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서른 살 동갑내기 부천과 나"…판빙빙, AI 시대 속 '인간 배우'의 진정성을 말하다 [D:현장]

전지원 기자 (jiwonline@dailian.co.kr)
입력 2026.07.03 14:40
수정 2026.07.03 14:41

판빙빙, '마더 부미'서 화려함 지우고 시골 촌부 변신…모기 50방 물리며 고된 촬영"

30주년을 맞이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를 찾은 배우 판빙빙이 기술의 발전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배우의 진정성과 영화에 대한 애정을 고백했다.


판빙빙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3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현대백화점 중동점 문화홀에서 '제3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상영작 '마더 부미'의 주인공 판빙빙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전날 개최된 개막식에서 올해 신설된 특별상을 수상한 판빙빙은 "어제 매우 중요한 상을 받아 큰 격려와 위로가 됐다"며 운을 뗐다.


올해로 30회를 맞이한 부천영화제에 대해 그녀는 "마침 올해가 제가 연기자 생활을 시작한 지 딱 30년이 되는 해다. 영화제와 내가 같은 나이를 맞이했다는 점에서 반가웠고 아름다운 인연이라고 생각한다"며 소회를 전했다.


한국 영화계와의 깊은 인연도 언급했다. 과거 영화 '마이웨이'에서 장동건과 호흡을 맞췄던 판빙빙은 "대한민국의 뛰어난 감독, 연기자들은 세계 최고 수준이기에 글로벌 교류 기회가 많다"고 치켜세웠다. 코로나19 시기 한국에서 촬영했던 영화 '녹야'를 떠올리면서는 "당시 대사의 50%가 한국어라 정말 열심히 공부했는데 지금은 까먹어서 아쉽다"며 웃어 보였다.


판빙빙은 "한국 영화계는 소재가 풍부하고 인간성의 복잡함을 영화 산업 기술 속에 그대로 녹여낸다. 제작진이 진심을 다해 촬영하는 모습이 매번 부럽고 인상적"이라며 한국 영화에 대한 진한 애정을 드러냈다.


최근 영화계의 가장 뜨거운 화두인 인공지능(AI) 도입에 대해서는 배우로서의 확고한 철학을 밝혔다. 판빙빙은 "AI는 제작 원가를 낮추고 다양한 상상력을 현실로 이어주며 젊은 감독들에게 큰 도움을 줄 것"이라면서도 기술이 침범할 수 없는 인간의 영역을 명확히 선을 그었다.


그녀는 "전쟁 신이나 군중 신 등에서 AI가 원가를 절반으로 줄여줄 수는 있겠지만, 연기는 결국 인간이 하는 것"이라며 "복잡한 정서와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AI가 대체하지 못한다. 인간의 진정성, 그가 직접 체험한 삶의 무게와 희노애락은 언어 내적인 표현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자신의 이미지를 AI로 만들어 촬영하자는 제안을 받기도 했다는 판빙빙은 "아직까지는 고려해 보지 않았다. 지금은 모든 연기자가 이를 탐색하는 과정"이라며 "만약 배우가 자신의 이미지를 AI에게 넘겨주고 대신 연기하게 둔다면 인간은 게을러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배우라면 삶이 주는 소리를 듣고 느끼며 표현해야 한다. 향후 어떻게 변할지 정확한 답은 모르기에 가능성은 열어두어야 한다"고 전했다.


대만 금마장 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작이자 이번 BIFAN 사영작인 '마더 부미'는 판빙빙에게 큰 도전이었다. 중국인인 그녀가 말레이시아 현지인이자 무속인 역할을 맡아 파격적인 변신을 감행했기 때문이다.


판빙빙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판빙빙은 "말레이시아어, 윈난어, 중국어 등 총 5개 언어를 구사해야 했고 무속인 주문까지 외워야 해 언어가 가장 큰 난관이었다"면서도 "다행히 언어의 귀재인 총 킷 옹 감독과 3~4개월간 치열하게 연습한 덕에 좋은 결과가 나왔다. 중국인으로서 말레이시아 영화에 참여해 큰 성과를 얻어 자부심을 느낀다"고 전했다.


파격적인 캐스팅 비화도 공개했다. 당초 감독은 리얼리티를 위해 현지 일반인 농부를 섭외하려 했으나, 판빙빙이 시나리오에 매료돼 먼저 자원했다. 그녀는 "감독님이 '판빙빙 같은 배우가 이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셨지만 용기를 내주셨다. 덕분에 제 내면의 또 다른 모습을 끄집어낼 수 있었고, 영화 시작 후 첫 15분 동안은 관객들이 내가 누구인지 못 찾을 정도로 완벽히 변신할 수 있었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실제 말레이시아 케다 출신인 감독의 아버지가 유명한 무당이어서 직접 무속 행위를 전수받았다는 비하인드도 전했다. 판빙빙은 "아름다운 농촌이었지만 논농사 신을 찍으며 모기에 50방 넘게 물리는 등 촬영 과정이 참 지난하고 고됐다"고 회상하면서도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말처럼 결과가 아름답고 새로운 문화를 깊이 체험할 수 있어 큰 성과였다"며 미소를 지었다.


마지막으로 오랜 시간 정상의 자리를 지킨 원동력에 대해 그녀는 "여자라면 반드시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독립적으로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에게는 그것이 연기"라며 "어제 무대 위에서 빛나던 중년 여배우의 모습을 봤는데, 나이를 먹는 과정에서도 무대 위에서 빛나는 모습이 연기자로 살아가게 하는 힘"이라고 전했다.

'현장'을 네이버에서 지금 바로 구독해보세요!
전지원 기자 (jiwonline@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1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