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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효성 없는 부동산 정책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6.08.15 09:00
수정 2026.08.15 09:00

ⓒ뉴시스
8. 13 대책, 효과 있을까?


정부가 지난 13일 부동산 종합 대책을 내놓았다. 그동안 몇 차례 부동산 정책을 내놓았다가 민심이 사나워지자 황급히 새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김윤덕 국토부장관은 군기가 바짝 들었는지, 신병교육대 배치된 이등병 같은 어조로 대책을 발표했다. 다른 말은 별로 기억에 남지 않는데 “괜찮은 곳은 2만 3000가구, 그것은 3~4년 후 착공한다”는 말이 뇌리에 꽂힌다. 정부의 각오는 비장하고 정성은 갸륵하나 양과 질과 속도 그리고 수순 모든 측면에서 낙제점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대다수 국민이 주택 공급, 부동산 대책이라 하면 무조건 떠올리는 1990년대 노태우 정부 당시의 수도권 주택 200만 가구와 비교해 보자. 30여 년 전과의 비교다.


부족해도 너무 부족한 공급량


우선 양부터 비교해보자. 양에서 질이 나온다는 말처럼, 양으로 판단하는 게 가장 쉬울 테니까. 노태우 정권의 부동산 정책은 ‘수도권 5대 신도시’, ‘주택 200만 가구’였다. 이재명 정부는 백 만 단위를 이야기하다가 13일에는 23만으로 줄여 말했다. 김윤덕 장관이 강조한 ‘괜찮은 데’는 훨씬 적어 2만 3000가구에 불과하다. 양적으로 노태우의 200만에 근처는 고사하고 겨우 1.15% 수준이다.


금융 서비스도 47조8000억원이라는 큰 금액을 푼다는데 47조8000억원을 23만 가구로 나누면 1가구당 2억원이 조금 못 미친다. 2억원으로 요즘 수도권 어지간한 데 전세라도 얻을 수 있을까? 경기도 동탄에서는 지난번 삼성의 성과급 파업 직후 아파트 값이 5억원 이상 올랐다고 한다. 47조8000억원을 풀어봐야 동탄 아파트 오른 금액의 절반도 못 미치는 것이다. 주택의 양도 태부족이지만 금융의 총량도 태부족인 것이다. 우선 양에서 불합격이다.


총리·장관, 너희가 살아 봐라


노태우 대통령의 200만 가구 당시만 해도 국민 대다수는 연립주택의 단칸 셋방 아니면, 10평대 시영아파트, 주공아파트에서 살림을 시작했다. 30평형대 국민 아파트는 큰 평형에 속했다. 노태우의 5대 신도시는 서울 압구정동의 40평, 50평형대를 땅값 싼 신도시에 대량 공급해 주거의 질을 크게 높였다.


성남시 분당은 처음부터 젊은 부자들이 많이 이주했고,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 손학규 민주당 대표 등이 살면서 성과를 높였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29억 원에 매각한 아파트도 분당이다. 일산은 당선자 시절의 김대중 대통령이 살면서 도시 인프라를 입증했고 브랜드 가치도 높였다. 분당과 일산은 명실상부한 준강남에 준목동이었다. 평촌과 산본도 수준급으로 평가됐다. 학교나 교통, 문화 녹지 공간, 쇼핑 등 편의시설도 잘 갖춰 5대 신도시는 대성공작이었다.


하지만 이번 8월 13일 대책에는 준강남, 준목동으로 표현될 만한 지역이 단 하나도 없다. 도시 인프라도 전혀 준비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와 민주당 관계자는 아무도 이 23만 가구에 입주하지 않을 것이다. 지역구 의원으로 낙하산 공천을 받지 않는 한 말이다. 현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특단의 대책이라며 집단 이주 선언이라도 하지 않는 한 실패할 것이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왼쪽부터), 이억원 금융위원장, 임기근 국무조정실장이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전월세 및 매매시장 안정을 위한 주택 신속공급 방안'과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금융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있다.ⓒ금융위원회
속도, 너무 느리다


노태우 대통령의 5대 신도시는 군 출신답게 속전 속결이었다. 1989년 46만 가구, 1990년 75만 가구가 착공되고 1991년 9월 분당에 최초 입주가 시작되었다. 착공에서 최초 입주까지 재임 중 이뤄졌다. 그에 반해 8월 13일 대책은 심각하게 속도가 느리다.


김윤덕 장관의 발표를 빌면 “괜찮은 곳은 2만3000가구, 그것은 3~4년 후 착공한다.”


3년 후면 내후년 총선 모두 지난 2029년이고 4년 후면 2030년 이재명 대통령 임기가 끝난 후의 일이다. 가장 빠른 착공이 3, 4년 후면 완공은 도대체 언제가 되나? 공사 기간을 3년 잡으면 앞으로 6년, 가장 빠른 2만3000가구가 6년 후고 23만 가구 모두 입주하려면 10년도 더 걸릴지 모른다. 그런데도 ‘23만 가구’라고 말할 수 있을까?


현대 사회는 속도가 매우 중요하다. 모든 상품과 서비스의 공급에는 라이프 사이클이 있는데 속도를 맞추지 못한 정책은 실패한 정책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앞으로 최소 6년에서 길면 10년이라니, 그 때까지는 황희라는 낙천적인 정치인 말대로 ‘폐버스’에 들어가 살아야 하는 것인가?


정책 발표의 수순


지난 13일 부동산 정책의 가장 결정적인 실착은 수순(手順)이다. 바둑 두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안다. 아무리 좋은 수라도 수순을 그르치면 실패한다는 것을. 이번 부동산 대책도 수순이 크게 잘못 됐다. 정부는 부동산 가진 노년층, 가지려는 청년, 부동산에 관심 가진 국민 모두를 적으로 삼아 잔뜩 공격했다. 그러고는 여론조사 지지율이 폭락하자 뒤늦게 정책을 수정해 발표했다.


처음에 도대체 누가, 집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부동산 거품이니 투기니 하고 공격했던가. 이렇게 국민의 집에 대한 관심과 고민을 나눌 수도 있었는데 왜 처음부터 하지 않았나. 꼭 국민이 분노해야만 여론 조사 지지율이 떨어져야만 정책을 바로잡나. 이미 정책의 순수성이나 추진 의지에 대한 불신이 고조된 상태에서는 정책의 성공을 담보할 수 없다.


이재명 대통령의 과도한 자신감도 문제였다. 사실 부동산 실무를 대통령보다 더 잘 아는 인물은 현 정부와 집권당에는 없다. 위례신도시, 대장동, 백현동 등 부동산 개발로 3번이나 대박을 친 데다 성남시장으로서 8년을 지내 행정 실무에 밝은 분이니 더 말해 무엇하랴. 그러나 알아야 한다. 동서고금의 최고 지도자들은 무엇을 몰라서 실패하는 경우보다 무엇을 잘 알아서 실패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았다는 것을. 때로는 짐짓 모르는 척 뒤에 물러서서 전문가에게 맡기는 게 나을 때도 있다는 것을.


국토부 실무자는 ‘주민공람절차와 지자체 협의가 필요해 시간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솔직히 언제 될지 모른다는 이야기 아닌가. 오세훈 서울시장도 그린벨트 해제 등에 관해 서울시와 협의가 없었다는 대목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김윤덕 장관은 얼마전 오세훈 시장과 만났다. 왜 만났던가. 여야가 꼭 외교안보에만 협력해야 하는가. 나라 전체의 지혜와 역량을 모아야 할 때다.


글/ 김구철 금강대 연구교수·전 TV조선 선거방송기획단 단장


※외부 필진 칼럼입니다.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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