이 접점을 찾지 못한 상황에서 나왔다. 포스코 노사는 3일 포항 본사에서 7차 본교섭을 열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회사는 기본급 인상률을 기존 1.5%에서 2.0%로, 목표달성 격려금을 250만원에서 350만원으로 올린 추가안을 제시했다. 지역사랑상품권 50만원과 연간 복지포인트 30만원 추가 지급, 상주업무몰입장려금·근속축하금 인상도 함께 내놨다. 노조는 기본급 7.1% 인상과 격려금 600%, 우리사주 50주, 명절상여금 200% 지급 등을 요구하며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한국노총 금속노련 포스코노동조합은 오는 9일까지 회사가 전향적인 추가 제시안을 내놓지 않으면 포항·광양제철소 각 1개 공장을 대상으로 48시간 부분파업에 나서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실행될 경우 1968년 창사 이후 58년간 이어온 무분규 기록이 깨진다. 노조는 지난 1일부터 포항 열연·냉연부 등 일부 부서에서 연장·휴일근로 거부에 들어갔다.
노조는 회사의 위기론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포스코가 포스코홀딩스에 배당금 8002억원과 브랜드 사용료 836억원, 임대료 456억원을 지급한 점을 들어 경영위기를 이유로 현장에만 희생을 요구한다고 반발해 왔다.
4일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노조 간부가 회사 측과 충돌해 다친 뒤 구급차로 이송되고 있다. ⓒ포스코노동조합
한편, 이날 현장에서는 노사가 물리적으로 충돌했다. 노조는 포항제철소 1냉연공장에 조합원 격려와 온열질환 예방 음료를 전달하러 갔다가 회사 측이 출입을 제지했고 그 과정에서 노조 간부가 손을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고 밝혔다.
회사는 이번 방문 자체가 협의되지 않은 활동이었다는 입장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조합 간부들이 회사에 사전 협의 없이 포항소 내 운전실을 기습 방문했고 이에 회사는 사전 협의되지 않은 조합 활동에 대한 항의 및 추가 활동을 자제 요청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