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2월 STO 시장 개장…정작 팔 상품이 없다
입력 2026.08.13 07:03
수정 2026.08.13 07:03
KDX·넥스체인지, 내년 2월 플랫폼 개장 목표
비금전신탁수익증권 발행법은 여전히 국회 계류
선매입 부담에 거래 대상 확대도 추가 절차 필요
토큰증권법 시행과 함께 조각투자 장외거래소가 문을 열 예정이지만 발행 제약과 인가 범위 탓에 거래 상품 확보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토큰증권(STO) 제도화를 위한 자본시장법·전자증권법 개정안이 내년 2월 시행되지만, 같은 시기 문을 여는 조각투자 장외거래소는 정작 거래할 상품이 부족한 ‘빈 매대’로 출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예비인가를 받은 KDX와 NXT컨소시엄의 넥스체인지는 지난 10일 금융위원회에 본인가 신청 서류를 제출했다.
두 사업자는 금융당국의 심사·평가와 증권선물위원회·금융위원회 정례회의 의결을 거쳐 최종 인가를 받으면 내년 2월 플랫폼을 열 계획이다.
관건은 개장 시점에 맞춰 거래할 신탁수익증권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느냐다.
두 사업자가 예비인가를 받은 업무는 기존 전자증권 방식으로 발행된 신탁수익증권의 매매를 중개하는 ‘수익증권 장외거래중개업’이다.
주요 거래 상품으로 꼽히는 비금전신탁수익증권은 부동산이나 저작권 등 현금이 아닌 자산을 신탁회사에 맡기고, 해당 자산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받을 권리를 나눠 판매하는 상품이다.
루센트블록과 뮤직카우 등 1세대 조각투자 사업자들은 그동안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통해 관련 상품을 발행하고 자체 플랫폼에서 유통해 왔다.
그러나 지난 1월 국회를 통과한 토큰증권 관련 개정법은 분산원장을 활용한 증권의 발행·유통 근거만 마련했을 뿐, 비금전신탁수익증권의 발행을 일반적으로 허용하는 내용은 담지 않았다.
관련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비금전신탁수익증권을 거래할 플랫폼은 만들어지고 있지만 정작 해당 증권의 발행 근거는 법에 포함되지 않았다”며 “백화점은 문을 여는데 진열할 상품이 많지 않은 역설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발행이 완전히 막힌 것은 아니다. 자산유동화법을 활용하면 비금전신탁수익증권을 발행할 수 있다.
다만 기초자산의 원보유자가 금융회사나 공기업, 상장사 등 자산유동화법에서 정한 요건을 갖춰야 해당 자산을 곧바로 신탁할 수 있다.
원보유자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수익증권 투자중개업 인가를 받은 조각투자 사업자가 기초자산을 먼저 매입한 뒤 신탁해야 한다.
자산을 신탁한 자 등 자금조달주체는 원칙적으로 유동화증권 발행잔액의 5%를 보유해야 하는 위험보유 의무도 진다.
수백억원대 부동산을 기초자산으로 삼는다면 사업자는 선매입 자금을 조달하는 동시에 발행 이후에도 일정 규모의 위험을 부담해야 하는 셈이다.
자금력이 부족한 조각투자 업체에는 높은 진입 장벽이 될 수 있다.
토큰증권 업계 관계자는 “자산유동화법을 이용할 수 있어 발행이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선매입과 위험보유 등 조건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투자계약증권 등 다른 상품이 당장 빈자리를 채우기도 어렵다.
토큰증권 관련 개정법이 시행되면 투자계약증권의 장외 유통이 허용되지만, KDX와 넥스체인지의 예비인가 범위는 기존 전자증권 방식의 신탁수익증권으로 한정돼 있다.
분산원장 기술로 발행한 토큰증권형 신탁수익증권을 기존 인가만으로 취급할 수 있는지도 불분명하다.
실제 금융위가 증권별 인가 방식과 거래 기준을 담은 하위법규·가이드라인을 당초 7월 공개할 예정이었지만 발표는 이달로 미뤄졌다.
설령 제도가 정비되더라도 투자자가 실제로 사고 싶은 상품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또 다른 문제다.
기존 조각투자 시장은 상품이 여러 플랫폼에 흩어져 있어 접근성이 떨어지고, 매입한 상품을 청산 전에 다른 투자자에게 팔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KDX와 넥스체인지가 상품을 한곳에 모아 2차 거래를 지원하면 이 같은 불편은 일부 해소될 수 있다.
다만 플랫폼이 상품의 투자 매력까지 만들어주는 것은 아니다.
수익성과 안정성을 갖춘 기초자산을 확보하지 못하면 유통 인프라를 구축하더라도 거래 활성화로 이어지기 어렵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어떤 매력적인 상품을 발행해 거래하게 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며 “뒷단의 시스템이 어떻게 구축됐는지는 고객이 알기도 어렵고 관심도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