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기레기'는 모욕적 표현, '개XX'는 단순 욕설?…엇갈린 모욕죄 판단 기준 [디케의 눈물 367]

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입력 2026.08.29 04:05
수정 2026.08.29 04:05
G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

1·2심 유죄 뒤집은 대법원…"욕설 자체보다 표현의 맥락·사회적 평가 따져야"

'기레기'는 모욕적 표현 인정하면서도 무죄…같은 표현도 상황 따라 결론 차이

법조계 "기분 상하게 한 표현과 외부적 명예 침해 구별해야…맥락 따라 달라져"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누군가를 향해 '개XX'라고 욕설을 했는데도 모욕죄가 성립하지 않을 수 있을까. 반대로 상대방의 외모를 두고 '대머리'라고 부른 표현은 모욕죄로 처벌될 수도 있다. 대법원이 최근 아파트 주민 단체 대화방에서 입주자대표회장을 겨냥해 '개XX'라고 표현한 주민에게 모욕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면서 모욕죄의 경계를 다시 한번 제시했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최근 모욕 혐의로 기소된 A(67)씨에게 벌금 3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북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 주민인 A씨는 2022년 4월 주민 다수가 참여한 단체 대화방에 입주자대표회장 B씨를 겨냥한 욕설이 담긴 글을 올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B씨가 부녀회장 C씨를 두고 '최순실판 국정농단에 비견될 일을 했다'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실을 알고 화가 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단체 대화방에 "이런 사람은 유언비어 날조지요. 또 부녀회장이 최순실보다 더 나쁜 사람이라고 (쓴) 카톡이 돌아다니네요. 개XX가 쓴 내용이"라는 글을 올렸다.


1심은 A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벌금 30만원을 선고했다. 항소심 역시 해당 표현을 단순히 경미한 수준의 추상적 표현이나 욕설에 불과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1심 판단을 유지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상대방을 불쾌하게 할 수 있는 무례한 표현이라도 부정적 감정을 나타내는 과정에서 경미한 수준의 추상적 표현이나 욕설을 사용한 정도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모욕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문제 된 '개XX'라는 표현 역시 부녀회장을 부정적으로 표현한 내용의 부적절함을 지적하거나 이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나타내는 과정에서 나온 단순한 욕설로 봤다. 피해자의 감정을 상하게 할 수는 있지만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정도의 모욕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욕설의 수위만으로 모욕죄 성립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개XX'처럼 강한 욕설도 특정 발언이나 행동에 대한 불쾌감을 나타내는 과정에서 사용됐다면 모욕죄가 성립하지 않을 수 있고, 반대로 '대머리'나 '기레기'처럼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표현도 특정인의 외모나 인격을 경멸·조롱하는 방식으로 사용됐다면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데일리안DB

실제로 표현 자체만으로 결론이 정해지지는 않는다. 대법원은 온라인 게임 채팅창에서 상대방을 '뻐꺼, 대머리'라고 표현한 사건에서, 상대방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구체적 사실을 드러낸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명예훼손죄를 인정하지 않았다.


반면 인터넷 기사에 "이런 걸 기레기라고 하죠?"라는 댓글을 단 사건에서는 '기레기' 자체는 상대방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수 있는 모욕적 표현에 해당한다고 봤다. 다만 해당 기사의 내용과 댓글이 작성된 경위·맥락 등을 고려해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결국 같은 표현이라도 단어 자체의 의미뿐 아니라 발언이 나온 상황과 전체적인 맥락이 유무죄를 가르는 셈이다.


전문영 변호사(법무법인 YK)는 "대법원 판결의 핵심은 욕설 여부가 아니라 표현이 객관적으로 상대방의 외부적 명예와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지에 있다. 이번 사건에서는 '개XX'라는 단어 자체보다 사용된 구체적인 맥락이 중요했다"며 "특정 발언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나온 단순한 욕설로,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리는 표현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같은 표현이라도 발언의 경위와 목적, 전후 문맥, 상대방과의 관계 등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 기분을 상하게 하는 표현과 외부적 명예를 침해하는 표현을 구별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공개된 온라인 공간에서는 발언이 다수에게 전달될 수 있는 만큼 표현의 맥락과 파급 효과를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디케의 눈물'을 네이버에서 지금 바로 구독해보세요!
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