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A 2026] "가전도 수주전"…LG, 건설사·로봇기업까지 상대한다
입력 2026.09.06 10:00
수정 2026.09.06 10:00
B2B 매출 비중 10% 넘어…빌더·상업용 세탁·AI홈으로 확장
로봇 관절 부품까지 사업화…10월 빅테크와 생산 준비 미팅
LG전자 백승태 HS사업본부장이 IFA 2026 현장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 중인 모습.ⓒLG전자
냉장고와 세탁기를 집 안에 파는 데 머물지 않는다. LG전자가 생활가전에서 쌓은 모터·컴프레서·제어 기술을 건설사와 상업용 세탁 시장, 로봇 산업까지 확장하고 있다. 가전 사업의 무대가 주거 공간을 넘어 상업·산업 영역으로 넓어지는 모습이다.
백승태 LG전자 HS사업본부장 부사장은 5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2026' 기자간담회에서 "그동안 B2C 사업을 많이 해왔지만 최근에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개선하기 위해 B2B 쪽으로 역량을 모으고 있다"며 "현재 B2B 매출은 전체의 10%가 조금 넘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LG전자는 빌더와 상업용 세탁가전, 부품 사업을 B2B의 주요 축으로 보고 있다. 기존 생활가전 사업에서 확보한 제품과 핵심부품 기술을 다른 고객과 공간으로 넓히는 방식이다.
집에서 건설 현장으로…빌더·상업용 세탁 확대
가장 먼저 성과를 내고 있는 분야는 빌더와 상업용 세탁가전이다. 빌더는 건설사나 전문 인테리어 업체와 계약을 맺고 신축 주택 등에 냉장고와 오븐, 식기세척기, 세탁기 등을 패키지로 공급하는 사업이다. LG전자의 북미 빌더 사업 매출은 최근 3년간 연평균 약 45% 성장했다.
상업용 세탁가전도 같은 기간 북미 매출이 연평균 약 41% 증가했다. 지난해 북미 세탁 솔루션 업체 CSC서비스웍스와 상업용 세탁기 공급 계약을 맺었고, 올해 공급 규모를 전년보다 2배 이상 확대할 계획이다.
북미에서 확보한 사업 기반은 유럽으로 옮긴다. LG전자는 올해 유럽 빌더 전문 영업 인력을 2배 이상 늘리고, 초프리미엄 빌트인 브랜드 SKS와 현지 주거환경에 맞춘 'LG 빌트인 패키지'를 앞세워 시장 공략에 나선다.
백 부사장은 "유럽은 밀레와 보쉬 같은 전통적인 강자들이 오랜 기간 브랜드 신뢰를 쌓아온 시장"이라며 "LG가 유럽 빌트인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3~4년 정도 됐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까지는 공급선을 다변화하고 준비하는 과정이었다면 올해 말이면 제품 측면에서는 상당 부분 준비가 될 것"이라며 "빌트인은 제품뿐 아니라 수주 활동을 하는 영업 인력과 설치, 딜리버리 역량 등 B2C와는 다른 인프라가 중요해 관련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 시장에서는 에너지 효율과 AI홈도 함께 묶는다. 백 부사장은 "유럽에서 제품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 중 하나가 에너지 효율"이라며 "개별 가전의 효율뿐 아니라 AI 기술을 연계해 집 전체의 에너지를 관리하는 솔루션까지 함께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라고 말했다.
가전 모터 60년, 로봇 '관절'로 간다
생활가전에서 쌓은 기술은 산업 영역으로도 넘어간다. LG전자는 올해 로봇용 액추에이터 브랜드 '악시움(AXIUM)'을 선보이고 글로벌 로봇·물류·제조업체를 상대로 수주 활동에 나섰다. 액추에이터는 모터와 감속기, 드라이버 등을 결합해 로봇의 움직임을 만드는 핵심 부품으로, 사람으로 치면 관절과 근육에 해당한다.
백 부사장은 "LG가 모터를 60년 동안 만들어왔다"며 "청소기나 헤어드라이어 등에 들어가는 10만RPM 이상의 고속 모터 기술을 갖고 있고, 경쟁사 대비 모터를 30% 이상 가볍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악시움의 경쟁력으로는 고효율과 경량화, 원가 경쟁력을 꼽았다. 상대적으로 경험이 부족한 감속기는 자체 내재화와 외부 소싱을 병행해 확보할 계획이다. 창원 사업장에는 액추에이터 전자동 생산라인도 구축한다.
수주 논의도 구체화되고 있다. 백 부사장은 "현재 여러 빅테크와 수주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며 "특정 기업과 확정된 것은 없지만 10월에 생산 준비 상황과 관련해 미팅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매출 규모에 대해서는 "1~2년 안에는 현재 컴프레서를 외부에 판매하는 수준의 매출액까지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LG전자는 로봇 완제품 역시 산업 현장부터 적용 범위를 넓힌 뒤 장기적으로 가정으로 가져간다는 방향이다. 백 부사장은 "테네시 공장에 휴머노이드가 일부 공정을 학습해 조만간 배치될 예정이고 창원 스마트팩토리에도 휴머노이드를 적용할 것"이라며 "가정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안전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커지는 C브랜드…"지금과 같은 저가 공세, 지 어려울 것"
백 부사장은 올해 IFA에서 더욱 커진 C브랜드의 존재감도 직접 언급했다. 그는 "어느 전시회를 가더라도 지난해부터 중국 업체들이 차지하는 전시장 비중이 많아지는 경향이 있다"며 "다른 전시장을 돌아보면 제품적으로 소구하는 표면적인 부분에서 격차가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저가 공세가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계속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백 부사장은 "과거 중국 주요 가전업체들은 원가 절감률이 우리보다 높았지만 올해 상반기를 보면 C브랜드의 원가가 오르는 구조가 나타나고 있다"며 "시장점유율을 올리기 위해 계속 저가로 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자체 생산하는 모터와 컴프레서 등 핵심 부품과 제어·소프트웨어 역량, 품질과 고객경험을 차별화 요소로 내세운다. 백 부사장은 "과거에는 가격과 용량이 경쟁 포인트였다면 지금 가전 경쟁력의 기본은 제품에 고객 경험을 얼마나 담아내느냐"라며 "핵심 부품 경쟁력과 제어·소프트웨어 역량, 품질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가 올해 메세 베를린의 대형 전시 공간을 떠난 것과 달리 LG전자는 IFA 참가도 계속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단순 제품 전시보다 유럽 거래선과의 상담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사업의 장이라는 판단에서다. 백 부사장은 "IFA가 다른 전시회와 다른 점은 별도의 존에서 거래선 상담이 가장 많이 일어난다는 것"이라며 "유럽 시장에서의 성장과 맞물려 LG전자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IFA에 참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