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임대료 가능할까…벼랑 끝 문화공간에 필요한 ‘개입’ [자본에 밀린 문화공간③]
입력 2026.09.06 09:00
수정 2026.09.06 09:00
'비탈 카르티에', 동네 활력 되살린 비탈 카르티에
동네서점 "독자 서점 찾지 않으면 어떠한 시도도 무용지물"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면 떠나는 것은 당연하다”는 말은 일견 타당해 보인다.
그러나 “월세도 겨우 내고 있다”는 다수의 동네서점 운영자들은 ‘돈이 되지 않아도’ 책의 가치를 전파하기 위해 분투 중이다. 작은 서점이 낮추는 책의 진입장벽, 소극장이 제공하는 예술적 경험은 골목을 넘어, 지역 전체를 풍성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공공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한 이유다.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현상은 전 세계 공통의 현상이지만, 공공의 적절한 개입으로 문화적 다양성을 지킨 사례도 존재한다.
성수동에서 열린 팝업 스토어 찾는 방문객들ⓒ연합뉴스
2000년대 초반, 파리 라틴 지구의 유서 깊은 독립서점과 출판사들이 명품 매장 등에 밀려 사라질 위기에 처하자, 파리시가 반(半)공공 도시개발회사인 ‘세마에스트’(SEMAEST)를 설립했다. 이후 ‘비탈 카르티에’(Vital’Quartier, 동네에 활력을)’ 프로젝트를 가동해 독립서점과 공방 등을 살려낸 것이 대표적인 예다.
파리시는 1·2차 프로젝트를 통해 약 1억 2000만 유로(한화 약 1700억 원)의 재정을 투입했다. 시세 차익을 노리는 투기 자본보다 먼저 상가 건물을 매입한 뒤 재임대하는 방식으로 독립서점, 출판사, 전통 공방 등이 함께하는 상권의 다양화에 기여했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5년 서울 성동구가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조례’를 제정한 바 있다. 도시 경쟁력을 높이고 문화다양성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로, ‘지속가능발전구역’을 지정해 이곳 주민들의 협의체가 외부 입점 업체를 선별하도록 했다. 또 임대료를 크게 올리지 않겠다고 임차인과 협약한 건물주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포함됐다. 다만 성동구가 지정한 지속가능발전구역에 포함되지 않은 일부 지역의 임대료 상승은 막을 수 없으며, 짧은 기간 입점했다가 퇴장하는 팝업 스토어가 급증하면서 상권 관리의 사각지대가 드러났다.
환산보증금 9억원 이하의 상가에만 보호조치가 작동하는 한계 등을 개선한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3법’도 발의됐지만 계류 중이다.
근본적으로는 문화공간에 초점을 맞춘 프로젝트가 필요하다. 서울문화재단이 대학로의 문화적 가치를 되살리고, 지역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 ‘대락(樂)로’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대학로에서 시작된 공연예술이 인근 지역과 시민의 일상으로 확장되기를 바라는 취지로 공연 전후로 대학로에 머물며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콘텐츠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개별 극장 안에서 작품을 홍보하는 방식을 벗어나, 대학로 일대 전체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확장하기 위해 공연은 물론 낭독모임·연출가와 대화 등의 행사도 열었다.
다만 이미 대학로가 문화지구로 지정된 이후, 임대료 폭등으로 인해 소극장과 창작자들이 대학로 바깥으로 밀려난 사례를 떠올리면, 이번 시도가 유의미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우려도 여전하다.
문화공간을 직접 지원해 ‘자생’의 발판을 마련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프로그램 운영비를 꾸준히 지원하는 것은 물론 책 또는 문화 프로그램을 통해 동네의 문화 공간 역할을 하는 서점에는 임대료를 일부 지원해주는 등의 직접적인 도움이 가장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이어졌다. 한 동네서점 관계자는 “이 같은 부분들이 이뤄진다면, 서점이 알찬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동네의 문화 공간 역할을 하는 본래의 목적이 더 제대로 실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