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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오후 공식 깨졌다”…‘주 2회 마티네’로 진화한 뮤지컬·연극 시장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6.08.21 08:33
수정 2026.08.21 08:33

'수·금 낮 공연' 고정 편성 확대

금요 연차족·지방 당일 관객·가족 단위 흡수

저녁 회차와 동일한 완성도로 좌석 점유율 견인

공연 시장에서 평일 낮 공연(마티네·Matinée)의 위상이 달라졌다. 과거 수요일 오후에 한 차례 편성되던 관행에서 벗어나, 수요일과 금요일 주 2회 낮 공연을 정기적으로 올리는 대형 뮤지컬과 연극이 늘어났다. 방학 기간이나 연말 특수 등 특정 시기에만 한정되던 주 2회 마티네 편성은 최근 전체 공연 기간 내내 가동되는 기본 일정으로 자리 잡았다.


뮤지컬 '겨울왕국' 공연 ⓒ에스앤코

뮤지컬 업계의 전통적인 주간 공연 주기는 ‘월요일 휴무, 화요일 저녁 1회, 수요일 낮·저녁 2회, 목·금요일 저녁 각 1회, 주말 낮·저녁 4회’의 주 8~9회 체제였다. 월요일 휴식 후 주중에 한 차례 낮 공연을 배치하는 것이 배우와 무대 기술진의 체력 안배에 가장 부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대형 라이선스 및 창작극을 중심으로 금요일 오후 2시 혹은 2시 30분 회차가 매주 고정 편성되는 추세다.


개별 작품의 스케줄 변화를 보면 이러한 흐름이 뚜렷하다. 샤롯데씨어터에서 상연 중인 뮤지컬 ‘겨울왕국’은 전 연령층 관객 유입을 겨냥해 개막 초기부터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오후 2시 30분 낮 공연을 고정 가동하고 있다. 앞서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 올려졌던 연극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역시 수요일과 금요일 오후 2시 회차를 정규 편성하며 대형 연극 장르에서도 평일 낮 회차 비중을 높였다.


앞서 뮤지컬 ‘멤피스’가 2023년 한국 초연 당시 기획 단계부터 수·금 주 2회 마티네를 배치해 전 시즌을 완주한 바 있으며 ‘프랑켄슈타인’ ‘레베카’ ‘킹키부츠’ 등 기존에 수요일 낮 1회만 운영하던 주요 스테디셀러들도 10주년 기념 공연 등을 기점으로 수·금 2회 체제로 전환했다. 2018년까지 수요일 낮 1회만 진행하던 뮤지컬 ‘명성황후’ 또한 25주년(2021년)과 30주년(2025~2026년) 시즌을 거치며 수·금 2회 마티네를 고정화했다.


이는 공공 극장 중심의 클래식 마티네와는 확연히 다른 노선이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 집계에 따르면 공공 극장의 클래식 마티네 콘서트는 평균 티켓 가격이 1만 5000원 안팎으로 형성된 저가 보급형 기획이 주를 이룬다. 반면 뮤지컬과 연극 등 상업극 마티네는 저녁 및 주말 회차와 동일한 좌석 등급과 가격 체계를 유지하며 최고 등급 기준 15만~19만 원대의 높은 정가 체계를 그대로 가동한다.


신인 위주의 무대가 아닌 최정상급 주연 배우를 평일 낮 회차에 전진 배치함으로써 저녁 회차의 잔여석을 메우는 보조 회차가 아니라 독자적인 핵심 매출원으로 작동하고 있다.


연극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공연 ⓒ토호주식회사

이러한 편성 확장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와 숏폼 콘텐츠의 범람 속에서 무대라는 현장 ‘경험재’를 직접 소비하려는 관객층의 라이프스타일 변화와 직결된다. 유연근무제와 금요일 조기 퇴근 문화의 확산으로 금요일 오후 반차나 연차를 활용해 공연을 관람하려는 2030 직장인이 늘어났다. 평일 저녁 관람 시 발생하는 늦은 귀가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 주효했다.


지방 거주 관객 역시 대중교통 막차 시간이나 숙박비 부담 없이 당일치기 상경 관람이 가능해졌으며, 단축 수업 후 극장을 찾는 가족 단위 수요와 특정 캐스팅 조합을 반복 관람하는 회전문(N차) 관객이 주말 예매 경쟁을 피해 평일 낮으로 분산되는 효과를 낳았다.


공급 측면에서는 3~4인 이상의 멀티캐스팅(트리플·쿼드러플 캐스팅) 정착이 물리적 기반이 됐다. 주연 배역에 복수의 배우를 기용하는 시스템이 확립되면서 배우의 체력 과부하 없이 주 2회 낮 공연을 안정적으로 가동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다만 모든 대형작이 금요 마티네를 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더블 캐스팅 구조이거나 특정 스타 배우 1인에 의존하는 작품, 혹은 성인 취향의 어둡고 무거운 마니아 극은 회당 제작비 부담으로 인해 여전히 수요일 1회 편성을 유지하거나 평일 낮 공연을 배제한다. 결국 현재의 주 2회 마티네는 전 연령층을 흡수하는 대중적 IP, 안정적인 멀티캐스팅, 낮 시간대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티켓 파워를 확보한 작품들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양극화 양상을 띤다.


한 공연 관계자는 “낮 시간대 공연의 확대는 특정 팬덤에 국한되던 관객 저변을 일반 대중으로 넓히는 완충재 역할을 수행한다”며 “평일 낮의 관람 경험이 무대 예술에 대한 호감도로 이어져 향후 주말 대형 공연이나 타 장르 소비로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하기 때문”이라고 봤다. 이어 “상업극 마티네의 확장은 다변화된 관객의 여가 패턴을 흡수하며 수익성과 관객 확장을 동시에 달성하려는 공연 산업의 구조적 진화”라고 평가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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