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려나는 세입자③] 하다하다 ‘버스하우스’까지?…대책 없는 전세난에 세입자 ‘혼란’
입력 2026.08.13 07:00
수정 2026.08.13 07:00
공급 부족에 매매부터 전월세 ‘트리플 상승’
김윤덕 “세제개편 단계적 시행”…공급 확대 시사했지만
실거주 중심 정책 ‘기름’…“전월세 매물 막혀”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강남 3구 아파트 모습. ⓒ뉴시스
정부의 실거주 중심 정책이 임대차 시장의 급격한 위축을 불러온 가운데, 여당에선 폐버스를 활용한 임대주택을 청년에게 제공하자는 제안을 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매매 시장 진입이 어려운 무주택 서민들부터 주거 불안정에 노출돼 내 집 마련 기회가 더 멀어지고 있는 실정이지만, 정부·여당의 대처가 안일한 데다 주거 불안이 커지고 있는 서민들의 현실을 헤아리지 못하는 언행이 비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버스 하우스’를 청년들에게 공급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가 10일 사과하는 해프닝이 발생했다.
황 의원은 지난 7일 페이스북을 통해 “청년들이 안정된 주택을 마련하기 전 단계까지 임시 주거 공간을 활용할 수 있고 신속하게 공급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충분히 검토할 가치가 있다”며 “리모델링 비용을 5000만원 정도만 잡아도 1만가구면 전체 50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주택공급 속도가 더딘 상황에서 폐기되는 버스를 리모델링해 청년 등에 단기적으로 공급하자는 주장이다.
하지만 열악한 주거 환경에 놓인 청년들의 현실을 제대로 고려하지 못한 발상이라는 비판이 쏟아지자 황 의원은 지난 10일 페이스북으로 “주거 당사자인 청년들의 마음을 세심히 살피지 못해 상처와 실망감을 드렸다”며 고개를 숙였다.
기상천외한 제안이지만 그 배경에는 주택 공급이 여의치 않은 현실이 깔려 있다.
수년째 주택 공급 병목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매매·전세·월세 가격의 동반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고 무주택 서민의 주거비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실거주 중심 정책은 임대차 시장의 불안을 증폭시키는 모습이다.
특히 정부가 지난 3일 발표한 세제개편안에는 실거주하지 않는 주택에 대한 보유 관련 공제를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향후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부담을 강화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다주택자를 비롯한 비거주 1주택자까지 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실거주하거나 주택을 매각해 전세매물 감소가 예상되며 주거비용 측면에선 임대료에 조세전가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다만 정부는 임대차 시장에 미칠 영향에 뚜렷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세개편안 발표 당시 재정경제부에선 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 상한제가 작동하고 있고, 무주택자 중 매매시장에 뛰어들어 전반적인 전월세 수요가 완화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문제는 집주인이 실거주 하는 구조로 전환되면서 임차인의 계약갱신 요구가 무력화될 수 있고, 이미 전월세가격이 급격하게 뛰면서 시장에선 조세전가 현상이 관측되고 있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임대차시장 위축 가능성을 인정하고 공급 확대 등을 고민하고 있다.
지난 11일 국회 국토위 전체회의에서 김윤덕 장관도 전월세 위축을 우려하는 질의에 공감하며 “세제 문제를 집행하는 데 단계적인 시행을 통해 시장 충격을 줄이도록 노력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 기간 일정한 공급량을 늘려 시장 충격을 줄이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인허가와 착공을 거쳐 준공·입주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주택 공급 특성상 단기간 임대 물량을 충분히 확보하기는 어렵단 지적이다. 이미 향후 공급을 가늠할 수 있는 선행지표도 부진하다.
올해 상반기 기준 수도권 인허가 물량은 11만6611가구로 1년 전 대비 15.8% 감소했으며, 같은 기간 착공도 0.7% 뒤쳐진 6만5204가구에 머물렀다.
공급 지연이 이어지는 상황 속 실거주 정책에 따른 기존 임대 물량 감소까지 겹치며 임대차 시장에 머무르는 무주택 서민의 주거 불안이 장기화될 수 있는 셈이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랩장은 “정부가 매매 시장에 중점을 둔 정책을 펴내다, 임대차 시장에 문제가 생긴 것”이라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주거 선호 지역은 거래나 대출에서 실거주 조건이 달리고, 세 부담을 완하하기 위해서도 실거주를 해야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1주택자든, 다주택자든 규제가 가해지며 시장에 원활한 전월세 매물이 나오지 못하는 데서 문제가 생겼다고 볼 수 있는데, 이를 야기한 정책을 유지하며 일부 보완하는 식으로 처방을 내리고 있어 임대차 시장 관련 유의미한 효과를 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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