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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의 국제화, 환율안정의 또 다른 열쇠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6.08.12 07:01
수정 2026.08.12 07:01

환율, 통화의 국제적 신뢰·활용도 반영…원화의 위상은 낮아

외환·자본거래 규제 및 비거주자 원화 사용 제한, 원화 국제화 장애물로 작용

원화 가치 제고와 환율안정 위해 자본거래 규제 완화 등 시급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원화와 달러를 정리하고 있다.ⓒ뉴시스

환율은 단순히 수급으로만 결정되는 가격이 아니다.


해당 통화가 국제 금융시장과 실물 교역에서 어느 정도 신뢰와 활용도를 확보하고 있는지, 다시 말해 ‘통화의 질과 위상’을 반영하는 지표이기도 하다.


선진국의 기축·준기축 통화는 경기와 금리 여건이 다소 불리하더라도, 통화 자체에 대한 신뢰와 수요 덕분에 과도한 약세를 피하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국제적 활용도가 낮은 통화는 경제 여건이 양호하더라도 외부 충격이 발생할 때 환율 변동성과 약세 압력이 과도하게 증폭되기 쉽다.


원화는 한국 경제의 규모와 무역 비중, 금융시장의 발전 수준에 비해 통화 위상이 낮게 평가돼 왔다.


한국은 세계 교역 상위권, 제조업·IT·콘텐츠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했지만, 여전히 달러·유로·엔 등 소수 선진통화에 크게 의존한다.


이는 한국 경제가 세계와 연결되는 거의 모든 ‘금융 언어’가 원화가 아니라 달러를 통해 이뤄진다는 뜻이다.


이로써, 원화는 국내에서는 압도적인 법정통화이지만, 국경을 넘는 순간 존재감이 크게 줄어들며, 국제 시장에서 환율이 더 쉽게 요동치고 약세를 보일 수 있는 구조적 제약을 안고 있다.


원화의 국제화가 늦어진 데에는 몇 가지 구조적·제도적 요인이 있다.


첫째, 외환거래에 대한 규제가 오랫동안 존재했고, 지금도 선진통화에 비해 상당한 제약이 남아있다.


한국은 외환위기 이후 자본 유출입에 민감해지면서, 급격한 변동을 막기 위한 각종 규제와 감독 장치를 만들어 왔다.


이는 금융안정 측면에서 필요했지만, 동시에 비거주자의 원화 보유와 거래를 어렵게 만들며 국제화 속도를 늦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둘째, 원화 자산에 대한 신뢰·선호를 높일 수 있는 제도와 인프라가 충분히 축적되지 않았다.


통화 국제화는 단지 규제를 풀었다고 해서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기축통화에 준하는 위상을 확보하려면, 해당 국가의 법·제도 안정성, 거시경제 운용의 일관성, 금융시장 깊이와 유동성, 그리고 정치·안보 리스크에 대한 신뢰가 뒷받침돼야 한다.


한국은 이 영역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뤘지만, 글로벌 투자자 입장에서 볼 때 여전히 “안전자산” 또는 “준기축통화”로 평가받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한 상태다.


이러한 인식은 곧 원화 자산에 대한 장기적 수요를 제한하고, 외부 충격 시 자본 유출입 변동성을 확대하는 통로로 작용한다.


최근 고환율 국면을 설명할 때 가장 많이 언급되는 요인은 한미 금리차 확대다.


미국이 고금리를 유지하는 동안 한국이 물가·경기를 고려해 기준금리를 상대적으로 낮게 유지하면, 자본이 더 높은 수익을 찾아 미국으로 이동하고, 원화는 약세 압력을 받게 된다.


여기에 지정학적 리스크, 반도체 등 특정 산업 의존도, 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이 겹치면, 외국인 투자자는 원화를 보다 변동성이 큰 통화로 인식하게 된다.


그렇다면 원화 가치 제고를 위해서, 어떤 방향의 원화 국제화 전략이 필요한가.


우선, 외국인 투자자가 원화 자산에 쉽게 접근하고, 충분한 유동성과 헤지 수단을 확보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거래 규제와 세제의 합리화, 장기투자자를 유인할 수 있는 상품·제도 설계가 필요하다.


원화표시 국채·회사채 시장이 글로벌 포트폴리오에서 의미 있는 비중을 차지하게 되면, 외국인 보유 원화 자산이 늘고, 원화 환율에 대한 수요·공급 구조도 안정된다.


또 자본유출입의 급격한 변동을 우려해 외환거래를 과도하게 제한하면, 단기적으로는 안정성이 높아 보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통화 국제화의 발목을 잡는다.


지속 가능한 원화 국제화를 위해서는 비거주자의 원화 보유·거래에 대한 실무적 장애물을 줄일 필요가 있다.


비거주자가 국내에서 원화를 보유·사용하려면 용도별로 구분된 특수 계좌를 개설해야 하고, 계좌마다 허용되는 자금 출처와 사용 범위가 엄격히 제한된다.


원화의 해외 사용과 원화 차입·대출에는 신고·한도 규제도 중첩돼 있다.


비거주자가 원화를 휴대해 출국할 때 일정 금액 초과 시 세관 신고 의무가 있고, 계좌에서 원화를 외화로 환전해 해외로 내보내는 것도 계정 유형·용도에 따라 크게 제약된다.


결론적으로 비거주자의 원화 보유·거래 규제 완화는 ‘간편한 통합계정 및 신고·한도 완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용도별로 쪼개진 비거주자 계정 구조를 통합해, 하나의 계좌로 무역결제·투자·예금·환전·해외송금이 가능하도록 하고, 원화 예치·환전·송금 절차도 단순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여기에 자본거래 사전신고·한도 규제를 완화해 일정 규모 이하 거래는 사후보고 중심으로 전환하고, 대형·위험 거래만 선별 관리해야 한다.


취지는 원화를 해외에서 ‘쉽게 쓸 수 있는 통화’로 만들자는 것이다.

글/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jyseo@smu.ac.kr/rmjiseo@hanmail.net)


※외부 필진 칼럼입니다.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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