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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안도 안전지대 아니다…냉방 사각에 놓인 취약계층 [극한폭염④]

박진석 기자 (realstone@dailian.co.kr)
입력 2026.08.10 07:00
수정 2026.08.10 07:00

실내 환자 603명·가정 발생 7.1%…65세 이상 900명

초고령층 집 안 피해 3배…전기료·노후주택에 냉방 제약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연일 이어지는 불볕더위에 집 안에서도 온열질환자가 잇따르고 있다. 전체 환자 4명 중 1명꼴로 실내에서 발생했고 집에서 온열질환에 걸린 비율도 10%에 육박했다. 고령층의 피해 비중까지 높아지면서 냉방이 충분하지 않은 주거공간이 더위를 피하는 곳이 아니라 또 다른 위험 공간이 되고 있다.


질병관리청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에 따르면 5월 15일부터 8월 8일까지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3237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는 28명이다. 발생 장소는 실외가 74.4%, 실내가 25.6%를 차지했다. 실내에서는 집이 전체 환자의 9.4%로 가장 많았고 실내 작업장이 8.1%로 뒤를 이었다.


고령층의 피해도 두드러졌다. 65세 이상 온열질환자는 1156명으로 전체의 35.7%를 차지했다. 80세 이상도 441명으로 13.6%에 달했다. 연령별로는 60대가 594명으로 가장 많았고 50대 513명, 40대 447명에 이어 80세 이상이 네 번째로 많았다.


특히 초고령층은 집 안에서 발생하는 피해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청이 8월 4일까지 발생한 환자를 별도로 분석한 결과, 80세 이상 온열질환자 300명 가운데 54명인 18%가 집에서 발생했다. 당시 전체 연령의 가정 내 발생 비율 7%와 비교하면 약 3배 높은 수준이다. 추정 사망자 21명 가운데 13명도 80세 이상이었다.


고령자는 체온조절 능력이 떨어지는 데다 온열질환 초기 증상을 스스로 알아차리기 어려워 상태가 빠르게 악화될 수 있다. 혼자 거주하거나 거동이 불편한 경우 실내온도가 올라가도 냉방기기를 가동하거나 외부의 도움을 받기 쉽지 않아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


집 안의 위험을 키우는 것은 냉방기기 유무만이 아니다. 노후주택과 반지하·옥탑 등은 단열이나 환기 여건에 따라 낮 동안 축적된 열이 밤까지 남을 수 있다. 외부 활동을 줄이고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긴 고령자와 저소득층은 주거환경의 영향을 더 오랜 시간 받게 된다.


서울연구원이 준공 후 30년 이상 된 에너지 취약가구를 분석한 결과, 일부 가구는 평균 실내온도가 30도 이상으로 지속됐다. 냉방기기를 가동하면 실내온도가 일시적으로 내려갔지만 낮 동안 쌓인 복사열 등의 영향으로 저녁과 새벽에도 높은 실내온도가 이어지는 사례가 확인됐다.


에어컨이 있어도 전기료 부담 때문에 충분히 가동하지 못하면 냉방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실내온도가 위험한 수준까지 오르는 상황에서도 냉방기기 사용을 줄일 경우 외부의 더위를 피해 집에 머무는 것만으로는 온열질환을 막기 어렵다.


단열과 환기, 냉방기 성능뿐 아니라 냉방비를 감당할 수 있는 경제적 여건까지 실내 위험을 가르는 요인이 되는 셈이다.


쪽방 주민은 열악한 주거환경과 경제적 취약성이 겹친다. 보건복지부의 2024년도 노숙인 등 실태조사에서 쪽방 주민의 40.8%가 65세 이상이었고 63.4%는 미취업 상태였다. 주요 수입 가운데 공공부조가 차지하는 비중은 60.8%였으며 최근 3개월간 지출에서는 주거비 비중이 62.5%로 가장 컸다.


외출을 줄이고 실내에 머물라는 행동요령은 집을 충분히 식힐 수 있을 때 효과를 낼 수 있다. 에어컨이 있는지를 넘어 냉방비를 감당할 수 있는지, 주택 내부의 열기를 빼낼 수 있는지, 이상 증상이 나타났을 때 주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에 따라 위험은 달라진다.


실내 온열질환 비중이 커질수록 취약계층의 주거와 냉방 여건도 폭염 피해를 가르는 핵심 요인이 되고 있다.

박진석 기자 (real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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