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도 두나무?"…압수 코인이 키운 '승자독식' 우려
입력 2026.07.09 15:19
수정 2026.07.09 15:27
24시간 대응·자본력 앞세워 기술평가 1위
업계 "공공시장도 대형사 쏠림"…법인시장 개방 필요
두나무의 경찰청 압수 코인 수탁사업 선정으로 공공 커스터디 시장의 '승자독식'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가 경찰청의 압수 가상자산 민간 수탁사업을 맡게 되면서 디지털자산 커스터디 업계에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결과를 계기로 공공 디지털자산 커스터디 시장마저 대형 사업자 중심으로 재편돼 '승자독식' 구조가 고착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9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경찰청은 압수 가상자산 민간 수탁사업자 선정을 위한 제안평가 결과 두나무를 1순위 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경찰청은 후속 협상과 계약 절차를 거쳐 최종 사업자를 확정할 예정이다.
앞서 경찰청은 지난 2일 참여 업체들을 대상으로 프레젠테이션 심사를 진행했으며 기술평가 90%, 가격평가 10%를 반영해 사업자를 선정했다.
사업 규모는 2억6700만원이며 계약 기간은 1년이다.
이번 입찰에는 두나무를 비롯해 KODA, KDAC, BDACS(비댁스), 헥토월렛원, DSRV 등 주요 디지털자산 보관·인프라 업체들이 참여했다.
평가 결과 대부분 업체가 가격평가에서 만점을 받으면서 최종 순위는 기술평가에서 갈렸다.
두나무는 기술평가 84.73점(환산 94.14점), 종합평점 94.73점을 기록하며 한국디지털자산수탁(KDAC·91.29점)을 3.44점 차로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헥토월렛원(87.27점), DSRV(86.24점), KODA(82.20점), 비댁스(81.49점)가 뒤를 이었다.
업계에서는 결과 자체는 사실상 예견됐다는 반응이다.
경찰청이 요구한 24시간 대응 체계와 대규모 자산 관리 능력, 사고 발생 시 손실 대응 역량 등을 고려하면 국내 최대 거래소를 운영하는 두나무가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결과를 계기로 전문 커스터디 업체들의 분위기는 크게 위축됐다.
경찰청뿐 아니라 검찰청과 국세청, 관세청, 지방자치단체 등도 앞으로 압수 가상자산 보관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번 입찰 결과가 향후 공공시장 입찰의 기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업계에서는 공공시장마저 대형 사업자 중심으로 재편될 경우 전문 수탁업체들의 경쟁 의지가 꺾일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커스터디 업계 관계자는 "이번 결과를 보고 사업 전략을 다시 고민해야 하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며 "앞으로 공공기관 입찰이 이어질 텐데 대형 거래소와 경쟁하는 구조라면 전문 커스터디 업체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24시간 대응과 충분한 자본력을 요구하는 조건에서는 대형 거래소가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다"며 "공공시장까지 특정 사업자로 쏠리면 결국 승자독식 구조가 고착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국내 커스터디 업계는 법인 가상자산 시장이 아직 본격적으로 열리지 않은 데다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도 지연되면서 성장 기반이 충분히 마련되지 못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민간 시장이 제한적인 가운데 공공사업마저 대형사 중심으로 재편될 경우 전문 수탁업체들의 생존 기반이 더욱 약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사업 특성상 경찰청이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경찰 입장에서는 압수 가상자산 규모가 앞으로 더 커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사고 발생 시 책임 능력과 24시간 대응 체계를 고려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담당자 입장에서는 가장 안정적인 사업자를 선택하는 것이 현실적인 결정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단기적으로는 가장 안전한 선택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특정 사업자에 민간 자산뿐 아니라 공공 자산까지 집중되는 구조가 바람직한지는 고민이 필요하다"며 "법인시장 개방과 디지털자산기본법을 통해 거래소와 전문 커스터디 업체의 역할을 명확히 구분하고 전문 업체들이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시장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