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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충 사육 준수 사항’ 김혜영 작가의 잔혹하지만 매혹적인 세계 [인터뷰]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6.08.11 09:17
수정 2026.08.11 09:17

김혜영 작가의 크리처물

서울국제도서전서 1쇄 전량 소진

“실패하지 않으려다가 실패하는 경우가 많아져…반복되지 않기를 바랐다.”

‘푸르게 빛나는’, ‘그분이 오신다’, ‘오피스 괴담’ 등 공포 또는 호러물로 독자들을 만나 온 김혜영 작가가 ‘빵충 사육 준수 사항’으로 돌아왔다.


김혜영 작가ⓒ안전가옥

무명 트럼펫터로 살다 빚에 쫓겨 귀농한 청년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신종 식용 애벌레 ‘빵충’ 사육 사업을 시작한 귀농 청년 정한은 전국적인 디저트 열풍을 타고 고수익자가 되지만, 공급 과잉과 가격 폭락 그리고 욕심을 내기 시작한 사람들의 규칙 위반은 농촌을 예기치 못한 국면으로 밀어 넣게 된다. ‘빵충’이라는 독특한 소재의 크리처물로, 올해 서울국제도서전에서 공개돼 독자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


“벌레 이야기를 이렇게 좋아해 주실 줄 몰랐다”고 독자들에게 감사를 표한 김혜영 작가는 ‘빵충’이라는 독특한 소재에 대해 “일상에서 우연히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인간이 아닌 존재에 대한 흥미, 인간이 괴물이 되는 순간에 대한 은유 등을 이유로 크리처물을 좋아했다는 김 작가는 애벌레를 닮은 소금빵을 보며 곤충, 괴물로 상상력을 뻗어 나갔다.


“소금빵을 엄청 좋아했다. ‘빵지순례’라며 빵집에서 소금빵을 엄청 사소 집에 가지고 왔는데, 문득 그걸 바라보다가 ‘애벌레 같다’는 생각을 했다. 빵은 포근하고, 말랑한 이미지인데 곤충은 유해한 존재처럼 여기지 않나. 같은 형상을 가지고 있는 게 너무 재밌다는 생각을 했다. 유해함과 무해함을 붙여놨을 때 나올 수 있는 어떤 함의들을 가지고 이야기를 만들면 너무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다.”


‘빵충 사육 준수 사항’은 팍팍한 현실을 버티는 청년의 이야기로 시작해 스릴러와 크리처물을 경유하며 다양한 재미를 선사한다. 후반부 판타지적인 서사가 등장하기 전, 청년들의 현실을 디테일하게 포착해 몰입의 발판을 탄탄하게 마련한다. 김 작가는 귀농, 귀촌과 관련한 교육까지 직접 들으며 ‘빵충 사육 준수 사항’의 리얼리티를 구축해 나갔다.


“농부는 내게 먼 직업이라 농부분들을 만나고자 인터뷰 시도를 많이 했다. 그런데 대부분 농사일로 많이 바쁘셔서 만남의 기회가 많지 않았다. 그래서 귀농귀촌아카데미에서 교육을 받기도 했다. 실제로 농촌 교육도 받으러 갔었다. 귀농, 귀촌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의 내용이 담긴 교육을 이수하면서 준비하거나, 시작하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또 청년 농부 지원 카페, 어플 같은 곳에서 최대한 많은 접촉을 해 답변 주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청년의 현실은 자연스럽게 반영하되, 그 이유를 찾으려고 노력했다. ‘빵충 사육 준수 사항’을 ‘군상극’이라고 생각하며 썼다는 김 작가는 “여러 사람들이 어떠한 현상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는지 담다 보면, 당연히 사회적인 문제들이 같이 대두될 수밖에 없다. 또 내가 청년 세대로서 느끼는 바도 자연스럽게 담고자 한다”고 ‘빵충 사육 준수 사항’의 의도를 설명했다. 특히 ‘빵충 사육 준수 사항’에서는 ‘실패’ 하지 않기 위해 발버둥 치지만, 벼랑 끝으로 밀려나는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어떤 고민을 해야 할까’를 곱씹게 한다.


“성공하려다가 실패하는 것보다 실패하지 않으려다가 실패하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 같다. 우리의 목표가 더 이상 성공이 아니라, ‘실패하지 않는 것’이 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사회적 풍토가 만들어진 것이 비단 개인의 문제일까. 사회 전반의 분위기가 그렇게 조성되는 것 같다.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정한 역시 ‘정상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는 목소리를 따라 실패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다가 실패한다. 그런 것들이 반복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아보고자 했다.”


책에 등장하는 크리처들의 비주얼도 생생하게 묘사돼 장르의 매력을 극대화한다. 김 작가는 게임 등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후 빵충의 진화 단계별 이미지를 직접 완성했다. 평소에도 크리처가 등장하는 게임의 캐릭터 이미지 등을 살피며 아이디어를 얻고 있다.


이에 ‘빵충 사육 준수 사항’을 향해 ‘흥미롭다’는 반응부터 주인공의 선택에 공감하는 반응들까지. 다양한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크리처물로 독자들과의 공감대를 형성한 것에 김 작가는 “의외였다”라며 감사를 표했다. 공포, 호러, 크리처물 등 주로 장르물을 다뤄 온 김 작가에게 “흥미롭다”, “빠져들었다”는 독자들의 반응은 감사하면서도 신기했다. “불쾌하고 찜찜한 이야기를 주로 다뤄오다 보니, 이런 반응이 새롭다”고 말한 김 작가는 앞으로도 즐거우면서, 개성이 강한 이야기로 독자들을 만날 생각이다.


“그동안 대중들의 취향과 먼 장르를 써 왔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장르물을 좋아해 주시지만, 또 앞으로 어떤 것을 좋아해 주실지는 예상하기 힘들다. 이번 작품은 내가 썼던 것 중 조금 더 대중에 가까웠던 장르였던 것 같다. 원래는 코즈믹 호러를 좋아하는데, 이 분야는 조금 더 마이너한 면이 있다. 어떻게 흘러가게 될지 두렵기도 하고 궁금하지만, 나는 하던 것을 계속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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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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