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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역응급의료센터의 진짜 역할, 중증환자 치료와 지역 의료 선순환" [인터뷰]

김효경 기자 (hyogg33@dailian.co.kr)
입력 2026.08.11 13:22
수정 2026.08.11 13:22

김수진 고려대 안암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장 인터뷰

고려대 안암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 재지정…3년간 역할 수행

인력난·응급실 과밀화 속 한정된 의료자원 효율화 과제

중증 응급환자 최종치료 역량 강화…지역 의료기관과 연계 확대

김수진 고려대 안암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장이 지난 3일 고려대 안암병원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려대 안암병원



“응급의료와 응급의학 분야에서 국제적인 리더십을 갖춘 권역응급의료센터로 발전하겠다.”


고려대학교 안암병원이 중증 응급의료를 책임지는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권역응급의료센터 재지정을 계기로 중증 응급환자의 최종 치료 역량을 높이는 동시에 119와 지역 의료기관을 잇는 응급의료체계를 더욱 촘촘히 다진다는 계획이다.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한정된 의료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교육·연구 역량도 강화한다. 지난 3일 김수진 고려대 안암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장을 만나 재지정의 의미와 응급의료 현장의 과제, 앞으로의 전략에 대해 들어봤다.


중증환자 최종치료…지역 응급의료 연결 강화

고려대 안암병원은 2016년 처음 권역응급의료센터로 지정된 이후 10년간 중증 응급환자 진료와 재난의료 대응을 통해 응급의료체계의 기반을 다져왔다. 최근 평가에서도 권역응급의료센터로 재지정되며 그간 쌓아온 역량을 인정받았다.


권역응급의료센터는 중증 응급환자의 최종치료를 담당하는 동시에 대규모 재난 발생 시 의료 대응의 거점이 되는 응급의료체계의 최상위 기관이다. 고려대 안암병원은 이번 재지정에 따라 오는 11월 1일부터 2029년 10월 31일까지 3년간 서울 동북권의 중증·응급의료 안전망을 책임지게 된다.


김 센터장은 이번 재지정을 단순한 자격 연장과는 다르게 받아들이고 있다. 통상 3년마다 재지정 평가를 받지만 이번에는 신규 지원 기관이 늘면서 사실상 새로운 선정 평가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그는 “기존 센터라고 해서 당연히 다시 지정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며 “신규 지정에 준하는 긴장감을 갖고 준비했다”고 말했다.


지난 10년간 쌓아온 중증 응급환자 치료 역량은 재지정 과정에서도 강점으로 작용했다. 이번 평가에서는 시설과 인력뿐 아니라 중증 환자를 실제로 최종 치료할 수 있는 역량과 병원 전체의 진료 역량이 중요하게 반영됐다. 응급의학과를 중심으로 여러 진료과가 협진해 최종 치료까지 이어가는 구조가 경쟁력이 됐다는 설명이다.


김수진 고려대 안암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장이 지난 3일 고려대 안암병원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려대 안암병원

그는 “특정 진료과나 일부 의료진만 잘한다고 최종 치료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병원 전 단계부터 최종 치료에 이르기까지 각각의 고리를 연결하고 강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연결은 지역 응급의료체계로 확장된다. 중증 환자가 적시에 필요한 치료를 받으려면 119와 지역 의료기관, 권역응급의료센터가 역할을 나눠 움직여야 한다. 최종 치료가 필요한 중증 환자는 권역센터가 맡고, 경증·중등도 환자는 지역응급의료기관과 1·2차 의료기관에서 진료해 한정된 의료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센터장은 “권역응급의료센터의 제한된 자원은 중증 응급환자를 치료하는 데 우선적으로 사용돼야 한다”며 “지역 의료기관에서 최종 치료가 어려운 환자를 권역센터가 받아 치료하고, 급성기 치료가 끝난 뒤에는 다시 지역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이어가는 선순환 구조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인력난 속 의료자원 효율화…AI·디지털 기술 접목

지역 의료기관과 역할을 나누고 한정된 의료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할 필요성은 의료인력 부족 속에서 더욱 커지고 있다. 코로나19와 의정 갈등을 거치며 의료진의 피로가 누적됐고, 전공의가 일부 복귀한 이후에도 인력은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중증·응급환자를 담당할 전문의의 안정적인 확보도 과제로 남아 있다.


인력 부족은 응급실 과밀화와도 맞물려 있다. 김 센터장은 의정 갈등 당시 전체 환자 수는 줄었지만 중증 환자를 치료할 의료자원이 더 크게 감소하면서 이른바 ‘질적 과밀화’가 나타났다고 진단했다. 최근에는 경증 환자의 권역응급의료센터 이용이 다시 늘면서 응급실 부담도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병원은 제한된 의료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디지털 기술을 응급의료 현장에 접목하고 있다. 현재 응급실에서는 의료자원과 환자 흐름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대시보드를 활용 중이다. 환자가 초진 이후 검사와 협진, 입·퇴원 결정 중 어느 단계에 있는지 파악하고, 전원 요청 시 수술실이나 에크모(ECMO) 등 필요한 의료자원의 현황도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


김수진 고려대 안암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장이 지난 3일 고려대 안암병원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려대 안암병원

의료 인력 부족을 겪으면서 인공지능(AI)에 대한 시각도 달라졌다. 김 센터장은 “AI가 의사를 대신하는 것보다 전문의가 해야 할 진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나머지 업무를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환자 흐름이나 의료자원 정보를 파악하는 등 임상 업무의 효율을 높이는 분야부터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술을 통한 효율화와 함께 전문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는 “새로운 전문인력이 지속적으로 들어오지 않으면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며 “좋은 교육 시스템을 갖추고 전공의를 훌륭한 전문의로 키워내는 것과 함께 적절한 보상체계와 의료진을 위한 합리적인 보호장치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궁극적인 목표는 중증 응급환자 치료체계를 지속가능한 구조로 만드는 것이다. 에크모 심폐소생술과 중증외상 치료, 중독 환자 관리 등 그동안 발전시켜온 분야를 시스템으로 정착시키고 교육과 연구로 뒷받침한다는 구상이다.


코로나19와 의정 갈등을 거치며 상대적으로 위축됐던 대학병원 본연의 교육·연구 역량도 다시 강화할 계획이다. 김 센터장은 “그동안 교수들도 연구자나 교육자보다는 현장에서 일하는 전문의 역할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며 “앞으로는 교육과 연구, 학술 역량을 다시 강화해 좋은 응급의학과 의사를 양성하고 새로운 시스템과 정책을 제안할 수 있는 리더십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 주민들에게는 중증 응급상황에서 최신의 치료와 최선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으로 기억됐으면 한다”며 “서울 동북권을 넘어 응급의료와 응급의학 분야에서 학술·연구·진료 모두 국제적인 리더십을 갖춘 권역응급의료센터로 발전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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