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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웰니스도 왜 이렇게 빡세요? 웰니스도 스펙이 되는 나라 [김희선의 글로벌 K컬처 이야기㉓]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6.06.26 13:59
수정 2026.06.26 14:00

푸켓의 우기는 예고 없이 찾아옵니다. 선베드에 누워 있던 어느 오후, 하늘이 순식간에 어두워지더니 빗방울이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피하고 싶지 않아서 그대로 누워 있었습니다. 비키니 차림으로 얼굴부터 발끝까지 온몸으로 비를 맞았습니다. 살면서 이렇게 온몸으로 비를 맞아본 게 언제였던가 싶었습니다. 어른이 되고 나서 우리는 비를 늘 피하며 살아왔으니까요. 잊고 있던 감각이 하나씩 되살아나는 느낌이었습니다. 폭우가 몰아치다 서서히 잦아들고, 보슬비로 바뀌고, 어느 순간 새 한 마리가 울기 시작했습니다. 두 시간 남짓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소리의 결이 바뀌는 것을 따라갔습니다. 사운드 테라피라는 게 별게 아니었습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의 소리 자체가 이미 완전한 치유였습니다. 도구도, 강사도, 프로그램도 없는 자리에서 온몸의 감각이 되살아났습니다.


태국 푸켓, 코사무이 ⓒ저자촬영

한국에 돌아오니 웰니스가 들썩이고 있었습니다. 웰니스 트립, 웰니스 페스티벌, 명상 크루, 사우나 프로그램. SNS에는 새벽 루틴과 마인드풀니스 인증 사진이 쌓이고, 관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 흐름 자체는 반갑습니다. 오래 억눌려 있던 무언가가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는 신호일 테니까요. 그런데 그 풍경을 조금 더 들여다보면 어딘가 낯선 감각이 생겨납니다. 왜 이렇게 빡세게 할까, 하는.


비교가 되는 장면이 있습니다. 태국이나 발리에서 마주치는 웰니스의 풍경은 사뭇 다릅니다. 해변에 수건 한 장 깔고 요가를 하고, 달빛 아래 파도 소리를 들으며 명상을 하고, 빗속을 맨발로 걷습니다. 특별한 도구도, 브랜드 로고가 박힌 장비도 없습니다. 강연도 세션도 없습니다. 다만 대화는 있습니다. 느슨하게 모인 사람들이 자연 속에서 각자의 속도로 머물다 이야기를 나눕니다. 코팡안 같은 섬에서는 보름달이 뜨는 날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여 소리를 듣고 침묵을 나눕니다. 정해진 프로그램 없이, 누가 이끌지 않아도 자연이 그 자리를 채웁니다. 이 지역의 웰니스가 원초적인 이유는 단순합니다. 무언가를 하러 가는 것이 아니라, 그저 있으러 가기 때문입니다.


태국 푸켓, 코사무이 ⓒ저자촬영

한국식 웰니스에는 몇 가지 두드러진 특징이 있습니다. 우선 타임테이블이 빡빡합니다. 아침 요가부터 오후 명상, 저녁 호흡 세션까지 분 단위로 채워진 일정표. 쉬러 간 여행이지만 일정은 집중 워크숍을 닮아 있고, 휴식마저 완수해야 할 과제처럼 설계됩니다. 다음으로는 의식보다 브랜드가 앞섭니다. 어떤 매트를 쓰는지, 어떤 보충제를 마시는지, 어느 센터의 강사에게 배우는지가 경험의 전면에 놓입니다. 웰니스가 태도가 아니라 상품으로 소비되고, 소비의 인증이 내면의 변화보다 더 잘 보입니다. 그리고 집단성입니다. 사우나도, 명상도, 숲 걷기도 크루와 함께합니다. 혼자 있는 연습을 하러 가는 명상 프로그램조차 단체로 신청하고, 북적이는 곳에서 고요를 찾으러 갑니다. 혼자 있는 것이 어색하고 불편한 사회의 기질이 웰니스의 문법 안에도 그대로 살아 있습니다.


이 세 가지를 겹쳐 보면 한국 사회의 현재 상태가 읽힙니다. 쉬는 법을 잊어버린 사람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를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 웰니스조차 성과로 환원하고 싶은 충동, 혼자 있는 시간을 두려워하는 집단성. 이것은 비판이라기보다 초상화에 가깝습니다. 이 사회가 얼마나 오래, 얼마나 빠르게 달려왔는지를 생각하면 오히려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지쳐 있을수록 제대로 쉬어야 한다는 강박이 생기고, 그 강박이 또 하나의 과제가 됩니다. 쉼에도 효율을 원하고, 혼자가 되는 법을 배우기 위해 함께 모입니다. 웰니스를 찾아 나선 사람들이 결국 또 다른 형태의 빡센 하루를 살고 있는 셈입니다.


진짜 웰니스는 어쩌면 형식 이전에 있습니다. 푸켓의 그 선베드 위에서 어떤 프로그램도 없이 온몸으로 비를 맞던 두 시간이, 정성껏 설계된 어떤 일정보다 깊고 선명하게 남아 있습니다. 한국의 웰니스 시장이 성숙하려면, 소비자가 무언가를 완료하는 경험이 아니라 스스로를 감각하는 경험을 설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웰니스를 상품으로 파는 것과 웰니스를 태도로 전하는 것은 다릅니다. 형식보다 여백을, 일정보다 고요를 다룰 줄 아는 브랜드가 더 오래 기억됩니다. 그 차이를 먼저 읽는 곳이 이 시장의 다음 챕터를 쓰게 될 것입니다. 웰니스의 본질은 채우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비워두는 것에 있을지 모릅니다.



김희선 Team8 Partners 대표


※외부 필진 칼럼입니다.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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