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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어 관문’도 ‘꿈의 무대’도 멈춘다…잠실 떠나는 케이팝 [가요 뷰]

전지원 기자 (jiwonline@dailian.co.kr)
입력 2026.09.03 08:35
수정 2026.09.03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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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민 월드투어 끝으로 잠실실내체육관 운영 중단

주경기장도 장기 공백…고양·인천으로 이동한 대형 공연

서울아레나 내년 개관…실내 공백 메우지만 스타디움 대안은 없어

대형 투어의 관문에서 슈퍼스타의 증명까지, 케이팝(K-POP) 아티스트의 성장을 상징했던 잠실의 두 무대가 모두 닫힌다. 공연은 고양과 인천, 고척 등으로 옮겨가고 있지만 잠실이 갖춘 규모와 접근성, 상징성을 동시에 대신할 곳은 없다. 내년 창동 서울아레나가 실내 아레나의 공백을 일부 메울 전망이나 스타디움급 무대의 대안은 여전히 남은 과제다.


3일 갤럭시코퍼레이션에 따르면 태민은 오는 18일부터 20일까지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2026-27 태민 월드투어 ‘리미널’ 인 서울’(2026-27 TAEMIN WORLD TOUR ‘LiMiNaL’ in SEOUL) 공연을 진행한다. 현재 예정된 일정상 이 공연이 잠실실내체육관의 마지막 대중음악 공연이다.


약 1만 1000석 규모의 잠실실내체육관은 케이팝 아티스트가 본격적인 대형 투어로 올라서는 관문이었다. 세븐틴(SEVENTEEN)은 데뷔 1년 만인 2016년 7월 ‘2016 라이크 세븐틴-샤이닝 다이아몬드 콘서트’(2016 LIKE SEVENTEEN–Shining Diamond CONCERT)를 열며 처음 이곳에 입성했다. 이후 국내외 돔과 스타디움을 도는 정상급 그룹으로 성장했다.


태민은 오는 18일부터 20일까지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2026-27 태민 월드투어 ‘리미널’ 인 서울’ 공연을 진행한다. ⓒ갤럭시코퍼레이션

에스파(aespa)는 2023년 2월 데뷔 후 첫 단독 콘서트 ‘2023 에스파 퍼스트 콘서트 ‘싱크: 하이퍼 라인’’(2023 aespa 1st Concert ‘SYNK : HYPER LINE’)을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었다. 같은 해 10월 아이브(IVE)도 이곳에서 첫 월드투어 ‘쇼 왓 아이 해브’(SHOW WHAT I HAVE)의 막을 올렸다. 에스파는 이후 고척스카이돔으로, 아이브는 일본 도쿄돔으로 공연 규모를 키웠다. 지금의 정상급 그룹들이 세계 시장으로 나가기 전 투어의 초석을 놓은 무대가 잠실실내체육관이었다.


잠실실내체육관은 본래 농구와 배구 경기를 위해 지어진 다목적 체육시설이다. 그러나 경기와 행사가 없는 날마다 대형 콘서트를 받아들이면서 케이팝의 아레나급 무대 역할을 해왔다. 2023년 주경기장이 공사로 문을 닫은 데 이어 실내체육관까지 멈추면서, 케이팝의 성장 과정에서 서로 다른 역할을 담당했던 잠실의 두 계단이 동시에 비게 됐다.


주경기장은 잠실실내체육관보다 한 단계 높은 ‘꿈의 무대’였다.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을 위해 지어진 종합운동장이지만 대중음악계에서는 4만∼5만명의 관객을 모을 수 있는 극소수의 가수만 설 수 있는 상징적인 공연장으로 자리 잡았다.


조용필은 2003년 데뷔 35주년 공연 ‘더 히스토리’(The History)를 이곳에서 열었다. 방탄소년단(BTS)은 2018년 ‘러브 유어셀프’(LOVE YOURSELF) 월드투어의 출발점을 주경기장에 뒀고 2019년에는 ‘러브 유어셀프: 스피크 유어셀프 더 파이널’(LOVE YOURSELF: SPEAK YOURSELF [THE FINAL])로 투어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아이유도 2022년 ‘더 골든 아워: 오렌지 태양 아래’를 열며 국내 여성 가수 최초로 잠실주경기장에서 단독공연을 개최했다.


