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국 관광④] 글로벌 여행 플랫폼에 안방 내줄라…체질 바꾸는 K여행
입력 2026.08.14 07:00
수정 2026.08.14 07:00
놀·여기어때·하나투어, 외국인 고객 접점 확대
글로벌 플랫폼과 경쟁 본격화…차별화 상품이 관건
인천국제공항 전경. ⓒ인천국제공항공사
글로벌 온라인 여행사(OTA)의 영향력이 국내 인·아웃바운드 시장 전반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국내 여행·플랫폼 업계가 사업 구조를 재편하며 생존 해법 마련에 나서고 있다.
14일 여행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여행·플랫폼 기업들은 인·아웃바운드 사업을 동시에 강화하고 상품 차별화에 나서며 시장 경쟁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최근 가장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는 인바운드 사업 확대다. K콘텐츠 열풍을 타고 방한 외국인이 빠르게 늘면서 인바운드 시장 자체가 새로운 성장 기회로 떠오르고 있어서다.
올해 상반기 방한 외래관광객은 1070만9919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3% 증가하며 연간 2000만명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다만 방한 관광객이 늘더라도 숙박과 교통, 액티비티 등 여행상품의 검색과 예약이 글로벌 여행 플랫폼을 중심으로 이뤄질 경우 관광시장 성장의 과실이 국내 여행·플랫폼 기업의 성장으로 온전히 연결되지 않을 수 있다.
이에 국내 업체들은 외국인 관광객과 직접 만날 수 있는 자체 채널을 강화하고 국내 숙박과 공연, 액티비티 등 다양한 관광상품을 연결하며 인바운드 시장의 고객 접점을 확보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놀유니버스는 K팝과 공연 등 K콘텐츠를 앞세워 외국인 관광객을 자체 플랫폼으로 유입시킨 뒤 숙박과 액티비티, 지역 관광 등으로 소비를 확장하는 인바운드 전략에 힘을 싣고 있다.
놀유니버스는 지난해 12월 기존 외국인 전용 티켓 예매 플랫폼 '인터파크 글로벌'을 NOL World로 개편했다.
동시에 K팝 콘서트·팬미팅 등 팬덤 수요에 맞춘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대폭 늘리고, 숙박·액티비티·교통 등을 한 번에 예약할 수 있는 통합 여행 플랫폼으로 서비스를 재편하며 글로벌 고객과의 접점을 넓혔다.
최근에는 국내 숙소 예약 서비스도 새롭게 선보였다. 전국 1만5000여개 숙박시설을 외국인 이용자에게 제공하며 방한 여행객을 위한 서비스 경쟁력을 한층 강화했다.
여기어때는 아예 해외 현지 플랫폼을 확보해 인·아웃바운드의 동시 강화를 노리고 있다.
여기어때는 최근 일본 하이엔드 숙박 예약 플랫폼 '리럭스(Relux)' 인수를 완료하고 한국과 일본을 각각 홈마켓으로 삼는 '멀티 홈마켓' 전략을 본격화했다.
한국 여행시장의 여기어때와 일본 시장의 리럭스를 각각 성장축으로 삼아 독자적으로 운영하면서 영업과 기술 등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영역에서는 협업하는 방식이다.
우선 여기어때는 리럭스가 확보한 일본 숙박 인벤토리를 국내 이용자에게 제공한다.
이르면 다음 달 중순부터 여기어때 앱에서 리럭스의 일본 숙소를 예약할 수 있도록 하고 올해 약 3000곳을 연동한다는 목표다.
일본 전통 료칸과 고급 리조트 등 국내에서 상대적으로 접하기 어려웠던 숙소들도 포함된다.
향후 리럭스의 일본 고객 네트워크를 활용해 방한 일본인 관광객을 유치하는 등 인바운드 사업도 확대한다.
중장기적으로는 리럭스에 해외 숙소와 항공권, 레저·티켓 등을 추가해 한·일 양방향 여행 수요를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키운다는 구상이다.
글로벌 OTA의 영향력 확대는 국내 플랫폼 기업만의 문제도 아니다.
개별여행 수요가 확대되면서 패키지를 주력으로 해온 전통 여행사들도 항공권과 숙박, 액티비티 등 개별 상품 판매를 강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OTA와 경쟁하는 영역도 갈수록 넓어지면서 전통 여행사들 역시 새로운 생존 해법을 찾는 데 분주한 모습이다.
특히 여행사 1위 하나투어의 움직임이 가장 두드러진다.
하나투어는 최근 글로벌 여행 액티비티 플랫폼 '와그'에 전략적 투자(SI)를 단행했다. 단계적 지분 인수를 통해 와그 지분을 최대 15%까지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와그는 전 세계 230개 도시에서 3만개 이상의 여행 액티비티 상품을 운영하는 예약 플랫폼이다. 다국어 서비스와 현지 통화 결제 시스템 등을 통해 다양한 국가의 여행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나투어는 와그와의 협업을 통해 해외 고객 대상 판매를 확대하며 글로벌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이를 위해 자사가 보유한 항공·호텔 상품을 와그 플랫폼과 연동하고 상품 간 교차 판매를 활성화하는 등 판매 채널을 확대할 방침이다.
자회사를 앞세워 인바운드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하나투어 자회사 웹투어는 지난 3월 외국인 전용 인바운드 여행 플랫폼 '홉앤홉'을 선보였다.
하나투어 본사의 B2B 운영 노하우와 하나투어ITC의 인바운드 상품 공급력을 결합해 차별화된 방한 여행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KTX와 지방 투어를 묶어 외국인의 지방 이동 장벽을 낮추는 데 주력하면서, K팝 댄스 체험이나 미용·의료 같은 K-컬처 연계 단품과 티켓·교통 예약 서비스도 함께 제공한다.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구역이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다. ⓒ뉴시스
다만 국내 업체들이 인·아웃바운드 사업을 동시에 확대하고 있지만 이미 탄탄한 이용자 기반과 상품 경쟁력을 확보한 글로벌 여행 플랫폼과의 경쟁은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방한 외국인 역시 자국에서 이용하던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한국의 숙박과 항공, 관광상품을 손쉽게 예약할 수 있어 이들을 국내 플랫폼으로 끌어들이는 것도 쉽지 않다.
이에 K콘텐츠 등 국내 업체만의 강점을 활용한 차별화된 상품과 서비스를 확보하는 것이 향후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해외 현지 시장으로 직접 사업 영역을 넓히는 과정에서는 또 다른 과제가 기다리고 있다.
국내 업체가 현지 플랫폼을 인수하거나 해외에 직접 사업 기반을 마련해 영역을 넓힐 경우 각국의 여행업 관련 규제에 대응하는 역량도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일부 국가에서는 여행업과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인허가와 영업 규제를 촘촘하게 두고 있어 국내 기업이 현지 시장에 진출할 경우 이를 직접 충족해야 한다.
이미 글로벌 사업자들이 시장을 선점한 상황에서 현지 업체들과의 경쟁은 물론 국가별 규제 장벽까지 넘어야 하는 만큼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이 실제 성과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반면 국내에서는 해외 사업자에 대한 규제 집행이 상대적으로 느슨하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국내외 사업자 간 규제 형평성 문제도 여전하다.
이에 업계에서는 국내 기업들이 우선 국내 시장에서 글로벌 사업자들과 공정하게 경쟁하며 경쟁력을 축적하고, 이를 토대로 해외 시장에서도 성장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과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국내 여행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우선 국내에서부터 해외 사업자와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며 “국내 기업이 경쟁력을 축적해 해외 시장에서도 성장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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