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리위, 비주류 징계 착수…계파 갈등 재점화
입력 2026.07.29 06:00
수정 2026.07.29 06:14
징계 절차 개시 당사자 잇따라 비판
진종오 "사당화라면 단호히 맞설 것"
조경태 "당권 수호 위한 정치 보복"
당내 일각서 윤리위 정당성 문제제기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당내 비주류 의원들에 대한 징계 절차에 착수하면서 계파 갈등이 다시 불붙고 있다. 비주류 의원들은 '정치 보복'이라며 강하게 반발하는 가운데, 윤리위의 징계 수위와 대상 확대 여부에 따라 당내 충돌이 한층 격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징계 절차 개시 당사자인 진종오·조경태 의원은 전날 이같은 윤리위의 결정에 크게 반발했다. 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보수 재건의 민심을 향해 걸어간 것이 죄라면 그 죄는 기꺼이 받겠다"며 "그러나 근거 없는 사당화를 위한 징계라면 단호히 맞설 것"이라고 적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윤리위 절차에서 당시 경위와 취지를 충분히 소명하겠다"면서 "평가는 그들이 아닌 국민과 당원들께서 내려주실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 의원도 윤리위를 정면 비판했다. 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것은 장동혁 대표의 당권을 지키기 위한 면피용 정치 보복 아닌가"라며 "장동혁 사설(私設) '아바타 위원회'의 무도한 표적 징계를 역사가 반드시 심판할 것"이라고 격노했다. 그는 "박덕흠 국회부의장이 후보로 선출된 이후 5·18 관련 단체와 부마민주항쟁 단체가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며 "내란수괴 탄핵을 반대한 자를 부의장으로 선택하지 말아 달라는 시민들의 간절한 목소리를 담아 민주당·개혁신당·진보당 의원들께 호소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권영진 의원은 이날 별도의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정점식 원내대표는 상임위원회 배정에 항의하며 자신의 멱살을 잡은 권 의원의 사과를 받아들였다며 윤리위의 선처를 바란다는 심정을 밝혔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권 의원이) 사과 의사를 표했고 개인적으로 받아들였다"며 "최고위원회의에서 탈당 권고를 포함한 최고 수준의 징계가 논의되고 윤리위가 징계 절차를 개시한 상황이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선처를 바라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앞서 윤리위는 전날 전체회의를 열어 진종오·조경태·권영진 의원 등 현역 의원 3명에 대한 징계 절차 개시를 의결했다. 다만 징계 절차 개시 사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세 의원은 모두 당내 비주류로 분류된다는 공통점이 있다. 조 의원은 지방선거 이후 장동혁 대표의 사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했고, 권 의원은 당내 소장파 의원 모임인 '대안과 미래'에서 활동하고 있다. 진 의원은 친한(친한동훈)계다.
진 의원은 6·3 국회의원 부산 북갑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가 있는데도 무소속인 한 후보를 지원했다는 이유로 윤리위에 제소됐다. 조 의원은 당내 국회 부의장 경선에서 자신과 경쟁해 당선된 박 부의장을 본회의 투표에서 낙선시키기 위해 더불어민주당 등 다른 당 의원들의 반대표를 유도하는 전화를 했다는 이유로 징계 대상이 됐다. 권 의원은 최근 국회 상임위원회 배정 과정에서 정점식 원내대표의 멱살을 잡았다는 이유로 당내의 탈당 요구 속 징계 대상에 올랐다.
당사자들 외에도 비당권파를 중심으로 윤리위 정당성을 문제 삼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윤리위는 기존 7인 체제에서 최근 2명이 신원 노출에 따른 부담을 이유로 잇달아 사퇴해 현재 5명으로 구성돼있다. 전날 회의는 윤민우 위원장을 포함한 윤리위원 3명만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이를 두고 친한계 박정하 의원은 MBC라디오에서 "윤리위 자체의 정통성 논란도 있는데 당 지도부에 쓴소리하는 권 의원 사례로 징계 개시를 했다니, 이참에 '지도부에 쓴소리하면 혼나'라고 얘기하려는 게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김용태 의원도 KBS라디오에서 "윤리위가 국민 상식에 부합하기보다 강성 당원들이 원하는 결정들을 한다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며 "징계 정치가 당권 강화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은 지양돼야 한다"고 우려했다. 김재섭 의원은 YTN라디오에서 "겨우 정족수 3명을 맞춰 징계 절차를 개시하면 분명히 절차적 하자 문제가 생긴다"며 "배현진 의원 등에 대한 징계가 법원에서 뒤집혔던 이유도 이런 하자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권 의원의 징계를 둘러싸고 지도부 내에서도 온도차가 드러났다. 조은희 의원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잘못에는 책임이 따르되 진심 어린 사과를 할 때는 다시 함께 갈 기회를 줘야 한다"고 했다. 반면 같은 회의에서 유영하 의원은 "이까짓 정보위 간사가 뭐라고"라고 외치며 "폭력을 동지니까 감싸주는 정당은 존재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윤리위의 징계 수위와 추가 징계 대상 여부에 따라 계파 갈등이 공천 국면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징계 대상이 확대되거나 중징계가 내려질 경우 비주류의 반발이 거세질 수밖에 없다"며 "당내 갈등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