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지방 물폭탄 원인, 뜨거워진 바다였다…“또 쏟아질 것”
입력 2026.07.10 10:16
수정 2026.07.10 10:16
9일 세종 고운동 1시간당 82㎜ 폭우
중부지방 일대 70㎜ 이상 ‘극한호우’
한반도 주변 바다 온도 ‘역대 최고’
엘니뇨 등 영향 물폭탄 반복 가능성
지난 9일 호우경보가 발효 중인 경기도 시흥시 안현교차로가 침수돼 통제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9일 중부지방에 떨어진 ‘물폭탄’ 원인으로 달궈진 바다가 지목되고 있다. 해수면 온도 상승으로 대기에 공급되는 수증기량이 폭발적으로 증가, 거대한 비구름대가 좁은 지역에 비를 강하게 뿌리는 형태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세종특별자치시 고운동엔 오전 6시부터 오전 7시까지 1시간 만에 81.5㎜ 비가 쏟아졌다.
비슷한 시간대에 세종 연서면에는 1시간 동안 79.0㎜, 충북 보은군과 충남 청양군(정산면)엔 각각 77.9㎜와 76.0㎜의 ‘극한호우’가 내렸다.
인·물적 피해도 뒤따랐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지난 8일부터 9일 오전까지 이어진 집중호우에 따른 피해는 실종 1명, 시설피해 453건으로 파악됐다. 피해 시설은 공공시설 359건·사유시설 94건이다.
이번처럼 짧은 시간, 특정 지역에 ‘물폭탄’을 투하하는 ‘게릴라성 폭우’의 출현이 잦아지고 있다. 기상 전문가들은 그 원인 중 하나로 해수면 온도 상승(SST, Sea Surface Temperature)을 꼽는다.
해수면 온도 상승이 집중호우를 유발하는 원리는 다음과 같다.
바다 표면 온도가 상승하면 물 분자 운동 에너지가 증가하면서 증발량이 급격하게 늘어난다. 기상학계에서 말하는 ‘클라우시우스-클라페이론(Clausius-Clapeyron) 방정식’에 따르면, 대기 중 온도가 1℃ 상승할 때마다 공기가 머금을 수 있는 수증기의 양(포화수증기량)은 약 7%씩 증가한다.
결국 뜨거워진 한반도 주변 바다는 대기 상층으로 엄청난 양의 습한 공기를 끊임없이 공급하는 거대한 ‘수증기 공장’ 역할을 하게 된다. 공급된 다량의 수증기가 육지의 찬 공기와 부딪히거나 강한 태양열로 인한 상승기류를 타고 하늘로 치솟으면, 대기 상층의 낮은 기온과 만나 급격히 응결된다.
이 과정에서 수직으로 수 ㎞ 이상 길게 발달하는 적란운(소나기구름)이 만들어진다. 두껍게 발달한 비구름은 대기 정체 현상과 맞물려 이동하지 않고 특정 지역에 머무르며 천둥번개를 동반한 시간당 수십 ㎜ 이상의 기록적인 호우를 발생시킨다.
올해 상반기 한반도 주변 해역의 수온은 기상 관측 이래 역대급 수준으로 높았던 것으로 기록됐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상반기 한국 주변 바다의 평균 수온은 평년과 비교해 무려 1.7℃ 이상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은 최근 수년간 발표된 국내 학계의 연구 결과들과도 궤를 같이한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과 기상청 국립기상과학원이 발간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수십 년간 전 세계 해양의 평균 온도가 상승하는 속도보다 한반도 주변 해역(동해, 서해, 남해)의 수온 상승 속도가 약 2~3배가량 빠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여름철 한반도로 다량의 수증기를 몰고 오는 북태평양고기압의 가장자리와 대만 및 남중국해 부근 해역의 고수온 현상이 고스란히 서해와 남해로 유입되고 있다는 점이 한반도 장마철 기후를 더욱 예측 불가능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전 지구 기후 모델(CMIP6)을 활용한 국내 대학 연구팀의 분석에 따르면, 온실가스 배출이 현재 추세대로 지속하면 전 지구 평균 수온 상승 폭보다 한반도 근해 상승 폭이 한층 가팔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한여름뿐만 아니라 늦봄과 초가을까지도 열대성 집중호우가 발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해양의 열적 관성은 육지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한 번 달궈진 바다는 쉽게 식지 않는다. 올해 상반기에 기록된 평년 대비 1.7℃ 이상 고수온 상태는 다가오는 한여름과 초가을까지 쉽게 꺾이지 않고 유지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는 집중호우가 한반도를 언제든지 기습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