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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교육’, 괴물이 필요해진 학교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6.06.29 07:00
수정 2026.06.29 07:00

‘참교육’ 스틸컷.ⓒ넷플릭스

넷플릭스 드라마 ‘참교육’이 세계적인 화제다. 공개 첫 주에 넷플릭스 글로벌 시청 순위 1위에 올랐고 2주 만에 전 세계 46개국 1위, 91개국 톱 10에 진입하며 글로벌 1위 자리를 지켰다. 주인공 김무열은 팔로워가 100만 명을 돌파했고 미국의 프로레슬러이자 헐리우드 스타인 존 시나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김무열의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그만큼 화제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단순히 인기만 있는 수준이 아니라 한국을 비롯해 미국·중국·영국 등 해외에서 이 드라마의 사회적 의미에 대해 지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드라마와 같은 변화가 실제 교육 현장에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작품은 일종의 판타지인데 교육부에 교권 보호국이라는 부서가 있다는 상상을 담고 있다. 교권 보호국의 직원인 나화진(김무열)이 문제가 발생한 학교에 교사로 파견돼 문제를 해결한다는 내용이다.


나화진은 말이 교육부 공무원이지 사실상 ‘아저씨’ 같은 액션 영화에 나오는 특수요원 출신 같은 느낌이다. 압도적 무력과 무자비한 폭력으로 가해자들을 징벌한다. 그 대상은 이미 도를 한참 넘어버린 학교 현장의 괴물들이다.


일단 학교폭력의 가해자들이 등장한다. 조직화해서 성인 범죄 뺨치는 악행을 저지르고 피해자 중에 사망자까지 나와도 이렇다 할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럴 때 나화진이 등장해 속이 후련해지는 사이다 응징을 보여주는 것이다.


끝없는 악성 민원으로 교사를 괴롭히는 학부모도 등장한다. 교사는 학생 눈치와 학부모 눈치를 모두 봐야 하는 처지로 내몰렸다. 일선 교사에겐 학생과 학부모에게 단호하게 대응할 힘이 없는데 관리자들은 그런 교사를 보호해주지 않는다. 특히 신분이 불안정한 비정규직 교사는 학교의 약자로 자리매김해 교사의 권위 같은 것을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 구조에서 문제 학생이나 학부모에게 모두가 속수무책으로 휘둘릴 때 나화진이 만화처럼 싹 해결해버리는 이야기가 각 회차 마다 반복된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같은 방식으로 가해자들에게 그들의 악행으로 피해자가 겪은 고통을 그대로 돌려준다. 극 중에서 교육부 장관은 ‘괴물을 잡기 위해선 괴물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여기에 뜨거운 호응이 나타난다는 건 그만큼 학교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뜻이다. 학교 폭력이 피해자의 영혼까지 파괴하는 수준으로 심각해지고 있는데 그에 대한 대처는 솜방망이에 불과하다는 게 많은 이들의 인식이다. 중국과 미국 등에서도 그런 답답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그렇다보니 괴물 나화진의 시원한 참교육 주먹에 국제적인 차원에서 통쾌함을 느낀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이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교권 실종 문제는 90년대부터 화제가 되기 시작했고 학교 폭력이나 악성 학부모 문제도 2000년대 이후 점점 더 심각해졌다. 현재 한국에서 가장 공분을 불러일으키는 이슈 중의 하나여서 많은 이들이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거나 폐지할 것을 요구한다. 처벌을 강화하라는 것이다. ‘참교육’은 그런 대중의 목소리를 반영한 판타지다.


과거엔 교사의 폭력이 학교 현장에서 가장 큰 문제였다. 그래서 교육개혁이 주로 교사의 힘을 빼는 데에 집중됐다. 그 정도가 지나쳐 이젠 교사가 너무 무력해졌다고 사람들은 여긴다. 교사가 약화되는 사이에 학부모와 학생의 힘은 커졌고 그래서 요즘 화두가 된 것이 교권보호다.


이 드라마의 흥행과 더불어 교권보호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게 나타나자 안민석 경기도 교육감 당선자와 이병도 충남교육감 당선자 등이 교권보호와 관련된 부서를 설치하거나 직원을 뽑겠다고 나섰다. 교육부는 교권보호 업무 강화 방안으로 전담팀 설치를 내부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움직임에 대해 청소년·인권단체들은 강하게 반발한다. 정말 드라마처럼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의 폭력을 쓰는 교권보호라면 당연히 문제를 지적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 교권이 무너진 것도 사실이고 많은 국민이 그에 대해 시정요구를 하고 있는 것도 맞다. 교사를 보호할 수 있는 합리적인 장치에 대한 논의는 필요해 보인다.


한국은 시민교육이나 인성교육은 도외시하고 입시경쟁 교육만 하는 나라다. 이런 구조에선 사교육 강사가 공교육 교사의 우위에 있을 수밖에 없다. 공교육 교사의 역할은 입시경쟁 승자 배출이 아니기 때문이다. 입시경쟁이 심화될수록 학부모와 학생들이 사교육에 기대면서 학교와 교사를 무시하게 됐다. 사교육에서 선행학습한 학생이 학교 수업시간에 잠을 자도 교사가 뭐라고 하지 못하는 사례까지 있다.


90년대 이후부터 학부모의 교육 수요자(소비자)로서의 권리만 강조되고 교사는 그런 소비자에게 서비스하는 존재로 규정되면서 교사의 입지가 더욱 좁아졌다. 여기에 학생 인권만 강조되는 분위기까지 더해졌다. 그 결과 많은 이들이 교권 붕괴의 심각성을 느끼게 된 것이다.


‘참교육’을 계기로 촉발된 학교에 대한 관심이 일시적인 이슈로 끝나지 않고 실제로 문제를 풀어내는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면 좋겠다. 다만 현실에서 드라마처럼 도파민을 터뜨려주는 만능의 강펀치 한 방 같은 제도를 기대해선 곤란하다. 답답하더라도 지난한 논의의 과정을 감내하고 계속 관심을 가지는 시민정신이 있을 때 제도도 조금씩 나아질 것이다.

글/ 하재근 문화평론가


※외부 필진 칼럼입니다.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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