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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려나는 세입자①] ‘비거주=투기’ 공식이 전세 없애…매물 줄고 가격은 ‘고공행진’

임정희 기자 (1jh@dailian.co.kr)
입력 2026.08.11 07:00
수정 2026.08.11 07:00

서울 전세매물 2만여건…강남 3구에 65.6% 집중

비거주 주택 세 부담 강화에 매도·실거주 전환 가능성

전셋값 급등 속 보유세 전가·월세화로 세입자 부담 가중

ⓒ뉴시스

임대차 시장의 균형이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 전셋집은 자취를 감추고 전월세값은 빠르게 뛰면서 세입자들의 주거 안정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주택 공급 감소와 함께 부동산 시장의 세제·금융 규제까지 맞물리며 주거 사다리의 가장 약한 고리인 임대차 시장의 불안이 한층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주택시장의 아랫단에 있는 세입자들의 주거 선택지가 어떻게 좁아지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정부가 주택 소유자의 거주 여부를 기준으로 보유세와 양도소득세 부담을 차등화하기로 하면서 전세시장 매물 감소는 예정된 수순으로 접어들고 있다.


가뜩이나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가파르게 오르는 가운데, 조세전가 현상마저 겹치며 무주택자의 주거 기반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11일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전날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581건으로 집계됐다.


올해 상반기 한때 1만6000건 아래까지 떨어졌던 것과 비교하면 매물 수가 다소 회복됐다.


하반기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반포 트리니원’ 2091가구와 방배동 ‘디에이치 방배’ 3064가구 등 대단지 입주가 예정되면서 전세 물량이 선반영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서울 전세 매물은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 8월 초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023년 3만1426건에서 2024년 2만6815건, 지난해 2만3452건으로 감소했다.


그나마 남아 있는 매물도 전셋값이 높은 강남권에 집중돼 있다. 현재 송파구 1371건, 서초구 7577건, 강남구 4556건 등 강남 3구 전세 매물은 총 1만3504건이다. 서울 전체 전세 매물의 65.6%에 해당한다.


한강벨트는 물론 서울 외곽 등 고가 전세 대비 상대적으로 전셋값이 낮은 지역에서 세입자가 선택할 수 있는 주택은 더욱 부족하다는 의미다.


경기도의 전세 매물 감소세도 심각하다. 현재 경기 아파트 전세 매물은 1만2318건으로, 지난해 8월 초 2만2370건과 비교해 45%가량 감소했다. 1년 만에 매물의 절반 가까이가 사라진 셈이다.


ⓒ뉴시스

문제는 정부의 세제 개편이 전세 공급을 한층 더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다주택자는 물론 1주택자도 비거주하는 주택에 대해선 세금을 엄하게 물겠다는 정부 방침 때문이다.


양도세에서 장기보유특별공제가 장기거주소득공제로 단계적으로 전환되고, 종합부동산세에서는 비거주 1주택자의 기본공제는 공시가격 9억원으로 낮아졌다. 실거주 1주택자의 기본공제 금액은 공시가격 14억원 수준이다.


결국 세금을 줄이기 위해 다주택자들은 집을 팔고, 비거주 1주택자들은 실거주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세입자들의 계약 종료와 퇴거에 대한 불안도 커지고 있다. 임차인에게 계약갱신청구권이라는 방패가 있지만 집주인이 실거주할 때에는 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원장은 “세제개편으로 집주인들이 실거주를 해야 하는 상황이 닥치면서 전세매물은 씨가 마르게 됐다. 이는 규제 정책의 부작용”이라며 “세입자들 결국 중저가 아파트를 매수하거나 경기, 인천으로 밀려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세 공급이 줄어드는 동안 수요가 유지되면 가격 상승 압력은 더욱 강해질 수 밖에 없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주간 누적 기준 6.53% 상승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상승률이 1.27%였던 점을 고려하면 오름폭이 급격히 확대됐다.


집주인이 주택을 팔거나 직접 입주하지 않더라도 조세 전가와 맞물려 세입자의 주거비용 부담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집주인이 늘어난 보유세를 감당하기 위해 전세보증금을 올리는 것은 물론 보증금 일부를 월세로 돌려 매달 현금흐름을 확보하는 등 전세의 월세화도 빠르게 확산될 수 있다.


이미 시장에선 조세 전가 현상이 가시화되고 있단 반응이 나온다.


서울의 한 다주택자는 “집을 팔 생각은 없다”며 “팔지 않고 버티되, 전월세를 올려 보유세를 상쇄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 했다.


강남의 한 공인중개사도 “시장에선 이미 집주인이나 자식들이 들어와서 산다고 하며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을 무마시키거나, 조세 전가를 하는 모습이 확산되고 있다”며 “특히 조세 전가는 전세보증금은 물론 거기에 월세를 더 올리는 식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밀려나는 세입자②] 전세대출이 집값 올린 ‘주범’?…비거주 조건도 깐깐>에서 이어집니다.

임정희 기자 (1jh@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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