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끝줄 소년’ 최민식이 파고든 인간의 ‘민낯’ [D:인터뷰]
입력 2026.07.05 13:05
수정 2026.07.05 13:05
열등감 가득한 국문학과 교수 허문오 역
“알려고 노력하다가 허망하게 죽는 것이 인생…
‘노느니 하자’는 마인드 안돼.”
지질하지만, 그래서 더 끌렸다. 배우 최민식은 세상을 구하는 히어로도 좋지만, 모자란 인간을 연기할 때 더 행복하다고 말했다. 캐릭터를 분석하고, 또 메시지를 곱씹는 것이 가장 좋다는 최민식은 여전히 연기에 목마른 배우였다.
ⓒ넷플릭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맨 끝줄 소년’은 실패한 작가이자 국문학과 교수인 허문오가 강의실 맨 끝줄 소년 이강의 천재성을 발견하고 그의 글에 집착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서스펜스 드라마다.
최민식이 이 드라마에서 열패감에 사로잡힌 허문오를 연기했다. 성공한 작가인 친구 김수훈(허준호 분)을 향한 열등감은 물론, 그의 아내인 첫사랑 안은주(김윤진 분)을 잊지 못하고 집착하는 지질한 인물. 그를 통해 인간의 추악한 본성을 마주하게 하는 작품이다.
이에 ‘보기 힘들다’는 평과 함께 호불호가 갈리기도 하지만, 최민식은 ‘그래서 더 좋았다’며 ‘맨 끝줄 소년’을 둘러싼 치열한 논의에 감사를 표했다.
“근본적인 이야기를 좋아해 주시는구나, 생각할 여지가 있는 작품을 좋아해 주시는구나 싶어 요즘 너무 행복하다. 짧지만 강렬하고 울림이 있는 이야기를 좋아했다. (히어로가) 날아다니면서 때려 부수는 권선징악도 통쾌하고 좋다. 그 작품들도 나름의 기능이 있다. 그런데 뭔가를 좀 까발리고, 들춰내고 싶지 않은 것을 들춰보고 싶다. ‘그래 인간이 이렇지’. 이런 불편한 진실을 훌러덩 드러내는 걸 좋아하는 편이다.”
자연스럽게 허문오에게도 끌렸다. 허문호의 지질함도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질 법한 감정으로 풀어냈다. 부족하고, 모자라지만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내면을 파고들었기에 가능한 분석이었다. 잔악무도한 살인마도, 지질한 중년 남성도 최민식을 거치면 ‘살아 있는’ 인물이 되는 이유인 셈이다.
“떨어져서 보면 작가로서 최소한의 윤리의식도 없는 사람이다. 그런데 연기할 때는 객관적으로 떨어져서 할 수가 없다. 내 가치관으로 보면 납득할 수 없지만, 세상에 이해 못 할 일은 없다. 이해하려고 했다. 허문오의 말과 행동에 대해 정당성을 찾고자 했다. 그게 배우의 일이다. ‘악마를 보았다’ 속 장경철도, 세상의 기준으로만 놓고 보면 절대 할 수 없는 캐릭터다. 연기를 할 때는 그 사람의 생각으로 들어가야 한다.”
허문오가 집착하는 또 다른 대상인 이강 역의 최현욱을 거듭 칭찬하며 그에게 공을 돌리기도 했다. “최현욱은 나의 상대 배우”라고 말한 그는 “연기를 잘하면 예쁘다”라고 후배 배우를 향한 극찬을 쏟아냈다. 후배가 아닌, 동료라고 최현욱을 설명한 그는 ‘후배들에게도 배운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최현욱은 나 때와는 또 다르다. 미디어 환경도 달라지고, SNS도 활발해졌다. 나를 표현하는 것에 주저함이 없어진 시대다. 우리는 그렇지 않았다. 선생님이 나와서 노래 부르라고 하면 얼굴이 새빨개지곤 했다. 어디 도망가고 싶고 그랬는데, 요즘엔 그런 게 없다. 그게 좋더라. 깜짝깜짝 놀랄 때가 있다. 내가 뭐라고 누군가의 재능, 천재성을 감별하겠나. 그런데 세대가 달라짐으로 인해 나 때는 꿈도 못 꿨던 것을 스스럼없이 하더라. 매번 놀란다. 그런데 그게 내게도 자극이 된다. 조화가 맞아야 하지 않나. 신선한 자극을 받는다.”
'맨 끝줄 소년' 스틸ⓒ넷플릭스
좋은 동료 배우, 제작진과 함께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어 행복했다. 복잡한 허문오의 내면을 이해하는 것도, ‘맨 끝줄 소년’만의 메시지를 설득력 있게 풀어내는 과정도 쉽지 않지만 최민식은 ‘여전히 연기할 때 가장 즐겁다’고 말했다.
“좋은 작품을 만날 때 흥분된다. 얼굴이 팔려서 이제는 일탈을 시도하지도 못한다. 나로서 제일 행복하고, 자유로울 때는 작품을 할 때다. 여태까지 이 일만 하고 살았지 않나. 직장생활도, 장사도 해 본 적이 없다. 누구를 가르쳐 본 적도 없고. 좋은 작품을 만났을 때만큼 행복한 일도 없다. 괴롭기도 하다. 매번 즐겁게 작업할 순 없다. 표현의 한계에 부딪힐 때도 있지만, 그래도 좋다.”
작품 외적인 반응, 작품을 둘러싼 환경보다는 캐릭터와 작품의 메시지를 파고드는데 방점을 찍고 있다. 주요 시상식에서 상을 받는 것도, 연기에 대해 칭찬을 듣는 것도 물론 감사한 일이지만, 지금처럼 연기에 대한 고민을 이어나가고 싶은 것이 그의 바람이었다. 연기에 대해 여전히 순수할 열정을 가진 배우 최민식이다.
“나는 내 일을 열심히 할 뿐이다. 그런데 그게 곧, 한국 영화 또는 콘텐츠 업계와 연결되는 것뿐이다. 배우가 연기 잘하려고 노력하는 것 외엔 뭘 할 수 있겠나. 그렇게 하다 보면 산업이 커지고, 해외에서 수상도 하고 인정을 받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의도적으로 접근하면 허문오처럼 될 수 있다. 물론 상 준다는데 누가 싫어하겠나. 인정을 받는데, 당연히 좋다. 그때뿐이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지만 남은 연기 인생 동안 하고 싶은 배역이 아직도 많다. 이제 제대로 할 수 있을 것 같은 캐릭터들이 너무 많다. 죽을 때까지 알아가야 하는 것 같다. 그때까지 들들 볶으면서 알려고 노력하다가 허망하게 죽는 것이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사랑, 애정, 분노, 정의. 내 나름 살면서 겪은 것들이 있다. 이 모든 것들을 취합해 작품에서 표현을 해 보고픈 마음이 있다.‘노느니 하자’ 이런 건 안 된다. 잘나서 하는 말이 아니라, 여태 그렇게 해 본 적이 없다. 늘 심사숙고해서 결정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