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가 된 호러·크리처…문학 시장서 주목받는 ‘장르물’
입력 2026.08.13 09:50
수정 2026.08.13 09:50
'빵충 사육 준수 사항'·'인비인' 등
출판 시장 풍성함 더하는 장르적 시도들
스릴러·SF·공포 등 ‘장르 문학’이 독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스타 작가들의 과감한 도전과 전문 출판사들의 창의적인 기획력이 맞물리면서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퀴어 문학으로 두터운 팬층을 확보한 박상영 작가는 오컬트, 미스터리 등 장르 문학을 주로 선보여 온 출판사 래빗홀을 통해 미스터리 스릴러 ‘지푸라기 왕관을 쓴 여자’를 선보였다.
ⓒ
화재로 어머니를 잃은 딸이 재벌가와 얽힌 방화 사건의 진실을 추적하는 작품이다. ‘대도시의 사랑법’, ‘1차원이 되고 싶어’ 등 성소수자의 사랑 이야기를 섬세하게 풀어내던 박 작가가 ‘장르물’ 도전으로 주목을 받았다.
최근 김혜영 작가의 ‘빵충 사육 준수 사항’과 성해나 작가의 ‘인비인’ 등 크리처물과 기담집이 장르물 특유의 흥미진진한 전개로 독자들을 사로잡은 바 있다. ‘빵충 사육 준수 사항’은 ‘빵충’이라는 새로운 존재의 위협을 통해 공포감을 조성했다면, ‘인비인’은 기묘하고 서늘한 아홉 편의 단편을 통해 독자들에게 긴장감을 선사했다.
여기에 김초엽·정보라 등 SF 작가들의 꾸준한 활동까지. 디스토피아 또는 감성 SF와 스릴러 등 장르 스펙트럼이 한층 다양해지고 있다. 김초엽 작가는 최근 ‘태양 아래 올리브’를 통해 신을 믿는 수녀와 의심하는 과학 유튜버의 동행을 통해, 단 하나의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을 담았으며, 정보라 작가는 SF와 호러, 괴담과 환상문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귀야옹 씨의 조그만 상실에 관하여’로 독자들을 만났다.
‘빵충 사육 준수 사항’은 독자들의 입소문을 바탕으로, 교보문고 소설 부문 9위까지 올랐으며, ‘태양 아래 올리브’는 출간 직후 소설 부문 10위에 이름을 올리며 팬들의 관심을 입증했다. 크리처물부터 미스터리, 감성 SF 등 다양한 장르로 베스트셀러 목록이 채워지며 출판계의 장르 스펙트럼이 한층 다양해지는 모양새다.
이 흐름 뒤에는 래빗홀, 안전가옥, 허블 등 장르 문학 전문 출판사들의 과감한 시도가 있다. 허블은 SF 전문 출판사로, 김초엽과 정보라, 천선란 등의 신간을 선보이며 SF 장르의 새 장을 열었다면 래빗홀은 출판사 인플루엔셜이 론칭한 문학 브랜드로, SF, 판타지, 미스터리, 호러 등 한국 장르 소설의 재미를 독자들에게 선사했다. 김초엽 작가의 소설집 ‘양면의 조개껍데기’, 정보라 작가의 소설집 ‘저주토끼’ 등이 래빗홀을 통해 독자들을 만났다.
안전가옥은 책 출간은 물론, 영화와 드라마 또는 웹툰으로 세계관을 확장하며 출판사의 역할을 새롭게 정의했다. ‘칵테일, 러브, 좀비’ 속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는 KBS에서 드라마 단막극으로 제작된 바 있으며, 오컬트 스릴러 ‘테디베어는 죽지않아’는 웹툰으로 제작이 되는 등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출판사를 넘어, 콘텐츠 프로덕션의 역할까지 소화하는 안전가옥의 프로젝트에 대해, 김홍익 대표는 “안전가옥의 모든 장편소설은 ‘트리트먼트’라고 하는 문서를 중간에 만든다. 주요 사건과 그 사건 속에서 주요 인물들의 행보를 상세히 정리해 놓은 일종의 소설 설계도라 할 수 있는데, 그 문서가 나오면서부터 안전가옥은 외부의 파트너들과 협업 가능성을 타진한다”고 설명했었다.
결국 실력 있는 작가진과 전문 출판사의 독창적인 기획이 시너지를 내는 모양새다. 한국 문학의 저변을 넓히는 동시에, K-콘텐츠의 핵심 원천으로도 활용되는 장르 문학이 또 어떤 가능성을 만들어낼지 관심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