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방송 채널 전락” 반발 딛고… 지상파로 들어온 OTT, ‘상생 모델’로 안착 [방송 뷰]
입력 2026.09.03 10:47
수정 2026.09.03 10:47
MBC '안나'·KBS '봉주르 빵집' 등 정규 편성 잇따라
제작비 절감·IP 수명 연장 '윈윈'… 심의 조율과 자체 제작 경쟁력 유지는 필수
지상파 방송사에 OTT(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오리지널 콘텐츠가 출격 중이다. OTT 플랫폼에 묶여 있던 인기 콘텐츠를 지상파 TV 화면으로 다시 끌어오는 ‘역유통’ 흐름이 하나의 편성 전략이 되고 있다.
현재 MBC는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시리즈 ‘안나’를 TV 버전으로 방영 중이며, KBS는 쿠팡플레이 예능 ‘봉주르 빵집’을 선보이고 있다.
앞서 MBC가 디즈니+의 대작 ‘카지노’를 시작으로 ‘무빙’, ‘킬러들의 쇼핑몰’ 등을 잇달아 선보인 데 이어, 이제는 묵직한 장르물뿐 아니라 예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들이 지상파 안방극장에 진입 중이다.
'안나'·'봉주르빵집' 포스터ⓒ쿠팡플레이
지난해 디즈니+ ‘카지노’가 MBC에 편성될 때만 해도 시선은 곱지 않았다. MBC PD들은 “당초 계획된 드라마를 미루는 방식으로 인위적인 예산 흑자를 달성하려는 경영진의 의도가 반영된 것”이라며 “사전 협의 없는 일방적인 결정이며 MBC가 디즈니+의 재방송 채널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그럼에도 ‘카지노’가 당시 최고 시청률 4.8%를 기록, 수백억원대 제작비가 투입된 OTT 콘텐츠를 지상파가 위험 부담 없이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도 사실이다.
결국 플랫폼 간 경쟁 대신, 콘텐츠 수명과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윈윈’ 모델이 형성된 셈이다. 지상파는 제작비 부담을 덜면서 검증된 콘텐츠를 수급할 수 있고, OTT는 IP(지식 재산권) 생명력을 유지하며 TV 시청층인 중장년층도 겨냥할 수 있다.
앞서 SBS 역시 넷플릭스와 협업하며 긍정적인 사례를 남겼다. SBS는 넷플릭스를 통해 글로벌 시청자들에게 존재감을 발산한다면, 넷플릭스는 드라마와 시사·교양 등 한층 ‘다양한’ 콘텐츠를 구독자들에 선보이고 있다. 플랫폼의 경계를 허문 유통 모델이 자연스러운 선택지로 자리잡는 모양새다.
물론, 이 같은 공존이 이어지기 위해선 풀어야 할 숙제도 있다. 우선은 ‘수위 조절’이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OTT 콘텐츠 특유의 폭력성, 자극성은 엄격한 방송심의 규정을 적용받는 지상파 환경에 발을 맞춰야 한다. 몰입도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적절한 수위 조절을 위해선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다.
지상파의 제작 경쟁력 약화에 대한 경계도 유지돼야 한다. 기성 콘텐츠를 수급해 선보이는 선택이 ‘가성비’ 좋은 선택지로 꼽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이 지상파의 기획 역량을 위축하는 흐름으로 이어지는 것엔 우려가 나온다. ‘카지노’ 편성 당시 “당초 계획된 드라마를 미루는 방식으로 인위적인 예산 흑자를 달성하려는 경영진의 의도가 반영됐다”는 PD들의 반발에 MBC는 “앞으로도 시청자들에게 좋은 콘텐츠를 제공하고 내부 제작 역량 강화를 위한 투자도 지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렇듯 지상파와 OTT의 낯선 동거가 이어지기 위해선 지상파의 제작 역량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 선행돼야 하는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