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분의 1 기적…고대구로병원 방사선사, 20년 전 약속 지켰다
입력 2026.08.13 09:42
수정 2026.08.13 09:43
2006년 기증희망등록 후 HLA 일치 환자 만나
비혈연 일치 확률 2만분의 1…생명 나눔 실천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강성우 방사선사가 기증 후 기증확인서와 생명나눔 증서를 받았다. ⓒ고대구로병원
20년 전 조혈모세포 기증을 약속했던 한 의료인이 오랜 기다림 끝에 자신과 조직적합성항원(HLA)이 일치하는 환자를 만나 생명 나눔을 실천했다.
13일 고려대학교 구로병원에 따르면 영상의학과 강성우 주임방사선사는 최근 조혈모세포를 기증하며 20년 전 기증희망등록 당시의 약속을 지켰다. 조혈모세포는 적혈구·백혈구·혈소판 등 모든 혈액세포를 만들어내는 세포로, 백혈병이나 재생불량성빈혈 등 혈액질환 치료에 활용된다.
강 방사선사는 지난 2006년 조혈모세포 기증희망자로 등록했다. 이후 20년 만에 자신과 HLA가 일치하는 환자가 나타났다는 연락을 받았고, 망설임 없이 기증을 결정했다. 관련 검사와 준비 과정을 거쳐 조혈모세포 기증까지 마쳤다. 평소에도 꾸준히 헌혈에 참여해 온 강 방사선사에게 20년 전의 선택이 오랜 기다림 끝에 실제 생명 나눔으로 이어진 셈이다.
조혈모세포이식은 고용량 항암치료나 전신방사선치료 등을 거친 환자에게 본인 또는 공여자의 조혈모세포를 이식해 정상적인 조혈 기능을 회복시키는 치료법이다. 이식된 조혈모세포가 골수에 생착한 뒤 증식·분화하면서 새로운 혈액세포를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다만 공여자의 조혈모세포를 이식하려면 환자와 기증자의 조직적합성항원(HLA)이 일치해야 한다. 특히 혈연관계가 없는 사람 사이에서 적합한 기증자를 찾기는 쉽지 않다.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에 따르면 비혈연 간 HLA 일치 확률은 약 2만분의 1에 불과하며,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도 타인 간 일치 가능성을 수천~수만 명 중 1명 수준으로 설명하고 있다.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KMDP)는 2025년 한 해 6만3703명의 조혈모세포 기증희망자를 모집했다. 실제 환자와 HLA가 일치할 가능성이 낮은 만큼 기증희망등록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나 기증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강성우 주임방사선사는 “20년 전에 기증희망등록을 했지만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 실제로 연락을 받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처음 연락을 받았을 때 놀랍기도 했지만,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망설임 없이 기증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김대식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세포치료센터장(혈액내과 교수)은 “한 사람의 기증희망등록이 당장은 아무 일도 일으키지 않는 것처럼 보여도 언젠가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한 생명의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이번 사례를 계기로 조혈모세포 기증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더욱 확대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