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공 '팍' 꽂힐 때 짜릿"…심장 전문의가 라켓 잡은 이유 [취미 처방전]
입력 2026.08.13 13:50
수정 2026.08.13 13:59
최영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인터뷰
하체 근력·유산소에 집중력까지…온몸 쓰는 ‘전신운동’
도쿄올림픽 보고 다시 잡은 라켓…레슨 이어 대회 출전도
환자와 탁구로 공감대…“사계절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어”
환자의 건강을 돌보는 명의들에게도 일상에 활력을 더하는 셀프 ‘처방전’이 있습니다. ‘취미 처방전’은 진료실을 벗어난 의료진의 특별한 취미와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통해, 일과 삶의 균형을 만들어가는 모습을 소개합니다.
최영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교수가 지난 7월 22일 서울성모병원에서 진행된 데일리안과의 인터뷰에 앞서 탁구를 치고 있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드라이브가 제대로 들어가서 ‘탁’ 꽂힐 때가 있어요. 그때 쾌감이 굉장히 큽니다.”
진료실에서는 환자의 심장 박동을 살피지만, 진료를 벗어나면 작은 탁구공의 움직임을 쫓는다. 최영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교수의 특별한 취미는 ‘탁구’다. 일주일에 두 번 정도 꾸준히 라켓을 잡고, 시간이 허락하면 세 번까지 탁구장을 찾는다. 병원에서도 시간이 날 때면 교직원들과 탁구를 치며 바쁜 일상 속 활력을 찾는다.
이날 인터뷰가 진행된 곳도 병원 직원 휴게실에 마련된 탁구실이었다. ‘탁, 탁’ 공이 탁구대를 오가는 소리가 쉴 새 없이 이어지는 가운데 최 교수는 인터뷰 중간 직접 라켓을 들고 평소 갈고닦은 실력을 선보였다. 흰 가운 대신 라켓을 들고 탁구대 앞에 선 모습에서는 진료실에서와는 또 다른 활기가 느껴졌다.
최 교수와 탁구의 인연은 학생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학생 때까지 취미로 종종 탁구를 쳤지만 의사가 된 뒤에는 자연스럽게 라켓을 놓았다. 다시 탁구에 눈을 돌린 계기는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열린 도쿄올림픽이었다. 당시 신유빈 선수 등이 출전한 탁구 경기를 보면서 오래전 즐겼던 탁구의 재미가 다시 떠올랐다.
최 교수는 “당시에는 사람들과 모여 운동하기도 쉽지 않아 거의 못 하고 있었다”며 “올림픽을 보다가 탁구를 다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집 근처 탁구장을 찾아 제대로 레슨을 받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최영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교수가 지난 7월 22일 서울성모병원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그동안 ‘취미로 쳤던 탁구’와 ‘배우는 탁구’는 전혀 달랐다. 포핸드와 백핸드부터 시작해 공에 하회전을 거는 커트, 상회전을 주는 드라이브까지 익혀야 할 기술이 적지 않았다. 입문자가 공을 맞히는 데 익숙해지는 것만 3~6개월 정도 걸리고, 공의 회전을 자유롭게 다루기까지는 더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어렵게 하나씩 기술을 익혀가는 과정은 오히려 탁구에 더 빠져들게 했다.
특히 최 교수가 꼽는 탁구의 매력은 ‘드라이브’다. 그는 “레슨에서는 주로 공격적인 탁구를 배우는데 연습했던 드라이브가 제대로 들어가 상대 코트에 꽂힐 때 상당한 쾌감이 있다”며 웃었다. 실력을 시험하기 위해 서초구청장배 탁구대회에도 두 차례 출전했다. 아직 입상 경험은 없지만 전국 의사들이 모이는 ‘의사 탁구회’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탁구는 단순한 스트레스 해소를 넘어 의사로서 체력을 유지하는 데도 도움이 되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팔을 주로 사용하는 운동 같지만 제대로 치려면 무릎을 굽힌 낮은 자세를 유지하며 끊임없이 움직여야 한다. 하체 근력과 유산소 운동을 동시에 챙길 수 있는 셈이다.
최 교수는 “선수들을 보면 거의 의자 없이 앉아 있는 것처럼 자세를 낮춰 경기를 한다”며 “1~2주 정도 탁구를 쉬었다가 다시 치면 체력이 떨어진 게 바로 느껴질 정도”라고 말했다. 작은 공의 회전과 방향을 순간적으로 읽어야 하는 만큼 집중력을 유지하는 훈련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순환기내과 의사인 그에게 탁구는 환자와의 대화를 넓혀주는 연결고리이기도 하다. 진료실에서 “교수님도 탁구 치신다면서요”라는 말이 나오면 자연스럽게 탁구 실력과 운동 이야기가 이어진다. 최 교수는 “환자분과 탁구 이야기를 나누면서 친밀감을 형성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최영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교수가 지난 7월 22일 서울성모병원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운동을 고민하는 환자들에게 탁구를 권하기도 한다. 최 교수는 심혈관 건강을 위해 한 번에 30분 이상, 일주일에 3회 이상 꾸준히 유산소 운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고령층의 경우 오랫동안 즐기며 지속할 수 있는 운동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런 점에서 탁구는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실내에서 즐길 수 있는 데다, 상대와 공을 주고받는 재미가 있어 비교적 꾸준히 이어가기 좋은 운동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최 교수 역시 운동의 효과를 몸소 경험했다. 한때 혈압약을 복용했던 그는 꾸준히 탁구를 치고 체중을 관리하면서 혈압이 개선돼 약을 중단한 경험이 있다. 반대로 무릎 문제로 운동을 쉬고 체중이 늘자 혈압이 다시 오르는 변화를 겪기도 했다. 그는 “결국 꾸준한 운동과 체중 관리는 혈압이나 당뇨 관리에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무엇보다 최 교수에게 탁구는 바쁜 의료현장에서 숨을 돌리는 방법이다. 환자의 치료 결과에 늘 신경을 써야 하는 의료진에게도 스트레스를 건강하게 풀어낼 출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치료가 잘되면 좋지만 어려운 경우에는 환자분뿐 아니라 의료진도 마음이 힘들고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그런 스트레스를 술 같은 방식이 아니라 땀을 흘리며 운동하고 좋아하는 취미를 즐기는 방식으로 풀어내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그가 바라는 것은 거창하지 않다. 더 많은 사람이 집 근처 탁구장을 찾아 부담 없이 라켓을 잡아보는 것이다. 최 교수는 “탁구는 사계절 실내에서 즐길 수 있고, 비교적 부담 없이 오래 할 수 있는 운동”이라며 “심장질환 환자뿐 아니라 운동을 시작하고 싶은 분들이 틈틈이 즐길 수 있는 좋은 스포츠라고 생각한다. 탁구를 새롭게 시작하는 분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