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여론조사비 대납' 1심 유죄에 회자된 '민주당 돈봉투 의혹'…왜?
입력 2026.08.06 19:07
수정 2026.08.06 19:24
吳 정치자금법 위반 '직접 증거' 없이 유죄 선고…"사실오인" 항소
1심 재판부 '녹취록·계약서·서면 지시서 등' 직접 물증 없이 판단
항소심,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는 증명' 형사재판 원칙 충족 쟁점
민주당 돈봉투 사건, 물증에도 전현직 의원 10명 '혐의 없음' 처분
명태균씨로부터 여론조사 결과를 받아보고 후원자에게 비용을 대납하게 한 혐의로 기소된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달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명태균 게이트'에 연루된 오세훈 서울시장이 시장직 상실 위기에 처했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1심에서 벌금 1000만원이 선고되며 항소심에서 반전을 이루지 못할 경우 정치적 생명이 위태로워질 수 있단 관측마저 나온다.
1심이 '직접 증거' 없이 유죄 판결해, 항소심에선 '간접·정황 증거' 만으로 유죄를 선고할 수 있는 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정치권과 법조계 안팎에서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사건'과 대비된단 지적도 나온다. 해당 사건은 직접 증거가 있었음에도 효력을 인정 받지 못해 피의자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형사7부(구회근 부장판사)는 오는 21일 오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오 시장의 항소심 첫 공판을 진행한다. 사업가 김한정씨와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도 같은 혐의로 재판을 받는다.
오 시장은 지난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로부터 총 10차례에 걸쳐 여론조사 결과를 받아보고 오랜 후원자로 알려진 사업가 김씨에게 비용 3300만원을 대신 내게 한 혐의로 민중기 특별검사팀에 의해 기소됐다.
오 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조형우 부장판사)는 지난달 22일 오 시장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하고 2100만원의 추징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공소장에 적시된 여론조사 10건 가운데 5건(비공표 3건·공표 2건)에 대해 혐의가 성립한다고 봤다. 나머지 5건은 오 시장이 조사를 의뢰했거나 김씨가 비용을 대납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1심 재판부는 오 시장이 명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할 동기가 있었고 관련 비용을 대납하도록 했다고 봤다. 김씨가 강 전 부시장과 명씨를 알지 못했던 점 등에서 오 시장의 부탁에 따라 여론조사 비용이 지불된 것으로 보인다고도 판단했다.
이와 관련해 재판부는 금융·통신 기록 등을 간접증거로 제시했다. 오 시장 측과 명씨 간 통화 직후 여론조사가 진행됐고, 이어 후원자 김씨 계좌에서 명씨 측으로 송금이 이뤄진 금융·통신 기록을 볼 때 김씨가 오 시장 측 요청이나 공모 없이 수천만원을 명씨에게 보낼 이유가 없다고 봤다.
선거 당시 오 시장 측 캠프 내부자가 지인과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시지도 유죄의 결정적 정황으로 쓰였다. 해당 메시지는 "A 언론사는 사실 우리가 의뢰해서 만들어 놓은 것", "우리 돈 써서 남 좋은 일 시킨 셈", "여론조사 업체가 XX임" 등의 내용으로, 재판부는 캠프 차원의 실제 의뢰 및 비용 인식이 입증됐다고 봤다.
아울러 명씨의 진술과 관련해서도 전체를 믿은 것은 아니나, 카카오톡 내역이나 실제 여론조사 시점 등과 맞아 떨어지는 부분에 한해 신빙성을 인정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오 시장 측은 사실오인과 법리오해를 이유로 항소했다. 1심이 직접적인 증거 없이 명씨 진술과 정황증거만으로 유죄를 선고했다고 반발했다.
오 시장이나 강 전 부시장이 명씨에게 여론조사를 직접 지시하거나 후원자 김씨에게 대납을 요청한 '녹취록·계약서·서면 지시서 등 직접적인 물증이 없음에도 명씨 진술 등 '간접·정황 증거'만으로 유죄 판결을 내렸다는 게 오 시장 측 주장이다.
특히 판결문이 여론조사 의뢰와 비용 대납을 인정하는 과정에서 '보인다', '판단된다', '자연스럽다', '개연성이 상당하다' 등 추정적 표현을 반복 사용한 점을 문제 삼고 있다.
형사재판에서 간접증거들이 상호 보완돼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에 이를 경우 유죄 인정이 가능하다. 그러나 오 시장 측은 판결문 어디에도 직접적인 사실인정은 없고, 여러 정황을 연결해 공모를 인정했다고 보고 있다. 정황 위에 또 다른 정황을 쌓아 결론에 이르렀단 지적이다.
직접적인 물증이 없는 만큼 오 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의 항소심은 1심과 마찬가지로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는 증명'이라는 형사재판 원칙을 충족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왼쪽부터) 허종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윤관석 전 의원, 임종성 전 의원. ⓒ연합뉴스
오 시장 사건이 간접·정황 증거 만으로 유죄가 나오자 직접 증거가 나왔음에도 피의자들에게 무죄가 선고된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사건'도 회자되고 있다.
지난 5월 검찰은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당시 돈봉투를 받은 의혹으로 정당법 위반과 뇌물 수수 혐의를 받았던 민주당 전현직 의원 10명에 대해 '혐의 없음' 처분했다. 이들은 전당대회를 앞두고 송영길 당시 당 대표 후보의 당선을 위해 돈 봉투를 주고 받은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2022년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불법 정치자금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이 전 부총장의 휴대전화를 포렌식해 관련 통화 내역을 확보했다. 혐의를 입증할 진술도 확보했다. 2023년 9월 윤관석 전 민주당 의원 측이 이 전 부총장으로부터 총 금액 2000만원인 돈봉투 여러 개를 받았다는 것을 인정했다.
그러나 법원이 이 전 부총장의 휴대전화 녹음파일이 위법하게 수집됐다고 판단했고, 대법원이 원심 판단을 확정하며 당시 대검은 같은 쟁점으로 상고심 중이던 사건들의 상고를 취하하기로 결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