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도시 인구 순유출 전환…집중적 공공기관 이전·적극적 산업정책 필요
입력 2026.08.09 11:00
수정 2026.08.09 11:00
인구·경제력 수도권 쏠림 지속
공공기관 이전 파급효과 기대 못 미쳐
'집적경제'로 패러다임 전환 필요 시점
인구·경제력의 수도권 비중과 연도별 공공기관 이전 인원.ⓒ산업연구원
우리나라 수도권 집중 현상이 지난 20년간 지속되며 인구와 경제력의 절반 이상이 서울과 경기도로 쏠리는 현상이 고착화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수도권 과밀 해소를 위해 추진됐던 공공기관 지방 이전과 혁신도시 건설 정책이 사실상 한계에 봉착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일시적인 지역 활성화를 넘어 지속 가능한 성장 거점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에 기반한 전략적 이전과 적극적인 산업정책으로의 대전환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9일 산업연구원(KIET)이 발표한 '공공기관 지방이전의 파급효과와 혁신도시 거점화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여년간 수도권 인구 비중은 46%에서 51%까지 상승했다. 노동력과 부가가치 또한 50%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특정 지역에 기회가 편중되고 있다.
정부는 이를 해결하고자 2012년부터 2019년까지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추진해 왔지만 그 효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 냉정한 평가다.
보고서는 혁신도시 인구가 지난 2023년부터 순유출로 전환됐으며 2025년 이후에는 동일 권역 내에서의 인구 유입마저 순유출로 돌아섰다고 진단했다.
1차 공공기관 이전이 혁신도시의 고용과 임금을 증가시키는 등 긍정적 효과를 낸 것은 사실이지만 그 범위는 혁신도시 소재 읍면동 반경 10㎞ 이내에만 집중되는 등 매우 국한적이었다.
특히 혁신도시 고용 성장의 대부분이 서비스업과 같은 비교역재 부문에 치우쳐 있어 제조업과 같은 생산성 높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지 못한 점이 성장의 발목을 잡았다.
보고서는 공공부문의 생산유발계수(1.41)가 제조업(1.97)이나 서비스업(1.70)보다 낮아, 추가적인 기업 유입 없이 공공기관 이전만으로는 지속적인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촉진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2019년 공공기관 이전 완료 이후에도 직업을 사유로 한 인구 순유출이 지속되는 현상은 이를 방증한다.
보고서는 이제 기존의 '자원 분산형' 정책에서 탈피해 '거점도시 조성'으로 정책 패러다임을 바꿔야 할 시점이라고 제언했다.이전 규모가 클수록 1인당 고용 파급효과가 커지는 '규모의 경제'를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광역시나 대도시와 같이 인프라 접근성이 높은 지역에 공공기관을 집중적으로 이전하여 파급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식이 수도권 인구 분산에 더욱 효과적이라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근본적인 생산성 개선을 위해서는 '집적경제' 창출이 핵심이다. 혁신도시가 보유한 물적·인적 인프라를 활용해 산학연을 집적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이 집적하면 전력, 용수, 교통 등 생산 인프라를 공유할 수 있고 구직자와 일자리의 매칭 효율성이 높아지며 지식 교류가 활성화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중앙정부는 기업의 지방 투자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혁신도시 주변에 특구나 산업단지를 배치하는 등 교통망을 강화하는 투자를 병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정책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는 범부처 차원의 거버넌스 체계 마련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산업단지 조성, 주택 공급과 같은 물리적(HW) 정책과 기업·대학 유치, R&D 투자 지원 등 소프트웨어(SW) 정책이 유기적으로 결합해야 시너지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중앙정부의 투자에 발맞춰 지방정부가 실질적인 투자 주체로서 미래를 주도적으로 설계할 수 있도록 투자 성과에 비례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협력 구조가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백승민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막대한 규모의 인프라 투자에도 불구하고 혁신도시의 생산성이 정체된 것은 생산적인 기업 유입이 부재했음을 암시한다"며 "일시적인 지역 활성화를 넘어 혁신도시의 근본적인 생산성을 제고할 수 있는 중장기적인 거점화 전략으로 정책의 방향을 근본적으로 수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