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 나앉게 생겼다" 절규…정부는 "대출 규제 유지"
입력 2026.07.29 07:08
수정 2026.07.29 07:08
주택금융 제안 대다수 '규제 완화' 초점
정부 "가계대출 관리 기조 유지"
"보여주기식 의견 수렴" 비판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KBS 별관에서 열린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발언을 하기 위해 손을 들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부동산 정책 국민대토론회를 통해 국민 의견을 수렴한 결과, 주택금융 분야에서는 대출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실수요자들의 목소리가 가장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정부는 기존 대출 규제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국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정책을 마련하겠다면서도, 핵심적인 대출 규제 완화는 정책에 반영하지 않겠다며 기존 입장만 되풀이한 셈이다.
시장에선 이미 정해진 틀 안에서 보여주기식 요식 행위만 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29일 데일리안이 정부가 지난 14~28일 진행한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 '주택금융' 분야 정책 제안 2887건을 분석한 결과, 주택금융 분야에서는 실수요자의 대출 규제 완화 요구가 가장 두드러졌다.
한 제안자는 "잔금대출이 막혀 길거리로 나앉게 생겼다"며 "은행들이 가계대출 총량을 이유로 대출을 제한하면서 입주 자체가 어려워졌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제안자는 "정부 정책을 신뢰해 청약과 계약을 마쳤는데 금융지원 기준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이야기에 불안하다"며 "국민들에게 예측 가능한 정책을 보장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 밖에 청년·신혼부부를 위한 정책대출 소득 기준 완화와 생애최초 주택구입자의 LTV 상향, DSR 외 추가 규제 완화, 기존 계약자의 잔금대출 경과규정 마련, 지방 미분양 해소를 위한 지방 대출 규제 완화 등을 요구하는 의견이 잇따랐다.
그러나 정부는 토론회에서 대출 규제를 지속하겠단 점을 분명히 했다.
한성숙 국무총리는 앞서 27일 열린 부동산정책 국민대토론회에서 실수요자 보호 필요성을 언급하면서도 집값 안정을 위한 기존 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대출 규제 완화 요구에 대해 "그건 기본적인 기조이기 때문에 다른 부분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있는지 보겠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공급이 충분하지 않고 시장 유동성이 많은 상황에서 대출을 조금이라도 완화하면 다시 주택시장을 자극하고 가격이 올라가는 악순환이 생길 수 있다"며 "가계대출과 부동산 대출은 일관되게 엄격하게 가야 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논란이 된 수원 매교역 팰루시드 잔금대출 문제에 대해서도 "은행별 가계대출 총량 관리 과정에서 발생한 사례"라며 개별 실수요자 피해는 살펴보되 전체 대출 관리 정책은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국민 의견 수렴 결과와 실제 정책 방향 사이에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출 규제 완화에 대한 목소리가 상당하지만 사실상 논의 대상에서 제외됐고, 정부도 현행 규제 기조를 유지하겠단 입장만 재확인했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국민 의견을 듣는다고 했지만 정작 시장에서 가장 많이 제기된 대출 규제 완화는 정책에 반영하지 않겠다고 한다"며 "의견 수렴이 정책을 재검토하기 위한 절차라기보다 기존 방침을 확인하는 과정처럼 비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출을 막는다고 집값이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대출이 필요한 실수요자만 시장에서 소외되고, 현금을 보유한 사람들만 거래에 나서게 된다"며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집을 살 수 있는 (돈 있는) 사람만 남다 보니 거래가 적어도 가격은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공급은 늘리지 않은 채 금융만 죄고 있다"며 "시장 구조를 고려하지 않은 규제는 현금 부자에게는 오히려 매수 기회를 주고 실수요자의 시장 진입만 어렵게 만드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