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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는 빙산의 일각’ 한국 축구를 망친 진짜 책임자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입력 2026.06.29 11:43
수정 2026.06.29 11:43

홍명보 감독. ⓒ 연합뉴스

2026 FIFA 북중미월드컵 32강 진출 실패라는 참사를 마주한 축구팬들의 성난 여론의 화살이 홍명보 감독을 향하고 있다.


이번 대회는 전술적 유연성 부족, 단조로운 스리백의 붕괴, 선수 개인 기량에만 의존한 이른바 ‘해줘 축구’의 한계 등 홍명보 감독의 무능이 만천하에 드러난 무대였다. 그리고 홍 감독은 사퇴를 발표하며 한 발 물러섰다.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실패했던 지도자를 투명한 검증 과정 없이 다시 사령탑 자리에 앉혀놓았으니, 이 모든 책임은 홍 감독을 선임한 대한축구협회가 짊어져야 할 몫임에 분명하다. 그리고 문제 많은 대한축구협회 중심에는 2013년부터 한국 축구를 이끌고 있는 정몽규 회장이 자리하고 있다.


정몽규 회장이 대한축구협회 수장으로 부임한 이후, 한국 축구는 단 한 순간도 조용할 날이 없었다. 잊을 만하면 터져 나오는 대형 구설과 사태들은 정 회장 체제의 본질이 밀실과 독단에 치우쳐져 있음을 증명한다.


대표적인 사례를 꼽으라면 2023년 3월 ‘승부조작 축구인 기습 사면 사태’일 것이다. 이는 한국 축구 역사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치욕적인 오점으로 남아있다.


당시 협회는 국가대표 A매치 경기가 열리기 직전 승부조작범을 포함한 징계 축구인 100명을 사면하겠다는 황당무계한 발표를 감행했다. 공정과 상식을 전면으로 부정하는 이 기습 작전은 축구 팬들과 대중의 엄청난 공분을 샀고, 결국 며칠 만에 사면을 번복하는 코미디를 연출하며 협회의 신뢰도를 바닥으로 추락시켰다.


그 뒤를 이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선임 프로세스는 정몽규식 ‘밀실 행정’의 결정판이었다. 전임 파울루 벤투 감독이 4년간 공들여 쌓아 올린 빌드업 축구의 자산을 이어받을 전술가를 찾겠다던 전력강화위원회는 사실상 허수아비로 전락했다. 정 회장은 시스템을 무시한 채 본인의 사적 판단만으로 클린스만을 낙점했다.


그 결과는 축구팬 모두가 아는 그대로다. 전술도 없이 선수들의 개인 기량에만 의존하며 비웃음을 샀던 클린스만 감독은 ‘재택근무 논란’을 일삼다 아시안컵 참패 이후 경질됐다. 이 과정에서 수십억 원에 달하는 잔여 연봉과 위약금 독박은 고스란히 협회의 재정적 부담으로 이어졌다.


정몽규 회장(왼쪽)과 홍명보 전 감독. ⓒ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자리에 대해서도 연연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11월 대한축구협회에 대한 감사 결과를 최종 발표하면서, 정몽규 회장에게 ‘자격정지 이상의 중징계’를 내릴 것을 공식 요구했다. 승부조작범 사면 처리 부적정과 클린스만·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에서의 중대한 절차 위반이 명백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조직의 수장이라면 고개를 숙이고 물러나는 것이 순리다. 그러나 정 회장은 정부의 징계 요구를 거부하고 법적 대응을 시사하더니, 2025년 2월 치러진 제55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에서 85.7%라는 압도적인 득표율로 4선 연임을 강행해 당선됐다. 이권으로 똘똘 뭉친 대의원단과 체육계 카르텔의 문제점이 부각된 것은 덤이다.


축구협회 내부 시스템의 붕괴는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에서도 실체가 드러났다. 감독을 상시 검증하고 공정한 프로세스를 통해 선임해야 하는 핵심 기구인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는 정몽규 회장 1인의 뜻을 관철하기 위한 거수기에 불과했다.


당시 전력강화위원들이 수개월 동안 다수의 해외 유능한 감독들을 분석하고 접촉하는 동안 협회 지도부는 뒤에서 딴청만 피운 것으로 전해졌다. 외국인 감독들과의 협상이 차일피일 미뤄진 사이, 이임생 기술이사가 홍명보 감독을 직접 찾아가 사령탑 자리를 제안했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면접도, 전술 검증도 없었다.


정몽규 감독은 이번 월드컵 일정이 끝난 뒤 자리에서 물러날 것을 발표했다. 하지만 여기서 그쳐서는 안 된다. 지금 한국 축구에 필요한 것은 전면적인 인적 쇄신과 지배구조의 완전한 해체다. 특정 인물들의 독점을 막고 외부 전문가와 투명한 감시 기구가 참여하는 조직이 새롭게 구성되어야 한다.


뼈를 깎는 인적 청산과 행정의 과학화, 시스템의 복원만이 이번 월드컵 참사를 씻고 한국 축구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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