주경기장은 올해 말 리모델링 공사를 마치지만 곧바로 공연장으로 돌아오기 어렵다. 2027년부터 2031년까지 LG트윈스와 두산베어스의 임시 홈구장으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프로야구가 끝나는 11월부터는 겨울이어서 야외 공연은 현실적으로 어렵기에 2031년까지 주경기장 공연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현재의 잠실 시설을 대체해 2032년 준공을 목표로 추진되는 잠실 스포츠·MICE 복합공간도 공연 전용시설은 아니다. 3만석 규모의 신축 돔야구장은 프로야구 시즌에 LG와 두산의 홈구장으로 사용하고 비시즌에 공연을 받는다. 1만 1000석 규모 스포츠콤플렉스도 SK와 삼성 농구단의 홈구장으로 쓰이며 경기가 없는 기간에 공연과 e스포츠 등을 개최한다. 음향과 조명 등 전문 무대 장비를 갖추지만 공연 일정이 프로스포츠의 영향을 받는 구조는 이어지는 것이다.


에스파가 지난달 8일 ‘2026-27 aespa LIVE TOUR - SYNK : COMPLaeXITY’ 서울 공연으로 처음 고척스카이돔에 입성했다. ⓒSM엔터테인먼트

한편, 아티스트들은 서울 외곽에서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스타디움급 공연은 고양종합운동장과 인천문학경기장으로, 아레나급 공연은 KSPO돔과 고척스카이돔, 인스파이어 아레나 등으로 분산되고 있다. 지난달 빅뱅은 고양종합운동장에서 데뷔 20주년 공연을 열었고 에스파는 고척스카이돔을 택했다. 플레이브는 이달 인천문학경기장에서 첫 월드투어를 시작한다.


다만 이들 시설은 잠실을 규모별로 대체할 수 있을 뿐 동일한 공연 경험까지 제공하지는 못한다. 특히 인스파이어는 공연 전문 아레나로 음향과 시야, 관객 대기공간을 고려해 설계됐지만 철도와 직접 연결돼 있지 않아 대중교통 이용 시 셔틀이나 차량을 거쳐야 한다. 지하철 2·9호선이 지나는 잠실과 비교하면 관객의 이동 및 귀가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한 공연 업계 관계자는 “인스파이어는 인천공항과 가깝고 관객 대기공간도 쾌적하게 설계됐지만 공항 접근성이 해외 관객의 전체 이동 편의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해외 팬도 서울에 머물면서 관광과 팬덤 명소 방문을 함께하기 때문에 영종도를 오가는 불편은 국내 관객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문화체육관광부가 방탄소년단 고양 공연의 외국인 관람객을 조사한 결과 이들은 일주일 이상 한국에 체류하며 용산과 명동,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등 서울의 관광지를 함께 방문했다. 공항과 공연장의 거리가 가깝더라도 숙박과 관광을 포함한 전체 동선까지 편리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서울시 G3 서울플랜 기획위원회 균형발전특별분과 위원들이 지난달 11일 서울아레나 현장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서울시

잠실실내체육관의 공백을 먼저 메울 시설은 창동 서울아레나다. 2027년 3월 준공과 상반기 개관을 목표로 하는 이 곳은 고정석 1만 8269석, 스탠딩 구성 시 최대 2만 8000명을 수용한다. 건축음향과 가변형 무대, 대형 공연 장비의 반입·설치를 고려해 설계된 서울의 대형 음악 전문공연장으로, 프로스포츠 홈구장이 아니어서 공연 일정이 정규 스포츠 시즌에 종속되지 않는다는 점도 기존 체육시설과 다르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잠실실내체육관은 아티스트가 본격적인 투어 단계로 들어서는 입문 무대와 같은 곳이어서 장기간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은 아쉽다”면서도 “서울아레나처럼 새로운 공연장도 들어서고 있는 만큼 지금은 하나가 사라지고 다른 하나가 생기는 공연장 지도의 교체기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아레나가 문을 열면 케이팝은 경기장의 빈 일정을 빌리지 않는 실내 무대를 갖게 된다. 다만 그다음 계단인 스타디움급 공연은 당분간 고양과 문학 등 수도권 체육시설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세계 시장을 무대로 성장한 케이팝의 공연 인프라는 이제서야 체육시설의 빈자리를 빌리는 단계에서 공연을 위해 설계된 공간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전지원 기자 (jiwonli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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