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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노조, 학생부 제도 근본적 개선 촉구…"교육 활동, '기록 작성 경쟁'에 가둬"

진현우 기자 (hwjin@dailian.co.kr)
입력 2026.07.31 16:25
수정 2026.07.31 16:25

현직 교사 "학생 평가하는 것인지, 입시용 소개서 편집하는 것인지 혼란"

교사노조, 학생부 기재 방식 전면 개선·정당한 평가권 보호 등 정부에 요구

교사노조연맹 소속 교사들이 31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학교생활기록부 전면 개선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감사원이 서울지역 고교 교원의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중복 기재를 지적하고 조치를 요구한 것과 관련해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은 "단순한 '복붙'(복사 및 붙여넣기) 문제가 아니라, 감당하기 어려운 기록을 교사에게 요구한 뒤 제도의 실패를 개인의 불성실로 돌리는 학생부 제도의 구조적 모순을 드러낸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교사노조는 31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날 학생부는 학교 교육을 지원하기는커녕 교육 활동 전체를 '기록 작성 경쟁'에 가두고 교사를 '입시 서기'로 전락시키고 있다"며 "이제 학생부 제도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감사원은 2021∼2024년 서울시 소재 239개 고등학교의 학생부 작성 실태를 점검한 결과 803명의 교원이 51명 이상 학생의 세부특기사항에 동일 내용을 기재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교사노조는 "학생의 배움과 성장 과정을 기록해 교육 활동을 돕겠다던 학생부가 본래의 목적을 상실한 지 오래됐다"며 "수업과 평가는 학생의 배움을 위한 과정이 아니라 학생부에 넣을 문장을 생산하는 수단이 됐고, 학교 밖에서는 고가의 '학생부 컨설팅'이 판을 치며 '셀프 학생부'라는 말이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초등학교, 중학교에서는 학생의 부족한 점이나 개선이 필요한 행동을 기록하면 학부모 민원과 정정 요구에 직면하고 고등학교에서는 대입의 유불리까지 결합해 기록에 대한 압력이 더욱 커진다"며 "사실을 담지 못하는 학생부는 학생의 성장을 지원하는 교육자료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현직 고등학교 과학 교사는 "교사가 학생을 평가하는 것인지, 학생과 함께 입시용 소개서를 편집하는 것인지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며 "공통적인 역량과 태도는 체크리스트와 평가척도로 기록하고, 정말 의미 있는 성장과 성취가 있을 때 교사가 판단해 서술할 수 있도록 바꿔달라"고 촉구했다.


김희정 중등교사노조 위원장은 "사실대로 쓰면 민원, 비슷하게 쓰면 '복붙' 감사, 적게 쓰면 불성실이 된다"며 "모든 학생에게 긍정적이면서도 서로 다른 입시 서사를 요구하는 제도가 학생부를 '허위매물'로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교사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현행 대입·진학 연계 구조 전면 재검토 ▲학생부 기재 항목·분량·방식 전면 개선 ▲부당한 학생부 정정 요구와 민원으로부터 교사의 정당한 평가권 보호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그러면서 "교사에게 입시용 문장을 창작하게 할 것이 아니라 학생을 가르치고 관찰할 시간을 돌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현우 기자 (hwji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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