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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기피 처벌 넘어 '강제 해고'까지?…헌재서 제동 건 이유 [디케의 눈물 366]

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입력 2026.08.27 16:51
수정 2026.08.27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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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적 병역거부자, 병역법 위반 기소…재판 중 퇴사 처리

헌재 다수의견 "병역기피자 해직 제도 자체 필요성은 인정"

"다만 해직 대상 '정당 사유 없이' 병역 기피한 사람 한정"

단순위헌 의견도…"해직 제도 자체가 직업선택 자유 침해"

ⓒ 연합뉴스

병역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사람은 무조건 직장에서 내보내야 한다는 병역법 규정에 헌법재판소가 제동을 걸었다. 다만 헌재는 병역기피자에 대한 해직 제도 자체를 위헌으로 판단하지는 않았다. 병역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데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 따지지 않은 채 해직을 강제한 현행 제도의 절차적 문제를 지적했다.


헌재는 27일 양심적 병역거부자 A씨가 낸 병역법 제76조 1항 위헌확인 헌법소원에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국회는 2028년 2월29일까지 해당 조항을 개정해야 한다. 재판관 9명 중 김상환 헌재소장과 김형두·정형식·정계선·오영준 재판관 등 5명은 헌법불합치 의견을 냈다. 김복형·마은혁 재판관은 즉시 효력을 상실시켜야 한다는 단순위헌 의견을 냈고, 정정미·조한창 재판관은 합헌 의견을 제시했다.


앞서 A씨는 2015년 병역거부를 이유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종교적 양심에 따른 현역 입영 거부는 병역법상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2020년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그러나 이후 병역법 위반 혐의로 다시 기소돼 항소심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A씨는 근무하던 회사에서도 퇴사 처리됐다. A씨는 인천병무지청이 병역법 제76조를 근거로 자신을 해직하지 않을 경우 회사를 형사 고발하겠다는 취지의 연락을 했고, 이 때문에 직장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문제가 된 병역법 제76조 1항 2호는 징집·소집을 기피하고 있는 사람을 공무원이나 기업체 임직원으로 채용할 수 없도록 하고, 이미 재직 중인 경우 해직하도록 규정한다. 이를 따르지 않은 고용주는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청사. ⓒ데일리안DB

헌재 다수의견은 병역기피자를 해직하는 제도 자체의 필요성은 인정했다. 헌재는 "병역 기피자를 해직하도록 하는 것 자체는 병역의무 이행의 실효성을 확보하고 병역상의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다만 해직 대상은 정당한 사유 없이 병역을 기피한 사람으로 한정돼야 한다고 봤다. 병역법상 병역기피는 단순히 법정기간 내 입영이나 소집에 응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그 행위에 정당한 사유가 없다는 점까지 인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헌재는 특히 정당한 사유의 존재 여부가 병무청의 일방적인 판단만으로 쉽게 확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병역기피자로 판단해 해직 절차를 밟으려면 당사자에게 관련 자료를 제출하고 자신의 사정을 소명할 기회를 부여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결국 이번 결정은 병역의무 불이행에 대한 제재 자체를 없앤 것이 아니라, 병역기피자로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개인의 직업과 생계를 자동적으로 박탈해서는 안 된다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병역의무 위반에 대한 형사책임과 별개로 해직이라는 불이익을 부과하려면 적어도 그 사람이 정당한 이유 없이 병역을 기피했는지를 먼저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김복형·마은혁 재판관은 여기서 더 나아가 해직 제도 자체가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봤다. 이미 병역기피 행위에 대한 형사처벌 제도가 존재하는 데다 해직 대상의 범위가 광범위하고 개인의 사정을 고려할 여지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64년간 유지된 병역법상 고용금지·해직 제도는 이번 헌재 결정으로 입법의 갈림길에 서게 됐다. 국회는 2028년 2월까지 병역의무 이행을 확보하면서도 정당한 사유가 있는 사람까지 일률적으로 직장에서 배제하지 않는 새로운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병역법 전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이번 결정의 후속 쟁점은 결국 정당한 사유 없는 병역기피를 누가 어떤 절차로 판단할 것인지에 모일 것으로 보인다"며 "헌재가 병역기피자 해직 제도 자체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당사자에게 자료 제출과 소명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고 본 만큼 국회가 개정 과정에서 병무청의 일방적 판단을 보완할 별도의 절차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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